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회귀 6- 고심하는 빌런 3

by 꿈꾸는 노마드

요 며칠 오연주가 보이지 않아 기남은 조금 불안해졌다.

그녀와 들렀던 라면집을 지나칠 때면 그곳을 기웃거렸다.

그러고도 며칠이 또 지나자, 이번엔 그녀가 일했던 고깃집을 찾아가 봤다.

하지만 어디서도 그녀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점차 더 불안해진 기남은 마침내 박흥식을 만났다.

그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해서였다.


“정말 오랜만이다! 우리 몇 달 만에 보는 거지?”

“한 여섯 달 됐나?”

“그러니까. 근데 어쩐 일이야? 뭔 바람이 불어서? 흐.”

“그게... 형! 나 뭐 좀 부탁해도 될까?”

“부탁? 뭔 부탁인데 그렇게 뜸을 들이고 그래. 너답지 않게!”

“내가 아는 여자애가 한 명 있거든.”

“여자? 오!”

“근데 걔가 요 며칠 학교에서도 어디서도 보이지 않아!”

“뭐야? 너 정말 연애하는 거야? 시리어슬리?”

“그게 아니고. 어쩌다 보니 알게 된 학교 친구야. 우연히 걔 동생도 알게 됐고.”

“뭐? 동생까지? 그럼 이건 단순한 친구가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

“아니야, 그런 거!”


기남이 강하게 부정했다.


“강한 부정은 뭐다?”

“좀 심각한 상황일 수도 있을 거 같아 불안해.”

“뭐가? 왜?”


그제야 박흥식은 정색하며 물어왔다.


“걔가 데모했었거든.”

“데모? 운동하는 애였어?”

“응. 어느 정도 까진 진 모르겠지만 쫓기는 기색도 있었고.”

“으음... 그래서 혹시 걔 우리 쪽에 와 있나 알아봐 달라는 거야?”

“응. 혹시 모르니까. 알바하는데도 가 봤는데 거기도 안 보이고”

“알았어! 그런 거야 뭐 식은 죽 먹기지!”

“고마워 형!”

“고맙긴! 우리 사이에 그런 말은 좀 그렇지!”

“아니야. 고마운 건 언제든 표현하는 게 맞아! 살아보니까!”

“흐흐. 또 애어른 납셨다! 알았어! 내가 알아보고 연락 줄게. 근데 오랜만에 만났으니 밥이나 먹자! 뭐 먹을래? 이 형이 사줄게.”

“내가 부탁하는 건데 내가 사 줘야지! 그런데 오늘은 좀 그렇고...”

“너 이럴 때 보면 그간 쌓였던 정이 조금 떨어지려고 해! 그렇게 꼭 따져야겠냐? 우리 사이에?”

“그게 아니라...”

“오래전에 너 나 할머니국밥집에서 국밥 사준 거 기억나니?”

“그럼!”

“그때 나 정말 많이 어려웠었는데 너가 사준 그 국밥맛처럼 맛난 거 아직 못 먹어봤다! 흐.”

“나도 그래! 형이랑 먹었던 그 국밥 정말 맛있었는데. 참, 그 할머니 아직 살아계시겠지?”

“말 나온 김에 우리 한 번 날 잡아 그쪽으로 등산 가자! 할머니께 인사도 드릴 겸!”

“그래. 그러자 형!”


둘은 오랜만에 함께 점심을 먹었다.

일이 있다고 가려는 기남을 박흥식이 기어이 잡았다.

박흥식은 오랜만에 거하게 쏘겠다고 한우 등심을 기남에게 사줬지만, 기남은 식욕을 잃어 잘 먹을 수가 없었다.

오연주가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박흥식이 집으로 전화를 해왔다.


“기남아! 우리 쪽에도 오연주란 이름은 없어! 혹시 몰라서 내가 안기부 쪽에도 연락 넣어놨으니까 기다려 봐!”

“정말 고마워, 형!”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응. 그럴게.”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난 후 박흥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기부에도 없었어! 그래서 내가 백방으로 수소문해 봤더니 걔를 안다는 애가 있더라고.”

“그래?”

“응. 그런데 걔 말이 오연주가 요즘 교회 일에 열심이래.”

“뭐? 교회?”

“그래서 내가 교회 이름 알아놨어. 주소 하고.”

“고마워 형! 교회 이름이 뭔데?”


기남은 교회 이름과 주소를 받아 적었다.

그리고 당장 그곳으로 향했다.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들 무리 속에 오연주가 보였다.

기남은 그녀 곁으로 갔다.


“여기서 뭐 하고 있어?”


기남을 빤히 쳐다보던 오연주가 그를 외면하려 했다.


“왜 그래?”

“...”

“무슨 일이냐니까?”

“그냥 가.”

“뭐?”

“그냥 가라고. 나 밥 빨리 먹고 다시 들어가 봐야 해.”

“야! 너 정말 사람 성의를”

“누가 원했어?”

“...”

“그러니까 어서 가라고!”

“니 동생은 잘 있는 거야? 지우?”

“잘 있겠지.”

“너 정말... 왜 이러는 거야?”

“더 할 말 없어! 어서 가!”


며칠 새 오연주는 다른 아이로 변한 듯 보였다.

특유의 발랄함도 사라졌다.

기남은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박흥식에게 다시 부탁했다.


“형, 연주한테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었던 거 같아. 형이 좀 알아봐 줄 수 있어?”

“그래. 알아볼게.”


그리고 며칠 뒤 기남은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을 박흥식으로부터 듣게 됐다.


