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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 방문기 5

파크로쉬 리조트 앤 웰니스 조식과 가리왕산 케이블카 탑승기

by 꿈꾸는 노마드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일찍 눈이 떠진 나는 홀로 룸을 빠져나와 사우나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디톡스와 릴랙스를 실천한 후 1층 로비를 통해 정원을 산책했다.

간결하면서도 고고하게 위로 뻗은 자작나무와 여전한 초록초록 향연이 조화를 이루며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아침의 고요가 더해지니 그야말로 제대로 된 쉼이 완성되는 듯 느껴졌다.

서울에선 꿈도 꿀 수 없는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를 흠뻑 마시며 나는 얼마간 깊은 힐링을 이어갔다.

그때 발견한 한 공간!

문을 열자 음악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몇 권의 책과 한쪽에 마련된 벽난로와 땔감들, 편안해 보이는 소파가 꽤 안락함을 선사했다.

난 책 한 권을 빼어 들고 소파에 앉았다.

제목이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었는데 어머니를 생각하며 읽어 내려갔다.

잠시였지만 생각거리를 던져준 책임은 분명했다. 모든 책이 그렇듯이.

난 그곳을 나와 장이 담긴 항아리를 살펴보고, 사진 찍고, 이곳이 참 매력적이란 생각, 다시 꼭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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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으로 돌아와 동생과 아침 '숙암명상'에 참석했다.

고요한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누워 명상에 잠기고 자신을 돌아보다 깜박 잠에 빠져들었던 것 같았다.

명상 선생님이 말했던 "명상을 하다 잠에 빠져드는 분도 있고, 코를 고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그러면 자신의 명상을 방해한 그분을 비난하는 대신 또 다른 명상의 세계로 인도했구나 생각하시고, 아! 저분이 정말 많이 피곤하셨구나! 이렇게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음 합니다."가 떠올랐다.

평온하고 편안한 시간이었음을 여실히 느꼈던 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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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가족 모두가 '이곳 조식은 어떨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조식당으로 향했다.

가짓수가 많진 않지만 정갈하고 개성 넘치는 음식들을 보면서 '정선의 맛을 담아낸다더니 역시군!' 했다.

옥수수로 만든 수프, 죽, 각종 나물, 강원도에서 생산된 허브와 향신료에 재인 꿀, 정선에서 나온 채소 등 일반 조식뷔페에서 볼 수 있는 메뉴 외 강원도만의 정취를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음식들도 꽤 많이 보였으니 말이다.

남편은 특별히 비빔밥을 좋아했고, 어머니께선 페이스트리를 좋아하셨다. 동생과 나는 두루두루 먹어보며 즐겼고 맛난 커피도 좋아라 했다.

특히 이곳 조식당의 장점은 긴 시간. 즉 대부분의 호텔 조식당이 7시에서 10시까지 고작 세 시간만 운영하는 것에 비해 이곳은 아침 7시부터 12시까지 5시간이나 유지되고 있었다.

늦잠을 자고 와도 충분한 시간대, 다시 말해 느림의 미학을 철저히 실천해 볼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이 확실하단 뜻!

다시 한번 이곳의 매력이 확연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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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9_212605.jpg 허겁지겁 먹다 보니 아차! 사진찍는 걸 놓쳤군! 하고 급하게 찍어 이 모양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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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분해 보이는 건 비빔밥 한 개를 세 명이 나눠 먹어 그런 것이니 이 역시 양해 부탁드립니다!ㅠ,ㅠ
20250929_212622.jpg 어라! 뭐가 더 있었는데~ 역시 놓친 듯!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즐기고 우린 룸으로 돌아와 준비를 마친 후 가족들과 함께 정원을 산책하고 바로 뒤에 있는 가리왕산 케이블카 쪽으로 향했다.

사실 처음엔 그곳에 마련된 2018년 동계 올림픽 전시관을 둘러볼 요량이었다.

헌데 갑자기 어머니께서 "우리 케이블카 타볼까?" 하셨다. 평소와 다른 어머니의 선제안에 한번 놀랐다.

휠체어가 케이블카에 탑재 가능하단 걸 알게 돼 우린 흔쾌히 케이블카 탑승을 결정했고, 가리왕산을 오르면서 다시 한번 놀랐다. 생각보다 길었고, 생각보다 풍광이 훨씬 멋졌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360도로 전망을 즐기면서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께서 많이 즐거워하셨고, 가족 모두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놀랍도록 상쾌한 공기에 탄복했다.

천천히 그곳을 탐방하며 오롯이 감격과 감탄의 순간을 이어갔다.

물론 하산은 생각보다 빨랐다. 늘 그렇듯.

아쉬움에 빠지며 우린 그곳에 마련된 단출한 전시관을 둘러보고 호텔로 돌아왔다.


20250929_222228.jpg 야외 수영장 디자인은 정말 맘에 드는데 조금만 더 깊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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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조식을 먹은 대신 점심 겸 저녁으로 평소보다 조금 늦게 식사하기로 이미 합의된 터라 룸에서 조금 쉰 뒤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가족 모두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했다. 나 역시 그랬기에 그럼 아주 간단하게 먹기로 했다. 참고로 우리 가족은 아침은 아주 간단하게, 점심은 조금 거하게, 저녁은 작고 소박하게 먹는다.

결국 1층에 마련된 카페에서 피자를 또 픽업해 오기로 했다.

저녁 식사 후 어머니를 모시고 야외 자쿠지로 향했다.

자꾸 고사하셨지만 휠체어를 이용해서라도 꼭 모시고 싶었고, 막상 그곳에 도착해 우리들만의 시간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하시자 좋아하셨다.

동생 포함 세 여자, 우리 모두는 즐거운 대화를 이어갔다. 네 개나 되는 자쿠지에 우리 외엔 어느 누구도 보이지 않았기에 아주 편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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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30_060234.jpg 그날 또 싫다는 남편은 빼고 우리 세 모녀만 루프탑에 올라 별구경하고 오붓한 시간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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