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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Jul 19. 2023

놀면 뭐하니

잘 노는 애 




20년 된 임관모자와 학습지 홍보 바람개비


놀이치료실에는 다양한 놀잇감들이 있다. 


역할놀이 세트, 운동 세트, 만들기 세트, 각종 블럭, 보드게임, 감각놀이, 악기, 미술 도구 등 요즘 잘 나가는 산리오, 원래  잘 나가는 뽀로로, 제법 값 나가는 자동차로 가득하다. 


그런데 의외로 인기 있는 것들이 있다. 집에 굴러다니는 신랑의 군대 임관모자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꽤 있다. 경례를 하고 군인 말투를 쓰면서 깔깔깔 웃는다. 나 역시 군인 아저씨가 되어 경례를 하고 훈련병이 되어 훈련한다. 사격훈련을 하는 장면에서는 스폰지 총이 등장하고, 유격훈련 장면에서는 고리 던지기 세트가 등장한다. 우리는 임관 모자하나 쓰고 육군, 해군, 공군에 입대한다. 


길거리에서 학습지 홍보하시는 분들이 바람개비 두 개를 주셨다. 별 생각없이 놀이치료실에 두었다. 어느 날 바람개비가 하고 싶다는 아이와 함께 40분내내 바람개비 놀이를 했다. 어찌나 재미있었는지 40분이 훅 지나갔다. 입으로 호호 불다가 부채와 손 선풍기로 바람개비 돌리기, 앉았다가 일어나면서 돌리기, 뛰면서 돌기기 까지 다양하게 바람개비 놀이를 했다. 


돌아보면 유명한 캐릭터, 유행하는 놀이감, 비싼 놀이감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누구와 어떻게 노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아이들이 잘 놀았으면 좋겠다. 행복과 즐거움이 충만한 놀이, 갈등과 문제해결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놀이, 사람과 함께 노는 것의 즐거움을 아는 놀이를 하면서 성장했으면 좋겠다.


말로는 어려운 것이 아닌데 육아의 현장에서는 어려운 종목이 놀이다. 

모자만 써도 즐겁고, 바람개비만 돌려도 행복하다는 것을 아이와 부모가 알고 느끼고 살았으면 한다.  


아이들이 잘 노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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