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과업 1-5 초능력을 발휘하다!

by 꿈꾸는 노마드

기남은 집으로 돌아오면서 고민에 휩싸였다.

박흥식을 살리고 그의 손에 죽음을 맞는 4명을 살리기 위해 다소 허풍을 떨었던 게 걸려서였다.

아버지 집에서 나올 때 그동안 아버지가 가끔 뒤로 몰래 줬던 돈을 모아서 나온 건 맞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로 번 돈까지 다 합쳐도 판잣집을 사기엔 부족했다.

그래서 고민에 쌓인 기남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심하기 시작했다.


‘내가 왜 그랬지? 하긴 다른 방법이 없었지. 만약 그 가족을 거기서 떠나게 하지 못하면 그들은 불행한 일을 당하고 말 테니까!’


기남은 박흥식 사건에 관한 기사를 떠올렸다.


[집이 불타는 걸 보게 된 박흥식은 산짐승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가 직접 쇠를 깎아 만든 사제 총을 꺼내 들었다.

그걸로 자기 공부방으로 쓰던 토굴로 철거반 사람들을 일단 몰아넣었다.

그런 다음 그들에게 자기 집과 이웃 할머니 집을 불태운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수적으로 우세했던 그들이 포박을 풀고 반항하면서 토굴 위로 올라오려 해 흥분한 박흥식은 쇠망치로 그들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 4명이 숨졌고, 한 명이 부상당했다.

놀란 그가 서울로 도망갔고, 어머니와 여동생이 소속 기관에 가 수장을 만나 사실을 알리려 했지만, 어머니는 공무집행방해죄, 여동생은 살인방조죄로 체포되었다.

한편 그는 서울로 도망치던 중 버스 안에서 대화를 나누게 된 남자가 간첩 같단 생각이 들어 중앙정보부로 가 그를 신고했다.

그리고 자기가 방금 살인을 저지른 살인범이라고 고백하며 자수했다.

자수했음에도 그는 결국 사형선고를 받게 됐는데, 그 이유는 경찰과 언론 기사가 전혀 다르게 발표됐기 때문이었다.

자수가 아닌 이모 집에 숨어있다 시민 제보로 잡힌 걸로 뉴스가 나왔고, 철거반이 그의 집에 불을 지른 사실은 숨겨 그를 완전 파렴치범으로 몰아간 것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했고 후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시민들이 구명운동을 벌였지만, 결국 그는 사형선고를 받아 3년 후 사형이 집행되었다.]


워낙 인상 깊었던 사건이라 얼추 이와 같다는 걸 기남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기남은 결심을 굳히고 그날 밤 인희에게 자기 뜻을 건넸다.


“엄마! 저 부탁이 하나 있어요. 이거 제겐 아주 중요한 일이니 꼭 좀 들어주셨으면 해요.”

“그래. 뭔데? 말해 봐!”

“저 돈 좀 빌려주세요. 한 십만 원만요!”

인희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십만 원? 그렇게나 많은 돈을 왜?”

“제가 꼭 누굴 도와줘야 하는데, 그 돈이 꼭 필요해서요.”

“그래?”


잠시 생각에 젖던 인희가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대신 너도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

“네? 그 부탁이란 게 뭔데요?”


기남을 바라보던 인희가 마른침을 삼키곤 입을 뗐다.


“나 그 사람하고 결혼하기로 결심했어! 너도 함께 기뻐해 줘!”

인희의 말을 들은 기남은 절망했다.


기남은 이 난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기남아! 무조건 안 된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좀 더 깊이”

“아뇨! 이건 결과가 너무 뻔해서 생각하고 말고 할 게 아니에요!”

“또 그런다! 니가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 건데?

그 사람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니까!”

“글쎄 제가 지금 뭐라고 말씀을 드려도 믿지 못하실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이건”
“기남아! 난 널 아들처럼, 아니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진심으로!

그래서 이미 그 사람한테도 다 말했어. 결혼해도 너랑 함께 살 거라고. 허락도 벌써 받았어!”

“그러니까 두 분께선 이미 모든 걸 다 결정하신 거네요. 그죠?”

“응.”


기남은 지금 자기 앞에 놓인 두 가지 일, 즉 박흥식 일과 인희와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을 다시 생각해 봤다.

인희에게 돈을 빌려 박흥식을 구해내면 무려 5명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된다.

그걸 포기하고 인희에게 모든 사실을 말한 뒤 설득하면 과연 인희는 자기 말을 믿고 결혼하길 포기할까?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이미 마음을 다 정한 듯 보이는 그녀를 꺾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그녀만을 위해 그녀가 그 일을 결정한 게 아니란 걸 기남은 잘 알고 있었다.

깊은 딜레마에 빠진 기남은 고심 끝에 마음을 정했다.

일단 박흥식을 구하고 나머지 4명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결론지었다.

기남은 인희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엄마 뜻대로 하세요! 그리고 제가 부탁드린 그 돈 꼭 좀 빌려주세요!

그리고 하나 더요! 결혼하시더라도 제가 드리는 이 말씀은 꼭 기억하셨으면 해요.

그분이 어떤 모습을 보여도 엄마는 절대 절망하면 안 돼요!

왜냐면 내가 옆에서 엄말 꼭 지켜드릴 거니까요. 절 믿고 기다려 주세요!

제가 자라 엄마 호강시켜 드릴 거니까 절대 엉뚱한 생각도 마시고요!”


인희의 눈에서 솔방울 만한 눈물방울이 뺨으로 흘러내렸다.

그리고 인희는 기남을 껴안았다.


“기남아, 고마워! 엄말 이해해 줘서! 니 말대로 너 믿고 무슨 어려움이 있어도 참아낼게. 약속할게!”


기남은 또 다른 주사위가 이미 던져졌다는 걸 깨달았다.

