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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Nov 15. 2023

늦가을 정취에 맞닥뜨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소회(所懷)와 더불어 묻어나는 쓸쓸함이라니~

여행은 늘 설레고 즐겁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다 보면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대한 무심한 당위성이 느껴질 때가 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이라고 할 수도 있을 거 같고, 그래야만 해야 할 거 같은 마땅함 같은 느낌?

맛난 걸 먹어도 가족 생각이 나고, 한편으론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론 마냥 편치 않고 왠지 모를 죄책감 같은 거 말이다.


그래서 떠날 때의 설레임도 좋지만 돌아올 때의 홀가분함 역시 좋다.

가족들을 챙기고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 역시 소중한 체험이 분명하다.

이에 더해 이번 늦가을엔 분명한 어떤 감성이 날 휘감았다.

바로 '쓸쓸함의 핍진성'.

풀어 말하자면, 쓸쓸함을 말할 때 보통 우린 우울함과 동반된 개념으로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쓸쓸함이란 그보다는 더 높은 차원의 내적인 충만감으로 다가오는데 바로 그와 같은 찐감성.

내 안에서 휘몰아치다가 마침내는 시원하게 내장을 청소해주는 듯한 음악을 만났을 때 느껴지는 기분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런 이유로 내가 좋아하는 감성 역시 쓸쓸함이라고 난 정의하고 있다.

청아하면서도 애잔하고 아련함과 동시에 신비스러운 그런 감성 말이다.

드뷔시의 '달빛'이 그렇고, 말러의 '아다지에토'가 그렇고,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모짜르트 '피아노 콘체르트 23번 2악장', 바흐의 '에어'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내 최애 음악들이 그러하다고 믿고 있다.


이 늦가을, 분명 난 여기저기 흐드러져 있는 낙엽들을 보면서, 콧속을 강타하는 싸늘한 기운을 접하며, 심히 '쓸쓸함'에 천착하게 된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찐감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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