“걔를 안다고 했던 여자애 말이 걔 아버지가 운동권들 사이에서 대부로 인정받는 사람이래. 운동하는 학생들하고 사람들 뒤 봐주는.”

“그래서?”

“그래서 운동하는 애들 사이에서도 좀 그랬나 봐. 혼자 따로 놀고 그러는 애들 있잖아.”

“그런데?”

“그래서 걔에 대해서 애들이 많이는 알지 못하나 봐. 그런데 얼마 전에 걔 아버지가 운동권 애들 윗대가리 몇 명 만났다는 얘긴 있었지만, 그거 말곤 아는 게 없다고.”

“...”

“그런데 이건 내 생각인데 말이야. 걔 아버지란 사람 그리 질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소문이 있는데 그게 사실인 거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출신이 조폭이란 말이 있어. 사실 운동권 비호하는 것도 위장이란 말이 있고.”


기남은 속이 타 외쳤다.


“이해가 안 가! 이해 좀 가게 말해줘!”

“겉으론 운동권 대부라지만 실상은 조폭이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그렇고 그런 인간이란 거지, 뭐!”

“...”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서 운동권 학생들을 이용해 먹는 그런 쓰레기란 소리야! 근데 성이 달라.”

“응. 알아! 계부야!”

“그랬구나! 어쨌든 좀 복잡하다는 건 팩튼데...”

“형, 알아봐 줘서 고마워!”


기남은 긴 한숨을 내쉬면서 박흥식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며칠 뒤 박흥식이 전화해 그에게 새로운 사실 몇 가지를 더 알려줬다.


“기남아! 근데 말이야. 요즘 오연주는 운동보다는 교회 활동에 더 열심히라는데?”

“교회 활동? 무슨 이유로?”

“글세... 그것까진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 아버지란 인간 조폭 출신 맞대. 그리고 운동권 학생들 이용하는 것도 맞고.”


통화를 끝낸 기남은 오연주 집안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

기남은 우선 박지우 학교로 그를 찾아갔다.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무리 지어 나오는 가운데 한참 만에 박지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형이닷!”


기남을 보고 반가워하는 박지우 앞으로 기남이 다가갔다.


“잘 지냈어?”

“네.”

“지우 괴롭히는 애 이제 없니?”

“네.”

“그래. 그럼, 우리 저쪽 분식집 가서 뭐 좀 먹을까? 지우 뭐 좋아하니?”

“저.... 떡볶이.... 좋아... 합니다!”

“아, 떡볶이? 나도 좋아하는데. 우리 그거랑 오뎅이랑 튀김 그런 거 다 먹자!”

“네!”


신나 보이는 지우의 얼굴에선 아무 그늘도 찾을 수 없었다.

기남은 지우를 데리고 근처 분식집으로 들어갔다.

둘이 자리에 앉자, 주변에 있던 여학생이 기남을 보면서 쑤군거렸다.


“어머, 저 오빠 넘 핸섬한 거 아니니?”

“와! 완전 내 스퇄!”

“다리 길이 좀 봐! 육상 선순가?”

“야! 모델이지 뭔 육상 선수! 옷빨 봐라! 죽음이다!”

“혹시 연예인 아닐까? 장국영 저리 가라로 생겼어! 키도 훨 크고!”

“그러니까!”


못 들은 척하면서 기남은 지우에게 집중했다.

지우가 많은 여자아이들 눈이 쏠리는 걸 의식하곤 부끄러워했다.


“지우야! 누나 말이야. 연주 누나 집에 들어오니?”

“아뇨!”


갑자기 지우 얼굴이 어두워졌다.


“왜? 연주 누나 같이 사는 거 아니었어?”

“같이... 살다... 나갔어요!”

“언제?”

“며칠... 됐어요!”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지우가 조금 주저하는 얼굴을 하다가 기남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형이니까 말해도... 된다! 그렇... 죠?”

“그럼. 나한텐 다 말해도 돼!”

“아빠랑... 싸웠어요!”

“그랬어? 왜 싸웠을까?”

“아빠가... 막... 소리 질렀어요!”

“지우는 아빠 좋아?”

“아뇨! 아빠 싫어!”


갑자기 지우가 뭔가 두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기남은 지우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잡았다.

지우가 다시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남자끼리... 이러는 거... 얼레리꼴레리닷!”

“난 지우가 좋은데, 지우는 나 어때?”

“우리 누나... 연주 누나... 지우는 연주 누나 좋아요!”

“난?”

“그다음... 으론 형!”

“그래? 내가 그럼 두 번째야? 엄마는?”

“엄마 싫어요!”

“엄마 왜 싫은데?”
“엄마... 연주 누나 미워해!”

“그래? 엄마랑 연주 누나랑 사이 안 좋아?”

“엄마, 누나... 연주 누나 슬프게... 해요!”


대충 집안 사정을 감 잡은 기남이 지우를 지그시 쳐다봤다.

그때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지우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기남은 너무 급히 먹고 있는 지우를 보면서 그 앞으로 물 잔을 가져다 놓았다.

지우가 급하게 먹다 물을 들이켜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형, 맛있어요! 근데 형... 왜 안... 먹.. 어요?”

“지우 많이 먹어! 형은 배 안 고프거든.”

“그래도... 이거 먹어.. 봐요!”


하면서 떡볶이 하나를 집어 기남 입에 넣어줬다.

그걸 받아먹다 기남은 문득 아이들 생각이 났다.

갑자기 지우가 먹던 걸 멈추더니 기남을 보면서 말했다.


“슬퍼하지... 마요! 나도... 슬퍼요!”

화, 목, 토, 일 연재
이전 20화두 번째 회귀 5- 고심하는 빌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