이전의 생과 같은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인지는 오직 신만이 아실 것이다.

그러다 전광석화와도 같은 순간의 깨달음이 그를 강타했다.


‘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그래. 내겐 능력이 회귀와 함께 부여됐지!

그래 바로 그거야! 그건 엄마를 위해 사용할 거야!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를 위해!’


그는 밝은 얼굴 표정을 지으며 인희를 향해 다짐하듯 입을 열었다.


“엄마! 저만 믿으시면 모든 게 다 잘 될 거예요! 엄마 결혼 축하드려요!”


***


박흥식을 만나기 전 기남은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부단히 애썼다.

드디어 인희에게 돈을 빌려 판잣집을 살 수 있는 돈을 마련했고, 그 소식을 오늘 그를 만나면 들려줄 요량이었다.

박흥식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하자 기남은 더욱 걸음에 속도를 내 거의 뛰다시피 걸었다.

그런데 가까이 갈수록 뭔가가 이상했다.

박흥식 손에 뭔가가 들려져 있는 게 보였다.

사제 총이었다.

그리고 그가 누군가를 향해 소리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게다가 그의 천막이 불타고 있는 것도 눈에 들어왔다.

놀란 가슴을 안고 기남은 박흥식에게 뛰어갔다.

박흥식은 이미 이성을 잃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공부방으로 쓰던 토굴로 사람들을 몰아넣고 있었다.

기남이 옆에 온 것도 모르고 그는 흥분에 쌓인 채 그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며 위협했다.

“사과해요! 내가 제발 그러지 말라고 애원했는데 우리 집에 불 지른 거, 그리고 우리한테 함부로 막말한 거. 옆집 할머니 집 불태운 것까지 다 사과하라구요!”

“우린 그저 우리가 해야 할 일 한 것뿐이니 이러지 말고”

“시끄러워! 당신들 우리가 사람으로 안 보이지? 짐승한테도 이러면 안 되는 건데 우린 사람이라고!”

“그래. 미안하게 됐다니까! 하지만 이건”
“다 죽여버릴 거야. 빨리 사과하지 않으면!”

“알았어! 알았다구! 사과하면 되잖아!”

“그래! 어서 해!”

“그러니까 그게”


그때 그들 중 맨 뒷사람이 포박을 풀려고 애쓰는 모습이 기남의 눈에 들어왔다.

기남은 박흥식이 그 광경을 아직 보지 못한 게 안타까웠고, 순간 결심했다.

자기가 펼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때가 절체절명 순간인 지금이라고.


‘지금 아니면 그들 다 포박을 풀게 되고 박흥식은 그들을 향해 사제 총을 발사하게 될 것이다!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


앞뒤 따질 게 없었다.


‘그를 막아야 한다! 그의 마음을 바꿔야 한다!’


그가 그렇게 마음먹자 갑자기 박흥식이 털썩 주저앉으며 이렇게 내뱉었다.


“죄송해요! 제가 그만 정신이 나갔었나 봐요! 제 행동 용서해 주세요!”

말과 함께 총을 던져버렸고, 그들에게 달려가 그들의 포박을 일일이 다 풀어주었다.

몸이 자유로워진 그들이 박흥식에게 달려들어 그를 때려눕혔고, 기남은 옆에서 그 광경을 그저 바라만 봤다.

공무집행 중인 사람에게 총을 겨누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범죄자가 될 수 있기에 일부러 말리지 않았다.

자기 잘못을 깊이 깨달은 듯 박흥식 역시 반항하지 않고 그대로 맞고 있었다.

박흥식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옆에서 기함했다.

잠시 후 기남은 자신의 간절한 염원이 신기하게 그쪽 사람들에게도 효과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들 중 리더 격인 사람이 쓰러진 박흥식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너 운 좋은 줄 알아, 우리 같은 사람 만난 거!

일단 니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해서 우리한테 총 들이댔던 건 없던 일로 해 줄 테니까 가족 데리고 빨리 여길 떠! 알았어?”


여전히 투덜거리고 있는 나머지 3명을 이끌고 그가 산을 내려갔다.

남은 박흥식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듯 쓰러져 있고, 그제야 박흥식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그에게 달려들어 그를 살폈다.

기남은 잠시 그들을 지켜보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박흥식 옆으로 다가갔다.


“형! 이제 정말 여길 떠나야 할 때가 온 거 같다!”


***


집으로 돌아온 기남은 생각에 잠겼다.


‘그 일은 분명히 4월 20일에 벌어진 일이었는데 어째서 4월 16일에 일어난 걸까?

20일이 되기 전 토요일에 그를 만나 돈이 마련됐다는 얘길 전하고 다음 날인 일요일에 함께 집을 보러 가려고 했었는데.

그때 그 시절과 되돌아간 시간 사이에 뭔가 차이가 생긴 걸까?

그런데 참! 그 사나이가 말했던 능력 덕에 갑자기 박흥식이 맘을 바꾼 게 맞는 거겠지?

박흥식뿐만 아니라 철거반원들까지도?

그나저나 엄마를 위해 사용하려던 능력을 써버렸으니 어쩌지?

워낙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으니까 뭐 어쩔 수 없지!’


일단 박흥식과 관련된 일을 수습하게 돼 기남은 다행으로 여기면서 안도했다.

또 다행스럽게도 박흥식은 입술이 터지고 멍이 조금 들긴 했지만, 상처가 그리 심하지 않아 그것도 기남으로선 마음이 놓이는 일이었다.

돌아오기 전 박흥식에게 돈이 마련되었으니 내일 집을 보러 가자고 약속까지 했고, 이제 집만 구하면 그와 관련된 모든 일이 끝나는 셈이었다.

기남은 뿌듯했고, 더불어 홀가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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