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마약대모 이야기
'나르코스'를 비롯해 넷플릭스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중남미 마약 이야기는 꽤 있지만 얼마전 출시된 시리즈 '그리셀다'는 여자 마약상에 관한 이야기다.
자신을 이용하는 쓰레기 남편에게 분노한 그리셀다는 그를 살해하고 아들 셋과 정들었던 땅 콜롬비아 메데인을 떠나 미국 마이애미에 정착하게 된다.
70년대 말이 주요배경이고, 실제 있었던 일을 어느 정도 각색한 건 맞지만 당시의 상황을 잘 고증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물론 피 튀기는 잔인한 장면 빼고 하는 말이다.
이 시리즈는 모두 6부작으로 마약상 남편을 뒀던 여자가 어떻게 거물 마약상이 되는지 그 여정을 촘촘히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그녀를 쫒는 마이애미의 여형사 준 역시 남미 이민자로 남자들의 편견에 맞서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열혈녀이자 능력자로 등장한다.
이 둘의 만남은 꽤 시간이 흐른 후 이뤄지는데, 서로 다른 처지에 놓인 두 히스패닉 이민녀가 대립하는 구조는 꽤나 흥미롭다.
바야흐로 미국에는 아프리카계보다 히스패닉계 이민자 숫자가 상회하고 있는 처지라 요즘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는 히스패닉계 배우와 그들에 관한 이야기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 시리즈 또한 그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는 건 물론 70, 80년 대 상황인 성차별 이슈를 녹진하게 드러내고 있다.
가령 능력 출중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늘 무시 당하는 형사 준의 처지나 계략적인 마약상 그리셀다가 남자 들 전유물로 여겨지던 마약 딜러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들은 시대상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세 아들을 위해 목숨 내놓는 것까지 불사하며 마약 거물이 되기 위해 안간힘 쓰는 그리셀다가 종국엔 두 아들을 비명횡사하게 만들고, 자신 또한 영어의 몸이 되는 건 이해하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었다.
그건 아마도 멈춰야 할 때를 잘 알지 못하는 대개 인간들의 한계이자 비극이지만, 그럼에도 자식을 가진 어미의 심정으로 매우 안타까웠다.
이 시리즈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아마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칼을 쓰는 자 반드시 칼로 망하고, 꼬리가 길면 반드시 잡히게 되어 있다는 엄정한 진리.
또한 사람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자가 겪을 수밖에 없는 불행한 결말 같은 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