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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Jul 13. 2023

다시 읽은 헤르만 헷세의 소설

내 최애 소설 중 하나인 '데미안'

오늘은 내 안에서 항상 의문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어떤 문제를 책 읽기를 통해 깨달은 날이었다.

정확히 말해서 어렴풋하게 머릿속에 자리했던 의문부호가 드디어 해결된 듯한데, 그런 점에서 이 또한 운명적 발견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부터 아주 많이 좋아했던 책 중 하나인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을 다시 읽게 된 건 아주 우연이었는데, 어스름한 기억에만 있었던 데미안의 내용이 새삼스러워지며 읽기에 몰두하던 중 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계속 떠 올랐고, 내가 '우... 웅'을 읽으면서 어디선가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란 의아심을 가졌던 것이 결코 착각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일 수 있을 듯싶다. 


주인공 싱클레어가 친구인 데미안을 만나면서 정신적 성숙을 완성시켜 나가는 성장소설의 표본이 되곤 하는

헷세의 이 소설은 단순히 성장 소설의 全範일뿐만 아니라 우리들에게 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중요한 의문을 던지는,  신을 바라보는 다원론적인 인간의 모습을 조망하는 훌륭한 교과서로써의 역할로도 그 귀중함이 막대하다 할 수 있을듯하다. 


무엇보다 먼저 난 이 책을 읽으며 내가 항상 느껴왔던 ' 왜 나는 인간들에게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나'라는 의문이 풀렸다. 

이 책에 의하면 인간은 이마에 자기와 같은 '영혼의 표지'를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을 찾게 되는데, 그 얘기는 다름 아닌 자신과 통할 수 있는 사람, 즉 요즘 유행하는 말로 옮기자면 코드가 맞는 사람을 찾으려는 노력이다라는 거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라는 의문에 대해서 고찰해 보자면 우리 인간들은 물질적 욕망, 명예욕, 지식욕 등 많은 욕망을 주체 못 하는 존재이지만, 그중에서도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발견하려는 욕망이 그중 최고가 아닐까 싶다는 생각을 되짚게 된 것이다.  


그러기에 혼자 못 살고 다들 짝을 이뤄가며 사는 것이고, 그 짝을 발견하기 위해 숱한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했던 내 생각이 명료해졌다.  

또한 그러기에 같은 이유로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 짝지었던 사람과 서로 갈등을 느끼고 헤어지기도 하고, 또 다른 상대를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라는, 그것이 대개는 다른 性이지만 또 어떨 땐 같은 性일

수도 있으며 그렇게 인간은 인간과 부딪히며 찾아가는 존재 뭐 그런 것 아닐까 하는 내 생각을 뒷받침해 주는 그런 내용을 발견했으니 내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신에 대해서만 해도 내가 평소 가지고 있었던 신의 존재에 대한 생각이 그저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음을 일깨워 주는 그런 공감을 느끼면서 그야말로 운명적 만남이란 표현까지 쓰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인식의 전환에 대한 경험을 일찍이 내가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소설로 인해서라는 기억이 희미하게 떠 올랐다.  

흔히들 대다수가 옳다고 지지하는 것이 다 맞는 것은 아니다는 단순한 듯싶지만, 용기와 희생까지도 요구되는 그러한 진리를 배우게 된 것이다. 

그런 이유로 다른 사람들을 쫓아 따라갈 것이 아니라 깊이 사고하고 판단하여 자신만의 것으로 완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함도 바로 이 소설로 인해 알게 된 수확이었으며, 지난한 삶의 여정에서 우리의 의식을 발전시키고, 거기에 깊은 사유에서 얻어지는 진정한 깨달음까지, 바로 그러한 과정이 우리들의 진정한 성숙임을 알게 해 준 귀중한 참고서로도 대단히 만족스러운 소설임이 분명해졌다.


있는 그것만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과는 분명히 차별화되는 치열한 삶에 대한 성찰과 새로움에 대한 노력은 많은 희생을 담보로 하여서만이 가능한 것임을, 그렇게 우리들은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우리 자신을 깨고, 우리 주변 환경을 깨고 과감히 모습을 드러내야만 함을 가르쳐준 소설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이 소설은 나라는 인간에 대해, 또 주변의 인물들에 대해, 앞으로의 삶에 대해 많은 절망과 희망을 넘나들며 그렇게 내면의 소리에 충실하는 삶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던 소중한 보물이며, 오늘의 나를, 또 앞으로의 나를 이끌 그러한 선도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확신했다.


이 소설에서 특히나 감동적이었던 글귀를 옮기며 글을 마칠까 한다. 


내면(內面)으로의 길을 찾는 사람에게는

열렬한 자기 침체 속에서

자기의 마음은 신과 세계를

형상(形象)과 비유로서 만이 보겠다는

지혜의 핵심을 깨닫는 사람에게

온갖 행위와 사고는

세계와 신을 포함하는

자신의 영혼과 대화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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