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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a J Oct 30. 2017

내 몸의 음양

“음양 (陰陽)”이라고 하면 뭘 떠올리게 될까.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현재에는 적용되지 않는 오래된 개념일 뿐이지 않을까. 간혹은 미신적 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음양이라는 개념에 더 익숙치 않은 서양인들 중에는 음양을 신비주의적 사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같은 철학적 개념을 오랫동안 공유했던 한•중•일의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몸에 익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밝음과 어두움, 빠름과 느림, 해와 달 등을 음과 양으로 구분해보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 왠지는 모르지만 밝음,빠름, 해는 양일 것 같고, 어두움,느림, 달은 음일 것 같은 느낌을 받지 않는가. 그 느낌 그대로가 정답이다. 


한•중•일의 고대 동양 사상에서 음양 사상은 가장 기본되는 개념이다. 고대인들은 음양에 따라 자연을 나누고, 인간의 인체도 음양으로 구분했다. 인체 표면을 음양으로 나누고, 그 안의 장기도 음양으로 나누었다. 큰 인형 안에 조금 작은 인형, 그 인형 안에 더 작은 인형… 러시아 전통 인형인 마트료시카처럼 인간의 인체를 계속해서 음양으로나눠갔다. 

인체의 상부는 양, 하부는 음, 가슴과 배가 있는 앞면은 음, 등쪽은 양, 허벅지 안쪽은 음, 바깥쪽은 양. 장기 중에서는 우리가 오장이라고 부르는 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은 음, 육부인 위, 담, 소장, 대장, 방광, 삼초는 양. 음의 장부들 중에서도 음의 성질 정도에 따라서 음중지음 (陰中之陰), 음중지양 (陰中之陽), 음중지지음 (陰中之至陰)을 각각 신장, 간장, 비장으로 나누기도 한다. 음양의 균형이 잘 맞춰져 있는 상태를 최고로 이상적인 것으로 보고,이 균형이 한쪽으로 치우쳤을 때 병이 일어나고 몸의 이상증상이 나타난다고 간주한다. 이런 불균형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동양의학, 즉, 한의학의 기본이다. 


이런 동양의학적, 한의학적인 관점이 아닌, 현대 서양의학적 관점에서도 인체는 음양으로 움직여진다. 인체에는 항상성 (恒常性, homeostasis) 유지를 위해서 길항작용 (拮抗作用, antagonism)이 존재한다. 음양과 100% 똑같은 개념이라고는 볼수 없지만, 길항작용이 음양의 부분집합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길항작용의 예는 근육과 신경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인간의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있는데, 교감신경은 심장 박동과 호흡운동을 촉진하고 동공을 확대시키며 혈압을 상승시키는 반면, 부교감 신경은 그 반대 작용을 한다.교감신경은 인간의 몸을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고 부교감신경은 안정된 상태로 되돌아오게 한다.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며 열심히 일을 하거나 할 때는 교감신경이 우위에 있지만,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휴~ 한숨 돌리며 소파에 풀썩 주저앉아 쉬고 있을 때는 부교감신경이 우위에 있다. 음양으로 얘기하자면, 교감신경이 양이고,부교감신경이 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수많은 근육들도 길항작용에 의해 움직인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거나 마우스를 클릭하기 위한 작은 손가락 움직임조차 길항작용에 이상이 생기면 제대로 되지않는다. 근육을 펴는 작용을 하는 신근 (伸筋, Extensor muscles)과 구부리는 작용을 하는 굴근 (屈筋, Flexor muscles)이 동시에 작용해야, 걷기도 하고 가방을 들기도 한다.뭔가를 들기 위해 팔을 구부릴 때, 상완의 앞쪽 근육은 수축되고 뒷쪽 근육은 펴진다.다리의 무릎 관절을 구부릴 때는 허벅지 앞쪽의 근육이 펴지고 뒷쪽 근육이 수축된다. 관절을 굽히는 동작을 할 때, 굽히는 작용을 하는 굴근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펴지는 작용을 하는 신근도 같이 작용한다. 굴근과 신근의 경우에는 어떤 것이 양인지,음인지 확정짓기 어렵지만, 음양처럼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것들이 같이 작용하면서 하나의 동작을 이룬다. 

요즘 시대는 양의 과잉 시대인 것 같다. 누구라도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는 자세로 살아가고 늘 어딘가에 쫓기듯, 아니면 뭔가를 향해 쫓아가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음은 어두움을, 양을 밝음으로 구분한다고 했다. 언뜻 생각하기엔, '그렇다면 어두움보다 밝음이 좋으니까 음보다 양이 더 좋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음양에는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다는 것이 없다.음이든 양이든 어느 한쪽이 과잉이면 이미 불균형 상태고 건강하지 못한 상태인 것이다. 바쁘고 열심히 살아가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쉼’이 반드시있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일하면서 웅크렸던 자세도 하늘을 보면서 쭈욱 펴보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동작 하나에도 수많은 근육들이 음양을 이루며 길항을이루며 움직이고 있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며 공원 한바퀴, 동네 한바퀴라도 돌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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