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중에 제일 마음 편하고 행복한 요일은 아마 토요일이 아닐까? 주5일 근무하는 사람에게는 금요일 밤, 즉 불금일 수도 있을테고, 토요일까지 일한다면 토요일 오후부터는 앞으로 이틀이나 하루반을 쉴 수 있다는 안도감이 찾아온다. 일요일 오후가 되면 마음에 조급함이 스물스물 일어나고, 월요병이란 것이 생길만큼 또 다른 한주가 시작하는 것이 지긋지긋할 때도 있지만, 토요일이나 일요일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희망에 또 그 일주일을 지내고, 한달을 보내고,또 일년을 넘긴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너무나 당연히 여겨온 이 요일의 이름에 음양오행이 담겨져 있다.
일(日)은 태양
월(月)은 달
동양사상에서 태양과 달은 각각 양 (陽)과 음 (陰)을 대표한다. 서양에서도 일요일은 태양의 날 (영어로 Sunday), 월요일은 달의 날 (영어로 Monday)로 이야기하는데, 서양력이 동양에 들어오면서 이것을 그대로 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것이 우연히도 동양의 음양 사상과도 통하는 것이다.
화, 수, 목, 금, 토는 각각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에서 따왔는데, 이 다섯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행성들이다. 서양에서는 그리스 신화의 신들의 이름을 딴 이 다섯가지 행성들의 이름에서 가져와서 요일에 이름을 붙였다. 영어는 조금 다르지만, 주로 라틴계 언어에서는 겉모양에서 이름의 유사성이 드러난다. 라틴계 언어인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를예를 들어서 보면, 말이 닮아있는게 보인다.
화성 Mars 화요일 Martes (스) Mardi (프)
수성 Mercury 수요일 Miércoles (스) Mercredi (프)
목성 Jupiter 목요일 Jueves (스) Jeudi (프)
금성 Venus 금요일 Viernes (스) Vendredi (프)
토성 Saturn 토요일 Sábado (스) Samedi (프)
그럼,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도 그리스 신화와 관계가 있을까?
동양에서는 서양의 그리스 신화가 아닌, 동양의 뿌리 깊은오행사상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중국명으로 진성 (辰星)이라고 불리는 수성은 태양의 주변을 빠르게 움직이므로 물 (水)의 요소가 있는 별, 태백 (太白)이라고 부르는 금성은 밝고 희게 빛나서 금 (金)의 요소가있는 별, 형감 (螢感)이라고부르는 화성은 붉은 색의 불 (火)의 요소가 있는 별로 구분했고,목성과 토성은, 좀 더 짙은 황색의 것을 토 (土)의 요소가 있는 토성, 남은 목 (木)의 요소를 목성에 배당해서 이름 붙였다[1].
오행사상에서 오행은 어떤 요소가 제일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원을 그리듯이 도움을 주고 견제를 한다.
행성은 태양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정리해보면, 수성,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순이다.
오행의 요소를 닮은 행성에 이름을 배당했다고는 하는데, 묘하게도, 행성의 배열 순서가 오행 상생 순서 (목 →화→ 토→ 금→ 수)의 반대다. 즉, 수 (수성) → 금 (금성) → 토 (지구) → 화 (화성) → 목 (목성) → 토 (토성). ‘무슨 소리냐, 토가 제일 끝에 와있지 않느냐’라고 할지는모르겠지만, 지구에 땅 지 (地) 가 있고, 땅은 곧 토 (土)이므로 틀리지는 않는다. 마지막에는 토성이 남으니까 또 한 번 토 (土)가 있는 것이고. 옛날의 천문학자들이 이런 순서를 의도해서 이름을 배치시켰는지, 아니면 정말로 오행의 요소를 닮은 행성에 이름을 배치한 것이 우연히 이런 순서로나타났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아무런 개연성 없고 무심해 보이는우연보다는 어떤 의도로 배치시켰다고 믿고 싶다. 그것이 좀 더 멋있어 보이기 때문에...
어쩄든, 이렇게 오행으로 배치시킨 행성의 이름을 서양에서 하던 식으로 요일에 붙여 사용한 것이 지금의 우리가 쓰는 화, 수, 목, 금, 토요일인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틀 동안의 음양과 닷새 동안의 오행을 우리는 연이어 살아가고 있다. 이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동양사상을 믿든 믿지 않든, 음양과 오행사이를 반복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덧붙여서, 오행의 이름으로 배치시킨 행성의 이름을 요일의 이름에 적용시켜서 사용하는나라는 한국과 일본 뿐이다.일본은 메이지 시대부터 서양의 그레고리력을 사용하며 요일명을 썼고,한국은 갑오개혁 이후부터 그레고리력을 사용했으니, 아마도 우리가 쓰는 요일명은 일본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자칭, 타칭, 동양사상의 종주국이라고 하는 중국에서는 1요일, 2요일…이라는 식의 멋없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星期一, 星期二, 星期三, 星期四, 星期五, 星期六, 星期天
한국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근대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죄없는 요일명에, 타도해야 할 일제의 잔재라는 멍에는 씌우지 않았으면 한다.
[1]https://www.kahaku.go.jp/exhibitions/vm/resource/tenmon/space/solsys/solsys0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