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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Jul 18. 2023

다운증후군의 수명을 아세요?

다운증후군 엄마의 고백





아이의 놀이치료 시간이 끝나면 부모님과의 상담이 이어진다. 초보 놀이치료사 시절 아이들의 놀이치료도 어려웠지만, 부모님 상담은 더 어려웠다.  


늘 밝고 명량하게 놀이치료실에 들어오는 친구는 다운증후군이었다. 우리는 온몸으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깔깔깔 대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부모님과의 상담시간이 되었다.


그날의 공기, 그날의 옷차림, 그분의 표정, 그곳의 냄새, 나의 최선의 대답 “네” 까지 그대로 떠오른다.


(허락을 받았으며, 약간 각색됨 )


그분 : 선생님 다운증후군 수명이 몇 살인지 아세요?

 나 : 55세 전후로 알고 있습니다.

그분 : 맞아요. 너무 다행이죠

    나 : (뭐가 다행인지 몰라서) 네?

그분 : 제가 더 오래 살 수 있잖아요.

    나 :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서) 네......

그분 : 장애 부모들은 아이보다 하루 더 살고 싶은 게           소원인 것은 아시죠?

    나 : (너무 많이 들은 소원이라 알고 있으니) 네.

그분 : 저희 부부는 건강 관리 많이 해요.

           우리랑 아이랑 30살 차이 나요. 우리가 먼저              보내줄 수 있어요.

    나 :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울음을 삼키며) 네.

그분 : 안 우셔도 되는데. 저는 이게 너무 다행이에요           나 죽으면 아이는 어쩌나... 하는 걱정을 안 하           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그냥 한평생 이 아이랑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면  되잖아요. 요즘은 80도 젊더라고요.

   나 : (울음을 삼키지 못하고 눈물을 떨구며) 네.

그분 : 의술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늘어났으면 좋겠             고, 다운증후군의 수명은 안 늘어났으면 좋겠            어요.

    나 : (눈물 콧물을 닦으며) 네.

그분 : 저는 신생아 때 다 울어서 이제 안 울려고요.              웃으면서 살라고요.

    나 : (애써 웃으면서) 네.     


올해 20대 중반쯤 되었을 것이다. 인생의 반 정도를 살아 낸 아이와 부모님이 어떻게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문득문득 궁금하다. 분명 오늘도 건강하고 엄청 행복한 날을 살고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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