부모 없이 커서 버르장머리가 없네

5. 나의 8살(_2). 나는 버림받은 아이였다.

by Sophi Perich


여름의 끝자락, 아빠가 짙은 화장을 한 이상한 여자와 시골집을 찾 았다.


불만이 가득한 눈빛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훑어본 여자는 그녀가 입고 있던 몸에 딱 달라붙는 원피스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양복을 빼입은 아빠가 주변을 맴도는 나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부모 없이 커서 버르장머리가 없네! 손님이 왔으모 뭐라도 대접을 해야 할 거 아이가!!"


아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랑채에 있던 할아버지가 거칠게 문을 열며 소리쳤다.


"쓸데없이 왜 또 왔노!! 더 이상 니한테 줄 돈 없다!!"


뭐라고 혼잣말로 구시렁거리던 아빠가 사랑채 안으로 들어갔고 점심 상을 준비한 할머니가 그 뒤를 따랐다. 대청마루에 처음 보는 이상한 여자와 같이 있기 싫어서 나도 사랑채로 갔다.


아빠는 할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땅을 담보로 사업에 필요한 돈을 은행에서 빌리고 싶으니 인감도장을 달라고 했다. 할아버지의 고함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고 밥상이 엎어졌다. 그 자리에서 아빠는 쫓겨났고 할머니는 방바닥에 쏟아진 음식을 주워 담았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할아버지가 내게 막걸리 한 병을 가져 오라고 했다. 얼른 사랑채를 나와 마당을 가로질렀다. 대청마루 위에 있던 냉장고에서 막걸리 한 병과 찬장에서 막걸리 잔을 꺼내 다시 마당을 가로질러 가려는데 대문가에 서 있던 아빠가 나를 불렀다.


슬쩍 다가가자 옆에 서 있던 여자가 나한테서 무슨 냄새가 난다는 듯 오만상을 찡그리며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아빠는 할아버지 인감도장이 어디 있냐고 물었다. 할아버지 인감도장이 어디 있는지 모르기도 했고 알고 있다고 해도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무런 대답도 없는 내게, 어른이 묻는데 버르장머리 없이 대답을 안 한다며 소리를 꽥 질렀다. 부모 없이 자란 티가 이런 데서 난다며 나를 향해 손을 들어 올리려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맨발로 뛰어 나왔다. 아빠와 여자는 그대로 시골집에서 쫓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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