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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 Perich Jun 03. 2023

남을 사람은 남고, 떠날 사람은 떠나더라


그렇더라.
그렇게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남을 사람은 남고, 떠날 사람은 떠나더라.

결혼식을 거치면서 사람들이 한 번 걸러지고,
미국으로 이민을 오면서 또 한 번 걸러졌다.
2017년 미국으로 와서 코로나 때문에 5년간 한국에 들어가지 못했었는데, 그 긴 시간 동안 또 수많은 사람들이 걸러져 나갔다.

미국으로 이민 온 지 7년.
처음 2년은 정말 너무 힘들었다.

6개월이 겨울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닌 미네소타의 날씨도 적응이 안 되는데 나름 영어를 한다고 했음에도 언어의 장벽은 하늘같이 높았으며, 미국 병원에 간호사로 입사하기 위해 치러야 했던 아이엘츠(IELTS)를 독학하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병원에서 일을 시작한 뒤로는 자괴감에 거의 매일 울었었다.

그때 힘이 되어준 친구들이 있었다. 자신들의 삶도 바쁜데 연락을 해주고 걱정을 해주고 그 비싼 택배비를 들여 소포를 보내주고...


작년, 한국에 5년 만에 들어갔을 때 그 친구들 위주로 만났었다. 이기적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너무 내 위주로 생각하는 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남이 뭐라고 하든 말든,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내 인생을 사는 건 나. 굳이 다른 사람들 시선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아는 사람' 들을 만나기 위해서 내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인맥관리만큼 중요한 것이 없고 지인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들 하는데... 과연 그럴까?

나는 직장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지인들에게 친절하되 억지로 인연을 맺으려 하지 않는다. SNS 도 비공계라 굳이 아는 사람들이나 안면이 있는 사람들과 맞팔을 해 팔로워 수를 늘리려는 노력 따위도 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껏 깊이 이어져 온 나의 사람들을 속속들이 살피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 노력한다.

종종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카톡을 주고받으며 생각한다. 나는 정말 인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이런 알짜배기들이 내 곁에 있으니 나는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인가. 이런 친구들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 결혼과 이민과 같은 삶의 중요한 변환점이 내게 있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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