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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Jul 31. 2023

너무도 매력적인 퀼트 같은 작품

폴 오스터의 소설 '신탁의 밤'


세상에는 정말 뛰어난 이야기꾼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를 집어넣고, 또 다른 이야기를 또 집어넣으므로 우리들을 다소 헷갈리지만 진정 흥미만점의 바다로 풍덩 빠트린 이 소설의 작가 폴 오스터 또한 이 시대의 탁월한 이야기꾼이 확실한 듯하다. 


그런데 이 작가, 다른 작가와는 또 다른 매력이 철철 넘친다. 

뭐랄까? 내가 한때 꽤 좋아했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약간은 우화적인 글을 쓰는 이상주의 작가이고, 파울로 코엘료가 거친 생의 다양함에서 비롯된 무한한 경험을 펼쳐 놓으면서 하나를 위한 지향점이 뚜렷한 작가라면, 또 알랭 드 보통이 솔직 담백하면서도 유머가 넘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물을 파헤치는 예리함이 빛나는 작가라고 보이는 것에 반해 이 작가는 이 모두를 적절히 혼합해 놓은 듯하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개성 없어 보인다는 말은 절대로 아니고, 차라리 그 반대다.


많이 우화적이면서 현실적인 듯해 보이고, 그러면서도 생의 녹록지 않은 관조를 드러내는 깊은 맛이 느껴지며, 아주 극히 사실적이어서 마치 눈앞에 어떤 인물이 잡힐 듯하고, 또한 무척이나 날카로운 듯하다. 

유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거기에 하나 더 첨가하자면 냉소적인 듯하면서도 참으로 인간에 대한 시선이 따뜻하기까지 하다.

하여간 재주로 똘똘 뭉쳐진 또 하나의 멋진 작가인지라 그의 작품 역시 기회가 될 때마다 두루두루 읽어볼 참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렇게 새로운 발견을 향한 나만의 탐험이 되는 것이며 늘 가슴 설레고, 이게 좀 넘치다 보면 나 자신이 폭발할 것 같은 찐한 전율감마저 주는 최대의 유희가 되는 것이라 여겨진다. 


사실 난 영화 보기도 아주 좋아하지만 만약 영화 보기와 책 읽기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고즈넉한 밤에 나지막한 소파 위에서 책을 읽는 것이 어둠 속에서 영화를 보는 것보단 행복감을 더 준다고 말하겠다.


다시 소설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소설 ‘신탁의 밤’은 그냥 편하게 앉아 읽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책은 분명 아니다.

다소의 집중을 요하고, 또 삶의 의외성에도 어느 정도 동감해야 스토리를 끝까지 따라갈 수 있으며, 철학적

사유에 대해 냉소적이지 않은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독자에 따라 한 없이 단순하게만 받아들일 부류와 좀 더 깊고 은밀한 바닥으로 나동그라질 부류가 있을 게 확실하고, 어떤 이들은 이 책의 구성부터 세세한 내용 모두에 감탄과 찬사를 보내는 반면 어떤 이들은 많이 삐딱하게 불편해 할 수도 있을 듯 보이기도 한다.


물론 나처럼 호기심 많고 세상에 흘러 다니는 뭔지 모를 기운에 늘 이목을 주시하고 있는 사람에겐 이런 류의 책이 딱이긴 하다. 

난 나 자신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세상의 한가운데에 기꺼이 내놓을 준비가 되어있기에 아무런 두려움 없이 그저 숨 막히는 흥분만으로 이 책을 끝마쳤음을 고백해야겠다. 

역시 기대대로 나의 이러한 동참에 이 소설은 신비와 불예측성, 그리고 아이러니와 역설로써 명쾌한 보답을 해주었다는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고.


이 책의 효용성에 대해 한 마디 덧붙이자면, 이 책은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이런 소설의 작법이 있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선심까지 베푼다는 것이 그것이다. 아주 소상하게 작가의 내면과 글쓰기 과정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말이다. 


또한 작가는 현재와 과거, 거기에 미래까지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려는, 아니 연결하고 있는 우리들의 의식을 그대로 표출하므로 우리가 현재에 발붙이고 있다고 해서 현재만을 산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명확히 말해준다. 

더불어 우리가 언뜻 이해하지 못한다고 여겨지는 부분들도 우리의 의식 안에 머물다 언젠가는 도드라질 수도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바로 그런 점이 이 작가의 탁월성이 아닐까 여겨졌다. 대단한 흡인력과 관찰력, 그리고 감성과 재주를 드러내며 꽤나 설득력까지 동반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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