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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Sep 30. 2022

지중해 크루즈 이야기 18

크루즈 여행 그 이후의 이야기 3

2022년 9월 6일(화)


이번 이탤리 여행에서 가장 반한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신선한 야채 본연의 맛이었다! 특히 토마토가 어찌나 맛나던지.


다음 날 로마 관광을 떠나기 전 우린 호스텔 조식을 맛보기로 했다.

1인당 8유로라는 아주 혜자스러운 가격도 맘에 들었고, 미리 슬쩍 눈팅하러 갔던 남편이 가격 대비 괜찮아 보인다고 해서 그러기로 결정한 것이다.


단정하게 차려진 단출한 뷔페에서 음식을 고르고, 커피 머쉰에서 카푸치노를 뽑아 자리에 앉았다.

우리가 앉은자리에서 바깥 풍경이 바로 보였는데, 알록달록한 야외 테라스도 눈에 뜨였지만 그것보단 그 뒤의 오래된 건축물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풍경에 취해, 신선한 이탤리 야채에 취해 조식을 끝내고 룸으로 돌아왔다.


오늘 우리가 구경할 곳은 크게 세 곳으로 압축할 수 있었다.

로마패스를 이용해 가장 요금이 비싼 콜로세움 통합권은 콜로세움만 빼고 이미 무료로 관람했고, 그다음 50% 할인을 기대하며 '보르게세 미술관'(The Galleria Borghese)을 이미 몬트리올에서 예약해뒀었다. 

원래는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 팔라티노 언덕을 구경한 다음 같은 날 오후에 구경하려고 느지막하게 오후 4시에 예약을 해놔서 그날 아침에는 '산탄젤로 성'(Castello Sant' Angelo)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리고 세 곳 중 나머지 한 곳은 나보나 광장 주변이었다. 


호스텔을 나와 버스 정류장까지 조금 걸어 우린 버스에 올랐다.

어제부터 궁금한 거였는데 왜 이탤리 버스는 아무도 태그를 안 하는 건지. 전 날 우린 버스에 올라 한참을 헤맸었다. 어디에다, 어떻게 태그를 해야 하는 건지 말이다. 

기사도 전혀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고, 우리 같은 관광객 말고 일반 시민으로 보이는 이들 중 그 누구도 버스에 올라 어떤 행동을 취하지 않았어서 더욱 의아했었다.

그런데 잠시 후 '산탄젤로 성' 정류장에 내린 우린 그 이유를 곧 알게 됐다.


이탤리(어쩜 로마만?)는 버스 승하차 시 어떤 행위도 필요치 않았지만 가끔 검표원들이 정류장에서 내리는 승객들에게 버스표를 확인한다는 사실을 말이다(뒤로 내리려고 했는데 문이 안 열렸고 검표를 위한 조치였다는 것도 알게 됐다).

승객 전부는 아니고 아무래도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 위주로 검표를 하는 듯 보였는데, 우린 당연히 로마패스를 가지고 있으니 그걸 보여주면 그만이었다.


산탄젤로 성에 도착해 로마패스를 보이고 우린 50% 할인을 받아 1인당 6유로의 입장요금을 지불했다. 

산탄젤로 성은 원래 황제들의 납골당, 묘지로 사용했던 곳이라는데, 로마에 흑사병이 돌자 천사 미카엘이 이곳에 나타났고 그 후 흑사병을 물리쳐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고 한다. 연음이 되어 산탄젤로지만 원래는 천사 성인이란 뜻으로 세인트+안젤로다.

또한 이 성은 교황을 보호하기 위해 바티칸과 연결된 길을 통해 실제 교황 클레멘스 7세가 피신한 장소기도 하다고.


낭만적인 산탄젤로 성 내부 카페 모습.
이곳에 나타났다는 미카엘 천사의 모습.
산탄젤로 다리에 베르니니와 그의 아들, 제자들이 만들었다는 10개의 천사상이 있었다는 걸 후에 알았다.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해선 관심 갖지않고 그냥 천사들인가보다 했었는데 말이다.


성 자체도 볼거리 가득하지만 성 위에서 산탄젤로 다리를 내려다보면 경관이 훌륭한 건 물론, 바티칸이 아주 가깝게 보이면서 시야가 훤해진다.

우린 그곳에서 제법 오랜 시간을 보내다 나왔고,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나보나 광장에 도착해 있었다.


넵툰 분수의 모습.
산타 마리아 노벨라 바로 앞에 있는 것이 세계 4대 강을 상징한다는 베르니니 작품의 '피우미 분수'다.


분수의 시원한 물줄기를 눈과 귀로 감상하며 우린 근처에 있는 '산타녜세 인 아고네 성당'(Chiesa di Sant'Agnese in Agone) 안으로 들어갔다.

아녜스 성녀를 기리기 위해 지워진 이 성당은 베레느니와 앙숙이었던 보로미니가 설계하고 만들었다는데 돔도 멋졌지만 무엇보다 그 화려함이 대단했다.


성녀 아녜스 모습.

그 위용과 화려함에 눌려 급 피로감이 우리 둘 다에게 몰려왔다.

밖으로 나온 우리는 그 근처에 있는 또 다른 유명 성당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성당'(Chiesa di San Luigi dei Francesi)을 찾았지만 그곳은 문이 닫혀 있었다. 오후 2시 반에 오픈한다고 하는데 우린 그곳에 계속 머물 수가 없다(는 슬픈 현실이 존재한다).


해서 우린 다시 길을 나섰고, 여러 구경거리를 지나쳐 점심 식사를 위한 식당으로 향했다.

역시 남편이 구글로 검색한 식당이었는데, 바로 건너편의 레스토랑은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비해 이곳은 달랑 우리 둘 뿐이었다. 

약간의 불안감을 어정쩡한 미소로 대체하며 우린 음식을 주문했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꼼짝 않던 거리 공연자가 관광객이 함께 사진을 찍자는 말에 냉큼 움직이더라는... ㅎ
우리의 식당 모습.
길 건너 식당 모습.


차례차례 나오는 음식은 다 정갈해 보였고, 맛도 좋았다.

제일 먼저 등장한 건 에피타이저인 '브뤼쉐타'. 역시 토마토가 정말 신선했다.

그다음 나온 내가 주문한 해산물 파스타도 괜찮았고, 나폴리에서만큼은 아니지만 피자맛도 웬만했다.

그리고 디저트로 주문한 이 집의 시그네쳐라는 '티라미슈'는 아주 훌륭했고, 커피도 맛이 좋았다.

결론적으로 우린 건너편 집보단 이 집이 더 낫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물론 우리 맘대로였지만! ㅎ


우리가 첫 손님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올 무렵 제법 많은 사람들이 식당으로 몰려들었다.


이제 배도 채웠으니 우린 또 슬슬 걷기 시작했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가 될 '보르게세 미술관'을 향해서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느긋하게 말이다.


점심시간만 되면 어김없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곳은 바로 '샌드위치 샵' 앞이었다. 합리적인 가격에 맛도 훌륭하다는데 우린 한 번도 맛보지 못했다는 슬픈 고백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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