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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Dec 18. 2023

리스본 여행 다섯째 날(23/11/3) 그리고 다음날

어마어마한 해산물 창고 'Ribadouro' 레스토랑

드디어 손꼽아 기다리던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우린 조금 일찍 저녁을 먹는 사람들이라 보통 저녁 식사보다 이르게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산책하면서 봐뒀던 호텔에서 약 550미터 정도 떨어진 걸어서 6분 걸리는 그곳(Ribadouro Restaurant)에 말이다.


안내를 받고 입구에서 가까운 호젓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내 뒤로는 수족관에서 랍스터들이 잠들거나 쉬고 있었고, 조금 안쪽으론 새우, 게, 거북손, 소라 등이 질서 정연하게 드러누워 있었다.

사진으론 잘 보이지 않지만 내 생애 그렇게 큰 새우는 처음 보았다. 자그마치 20센티 크기에 통통한 새우가 탐스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내부 해산물을 구경하고 자리를 잡은 나는 메뉴를 보면서 뭘 먹을까 고심했다.

게를 먹는 건 확실한데, 아쉽게도 털게는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이 생일 선물로 돈을 줬고, 그걸로 맛난 걸 사 먹으려고 했는데 말이다.

할 수 없이 차선책으로 Dungeness crab을 선택했다.

남편은 간단하게 대구요리를 먹겠단다.

야채가 필요할 듯해 우린 토마토를 곁들여 먹기로 했다.


생각만큼 내장은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았다.


드디어 음식이 나왔고, 내가 선택한 게(요리 전에 사이즈를 보여주고 가격까지 말해준다.)였지만 엄청난 크기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속까지 다 까발려지니 훨씬 크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속으로 입맛을 다시며 난 게요리에 빠져들었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역시!' 하는 감탄사가 나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통통한 살과 내장을 섞어 먹으며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한참을 먹어도 줄지 않는 게를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게를 좋아하는 가족들 얼굴이 하나씩 뇌리를 스쳐 지나가고,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엄습했다.

함께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에서부터 나 혼자 배불러 터질 지경이 된 것까지 모든 게 다 안타까웠다고나 할까?


그래도 이왕 돈 주고 주문한 거 최대한 열심히 먹자를 반복하며 계속 먹었다.

남편은 단 한 점의 게살도 먹지 않았고, 그 큰 게를 나 혼자 처치(?)하자니 처음의 그 만족감이 점점 반감되는 걸 느꼈다.

누군가에게 무척이나 달갑고 귀했을 게 분명한 게살점이 내겐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남기기엔 너무나 미안해서(물론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가족들) 꾸역꾸역 먹었다.



식사를 다 마치고 도저히 배가 불러 디저트를 먹을 수가 없었다.

해서 우린 계산을 마친 뒤 바로 밖으로 나와 산책하기 시작했다.

어둠 속 조명으로 더욱 찬란해 보이는 명품샵들과 각종 샵을 구경하고, 거리를 구경하고, 사람을 구경하며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날 비행기가 6시 출발이라 우린 새벽 2시에 웨이컵콜(Wake-Up Call)과 택시 콜을 부탁했다.

잠들기 전 짐을 거의 다 정리해 놓았고, 약 5시간 정도 잠을 잔 후 일어나 신속하게 움직여 로비로 향했다.

시티택스 4유로를 지불(이전 호텔에선 4박이라 16유로)하고 대기해 있는 택시에 올랐다.

마르커스 드 폼발 호텔에서 리스본 공항까지 택시비 18유로를 지불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른 시간임에도 공항엔 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리 비행기는 리스본에서 독일 뮌헨을 거쳐 몬트리올로 가는 일정이었다.

뮌헨 공항에 도착해 절친에게 전화를 했다.

중학교 동창인 그녀는 마인츠에서 유학 후 사업을 하다 은퇴를 고려 중인데 내가 뮌헨에 있다니 놀란 눈치였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 중인 걸 알았지만 독일에 잠시나마 머무를 건 예상치 못해서였다.


우린 신나게 이런저런 이야길 나눴고, 그렇게 뮌헨 공항에서 시간을 조금 보낸 후 다시 비행기에 올랐다.

드디어 집으로!

아직은 실감 나지 않았지만 꿈같았던 19일을 반추하며 동시에 현실로 돌아오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믿는다.

여행을 끝낼 때 늘 그렇듯이 말이다.


난 독일빵을 아주 좋아하는데 샌드위치만 있을 뿐 빵을 따로 구매할 순 없었다는 슬픈 소식을 전한다!
독일 물가는 실로 놀라웠는데 이게 8유로 95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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