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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a J Nov 12. 2017

임상 실습과 라이센스 시험

미국 한의대와 한국 한의대의 커리큘럼에서 큰 차이는 임상 실습에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한의대, 적어도 캘리포니아 주의 미국 한의대의 커리큘럼은 크게 한의학 과정과 양방 이론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한의학 과정이 많은 부분 차지하지만, 서양의학의 해부학, 생리학, 진단학 등도 많은 시간 이수해야 한다. 그 외, 라이센스시험이나 실제 임상에서 그다지 필요하지 않는 이론 과정 (한의학 역사라든지 철학이라든지)은 생략되어 있는 대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임상 실습이 포함된다. 


임상 실습은 몇 단계로 나뉘어지는데, 첫번째 임상은 Observation, 지도 교수나 선배 한의대 인턴들의 임상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임상 실습이 시작된다. Observation 단계가 지나면, 실제로 환자들을 대하고 치료를 하게 되는 임상 실습을 하게 되는데, 이 때는 지도 교수의 지도와 감독 아래서 조심스럽게 환자를 치료하게 된다. 마지막 단계는 지도 교수의 감독과 지도는 여전히 있지만,이전 단계보다는 더 독립적으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모든 임상 실습 과정은 개인이 어떻게 임상 실습 시간을 운용하는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대체적으로 2년 정도의시간을 필요로 하게 된다.


내 경우를 돌이켜보면, Observation에서는 자세한 진단과 치료 과정보다는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본 계기가 되었다. Observation은 말 그대로 지켜보는 것이라서, ‘이런 거구나’라고 임상에 대한 맛을 보는 수준으로 부담이 없지만, 내가 직접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를 해야 할 때가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론 수업에서 진단과 치료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우지만, 실제의 환자들은 내가 배운 대로의 병증을 갖고 내 앞에 나타나지는 않는다. 환자를 앞에 두면, 머릿 속이 하얘지는 경우가 많고, 어디서 어떻게 접근하고 치료해야할지, 당황스러워지는 경우도 있었다. 당황스러움으로시작된 임상 실습이지만, 내가 배운대로 한의학적인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했을 때, 환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때는 희열과 함께 자신감도 +1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거듭 치료를해도 아무런 차이가 보이지 않을 때는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고, 이런 롤러코스터 타기를 거듭하게 된다. 사실, 이런 일은 지금도 거듭되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임상 실습을 통해 그런 경험을 거듭하면서, 한의사라는 업에 대해 현실적인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인들이 운영하는 한의대라고 해서 환자들이 한인들만 오는 것이 아니다. 지도 교수들도 한인, 중국인, 영어를 쓰는 미국인들이 섞여있고, 환자들과도 대부분 영어로 소통하게 된다. 한인타운 한 가운데 있는 한의대라고 하더라도 한인 환자는 일부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환자는 한국어를 모르는 타인종들이다. 한국어로 공부했든, 중국어로 공부했든, 기본적인 한의학 용어는 영어로 익혀야 되는 것은 필수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한국인 혹은 한인 (미국 재외동포)들은 한국어와 함께, 한의학에 필요한 한자, 한의학적 용어와 설명을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당연히 길러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무리 미국이지만, 한의학 서적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자를 몰라서는 충분한 이해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되고, 일반적인 영어 소통 능력이 원할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한의학적인 설명을 영어로 간단히 할 수 있어야 미국에서 한의사 생활을 할 수있지 않을까. 한인 타운 내에서 한인들만 상대로 하는 한의사들 중에는 영어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한인 타운 내에서 한인들만 상대하기엔 미국이 너무나 넓다


임상 실습이 거의 끝나갈 때쯤이면, 주 라이센스 시험을 앞두게 된다. 1년에 두 번 있는 캘리포니아주 라이센스시험은, 한 번은 주 수도인 새크라멘토에서, 한 번은 엘에이 근처에서시행된다. 


나는 시험이 열리는 새크라멘토에 두 차례 간 적이있다. 한의대를 막 시작했을 때, 우연히 함께 새크라멘토로 가게 되어 시험장 밖 풍경을 볼 수 있었는데, 내가 가졌던 생각과는 다른 광경에 놀라고 미국의 한의학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미국에서 치러지는 미국 라이센스 시험이라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영어권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한의대는 한인이 운영하는 곳, 중국인이 운영하는 곳, 미국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나뉘어지고, 한인이나 중국인이 운영하더라도, 한국어나 중국어 과정 없이 영어로 모든 교육과정이 이뤄져 있는 곳들이 많은데다가, 한국어나 중국어 과정이 있어도 영어 과정은 대부분의 한의대에 개설되어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 시험은 같은 내용으로 세 가지 언어로치러진다. 영어, 중국어, 한국어. 어느 특정 언어를 구사하는 인구가 일정 비율 이상 있을 때는 해당 언어로 시험이 치러질수 있는데, 중국어와 한국어는 아직까지 캘리포니아에서 많은 중국인과 한인들이 한의학을 공부하기 때문에 현재까지는중국어와 한국어 시험이 존재한다. 한 때, 시험을 영어로 통일하자는의견도 acupuncture board 에서 나왔던 적이 있고, 앞으로 그렇게 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중국어와 한국어 시험을 고수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 한동안은 중국어와 한국어 시험이 존재할 수있을 것 같다. 


내가 시험을 보기 위해서 시험장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로 영어권 시험장이 제일 컸다. 정확한 비율을 계산해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전체를 10이라고 했을 때, 5~6 정도는 영어권,3~4는 중국어권이고, 한국어 시험을 보는 인원은 겨우 1~2 정도에 불과하지 않을까. 간혹, 엘에이 같이 한인들이 집중된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한의학에서 한인이나 중국인들이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영어를 하는 미국인(비중국인, 비한인)들이 훨씬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미국의 한의학은 중국인, 한인들만의 것이 아니다. 다시 한 번 더 말하지만, 미국은 너무나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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