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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Jul 26. 2023

리비에라 마야 여행 중

라틴요리에 도전해 보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이제 남은 시간이라곤 달랑 이틀 뿐. 

'이틀 동안 우리가 힘쓸 건 딴 게 없다. 좀 더 맛있는 요리를 맛보고 추억을 만드는 것 외엔!'이란 생각으로

남편과 나는 구미 당기는 음식에 탐닉했다. 

그 결과 늘 가던 뷔페를 뒤로 하고 화요일 아침 우리는 ‘로열 서비스’ 전용 식당을 찾았다.  


먼저 메뉴를 살핀 다음 각자 먹고 싶은 걸 주문했는데 결과적으로 너무 많은 음식을 주문한 건 맞지만, 그럼에도 후회는 없었다. 

이런 기회라는 게 날이면 날마다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얻게 된 기회를 날려버릴 만큼 우리 둘이 박애주의자(세상의 다른 한쪽에선 밥도 제대로 못 먹는 사람들도 있다는 현실을 늘 되새기는)도 아니니 죄책감은 잊고 그저 이 순간을 즐기기로 맘먹었으니까.  


이곳은 성인전용인 '라 펠라 호텔'이란 표시.

                                        


그리고 그날 우리는 점심도 알차게 먹고 과일로 입가심까지 확실히 한 후, 호텔에 피어 있는 꽃분홍 빛의 특이한(꽃분홍 겉잎 속 앙징맞은 작은 꽃송이는 또 뭐냐고?) 꽃을 감상하고 사진에도 담으면서 한가로운 시간을 가졌다.

물론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다 선탠도 하다 독서도 하다 오수도 즐기다 하면서…


그런데 이 여행에서 얻은 것 중 한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그동안 옆에서 누가 하는 것만 구경하던 ‘수도쿠’를 직접 해봤다는 것이 있겠다. 

그리고 뭐든 한 번 빠지면 한동안은 물불 못 가리는 내 성정대로 몇 날 며칠을 수도쿠에 빠졌지만 매일매일 주는 복사된 신문 귀퉁이에 있는 것(초보자와 숙련자를 위한 두 개)만 하려니 간에 기별도 안 가는 듯 여겨져 애가 닳았는데, 그걸 본 남편이 영어판에는 두 개지만 서반어판에는 네 개인 걸 발견해 매일매일 애써 그걸 찾아다 줘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역시 내 편은 남편 밖에 없다는 걸 찐하게 느꼈던 순간이었다!^^


지금은 이름도 가물가물하고 맛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 음식과 디저트. 하지만 어떠랴? 그땐 좋았다는 기억은 선명하니~


그리고 그날 저녁, 우리는 함께 현지여행을 가면서 알게 된 퀘벡 부부에게 전해 들은 ‘라틴 요리 식당’에 가 저녁을 먹었다. 

그들 말에 의하면 지금까지 먹어봤던 호텔 식당 중 그곳이 가장 맘에 들었다고 해서 말이다. 

만약 그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우린 그곳 말고 멕시칸 식당이나 레스토랑 ‘더 그릴’에 한 번 더 갔었을 거다.

하지만 우연히 그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식당 이야기가 나왔고, 그 덕분에 그 레스토랑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게 된 것이니 어디서든 정보를 서로 공유하려는 의지와 실천은 중요하다 여겨진다! 

그 결과 그때까지 저녁을 먹었던 레스토랑의 순위가 또 변하고 말았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멕시칸 레스토랑이 최고였는데… ㅎ 


맛도 맛이지만 음식을 내놓는 프레젠테이션 하며, 생전 처음 맛본 독특한 버터(내 저질 기억력으론 각각의 이름이 전혀 떠오르지 않지만 암튼 세 가지였는데 다 맛이 좋았다!)와 색감도 기가 막혔던 비트 슾, 그리고 환상적인 디저트까지 그야말로 둘이 먹다 둘 다 죽어도 모를 기가 막힌 저녁식사였다는 진실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식당은 특이하게도 셰프가 직접 레스토랑 중앙에 자리 잡고 요리를 만들어 내 오기도 했는데 그런 발상도 새롭게 느껴졌고, 꽤나 인상적이었다. 



흡족한 식사를 마친 남편과 나는 흡족한 마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날의 쇼를 기다렸는데 아쉽게도 그날은 별다른 쇼가 없었나 보다. 

기억이 가물가물해 찍어온 사진을 들춰보니 쇼에 대한 사진은 단 한 장도 발견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제 완전한 하루라곤 내일 단 하루만을 남겨놓은 우리는 다소 불안한 심정으로 잠자리에 들었음이 분명하다. 

이건 가물가물하지 않고 정말 뚜렷하게 그랬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너무도 생생했던 기억으로 남아있기에!~  


그렇게 단 하루 밖에 남지 않은 밤은 우리를 슬프게 만들었고, 그럼에도 속절없이 밤은 자꾸 깊어만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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