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말로 바란다면」
[영화]
분명 따뜻한데 마음이 욱신거리고, 무언가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영화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윤가은 감독님의 「우리들」과 「우리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아무도 모른다」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전주에서 만난 「정말로 바란다면」은 이 작품들과 나란한 감정을 보여 준다.
영화는 조금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 시점의 한 해안 마을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소원을 빌기 위해 구슬을 모으는 사건을 다룬다. 매일 반복되지만 평화로움 속에 활기가 있는 일상이 펼쳐지고, 말간 아이들의 얼굴과 순수함을 담고 있는 말속에 해맑은 웃음이 섞인다. 영화를 떠올리며 글을 쓰는 지금 어느새 웃음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할 정도로 사랑스럽다.
활달하고 장난기 넘치는 현호가 구슬 1000개를 주우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하고, 수줍음이 많은 듯 보이는 주인공 지호가 주머니에서 슬며시 구슬을 꺼내어 현호의 말에 신뢰감을 더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웃음과 장난이 넘치는 해맑은 아이들이지만 사실은 한 가지씩의 결핍을 안고 있으며, 그 결핍을 해소하기 위한 소원들을 하나둘씩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구슬을 모으는 아이들의 모습은 천진하다. 비를 뚫고 흙 밭을 걸으면서도 구슬을 발견할 때마다 소원을 이룰 생각에 신이 난다. 구슬이 하나둘 쌓여 무거워진 구슬 통을 들고도 씩씩하게 걷는다.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희망'은 아이들 손에 잡힐 듯하다.
그러다 영화의 분위기는 일순 어두워진다. 비가 오고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하면서 무거워지는 영화의 분위기는 쓰레기 소각장의 연기가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결국 마음의 바닥까지 쿵- 내려앉는다. 영화 「미나리」의 병아리 소각장에서 올라가던 검은 연기와 영화 「굿' 바이」의 화장터에서 피어오르던 슬픈 연기가 떠오른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이걸 보고 따뜻하다 느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포근하기만 하지만, 그 따뜻함 속엔 시린 칼이 있다.
[박종우 감독]
영화를 보고 난 직후, '제2의 윤가은 감독이 나타났구나!' 환호를 외치며, 설렘과 기대를 가득 품었다. 단편 몇 개를 찍은 예비 감독이지만, 어린 나이와 짧은 경력은 아무런 걸림돌이 아니라는 듯 이렇게나 좋은 영화를 보여 준다.
윤가은 감독이 아이들과 소통하는 현장에서 제작진이 지켜야 할 촬영 수칙을 만든 것은 무척 유명하다 (서로 존중, 접촉 시 주의, 언행 주의, 충분한 시간 주기, 촬영 시간에 사담 금지, 건강과 안전에 각별히 신경 쓰기, 매 순간 솔선수범하기). GV 때 가장 궁금했던 질문이 바로 이것이었는데, 아이들과 소통하는 박종우 감독만의 방법이 있는지, 또 연기 지도를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였다. 박종우 감독은 어려웠다고 답했고, 자유연기를 많이 시켜보았다고 했다. 자신만의 방법이라 딱히 정해 놓은 의사소통 방식은 없다고 했지만, 배우 유연석과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역시 영화처럼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대사를 달달 외우게 하여 연기하는 방식은 어린 배우들에게 어색한 연기만을 남기기에, 자유연기를 시켰다는 것 또한 현명하다고 느꼈다. 다만, 이어진 유연석 배우의 증언은 조금 달랐다. 자유연기를 한 번만 해보자 했는데 그 한 번이 끝나지 않아 힘들었다고 했다 ㅋㅋㅋ. 감독과 배우 모두 너무 귀여워 영화에 더 애정이 갔다.
앞으로가 무척이나 기대되는 감독이다.
(차기작을 묻자, 아이들과 찍는 영화는 아니라고 했다.)
[아이들]
아이들의 상처는 어른들이 알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해맑음과 천진함에 의해 당장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상처는 깊숙한 곳에서부터 아이들을 좀먹는다. 어려서부터의 상처는 어른이 되어서도 깊게 남는 법이다.
「정말로 바란다면」에서 아이들의 소원은 결코 허황되거나 비현실적인 커다란 무언가가 아니었다. 그저 텅 빈자리를 메우고 싶은 바람일 뿐이었다. 어른들의 부족함이 아이들의 결핍을 만들었고, 그 결핍은 결국 아이들을 불행의 구렁텅이로 밀어 버렸다. 현실 속 아이들의 소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예상해 본다(물론 허황되거나 과장된 소원을 가진 아이들도 있겠지만, 소원을 들어줄 테니 빌어보라고 한다면 실제로 아이들이 대답할 소원은 무엇일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감독이라면 과연 마지막 선택을 어떻게 했을지, 잠시 고민해 본다. 결론짓기 어려운 질문을 곱씹으며 말갛게 웃던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둘씩 떠올린다. 구슬을 모으는 작은 손을 잡아 주고 싶다. 너무 성숙한, 일찍 철이 들어 버린 아이를 더욱 꼭 안아주고 싶다. "구슬을 모으지 않아도 소원을 들어줄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어릴 적 소원은 무엇이었는가?
어른이 된 지금의 소원은 무엇인가?
당신의 아이의 소원은 무엇인지 아는가?
혹은 무엇이길 바라는가?
아이들의 행복과 불행은 온전히 어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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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hia의 영화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