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참 목적과 이유를 가르쳐주는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의 사유와 글을 좋아한다.
해서 난 그의 책 중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여행의 기술',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불안' '우리는 사랑일까' 등을 읽었다. 오늘은 이 중 여행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는데, 당연하게도 이 책으로부터도 평소 그의 글에서 느껴졌던 박식함과 정교한 글쓰기의 깊은 맛을 역시 충분히 맛보았다.
뭐랄까? 그의 글은 우리가 무심히 스치기 쉬운 일상의 면면을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는 듯한 치밀함으로 미처 그걸 알아보지 못했던 우리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하고, 또 늘 있어왔던 대상을 문득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기술을 우리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하는, 참으로 고마운 자극제가 맞다.
그리고 그의 글의 매력은 또 이렇게 누구나 알고 있긴 했지만 평소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것을 아주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거기에 자기가 알고 있는 온갖 지식들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기술의 탁월성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더불어 그의 문체는 내 안의 사유를 따라 의식이 흐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표현하되, 위트로 넘쳐있고, 참신하고, 달짝지근하면서도 톡 쏘는 상큼함으로 똘똘 뭉쳐져 있는 매력덩어리 그 자체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저 깊은 심연에 잠들어 있던 감성을 적절히 건드리는, 즉 아주 사실적이고도 명료한 그것이라 많은 이가 그의 표현에 공감하게 만들고 많은 이들을 그의 글빨 속으로 빨려 들게 만든다고 여겨진다.
먼저 “기술”하면 왠지 너무도 공식적이고, 작위적인 뉘앙스가 강해 평소 이 낱말에 대해 호감을 가지지 못했었는데, 이 책의 원제는 “The Art of Travel”이니 “기술”이라는 번역이 그리 틀렸다고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좀 더 은유적이면서도 서정적인 표현이 더 걸맞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책의 내용으로 봐서는 예를 들어 “여행이 예술이 될 수 있는 사색” 쯤이 좋았을 듯한데 제목으로는 다소 길다는 단점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한눈에 쏙 들어오는 걸로는 “여행의 기술”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여전히 “기술”이라는 어휘는 내 맘에 안 들어서 말이다.
아무튼 제목이 다소 맘에 안 든다는 것만 빼고 이 책은 일단 잡은 후 손을 놓기가 어려울 정도로 대단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어 최근 읽었던 그 어떤 책 보다 나를 사로잡았던 게 사실이다. 그 이유는 내가 특별히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이유에서 기도 했지만, 그 밖에 여행을 하는 우리들이 미리 알고 떠나면 좋을 만한 것들을 총망라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 기대감에 부풀게 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심리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와 또 다른 에세이 속 인물을 통해 면밀히 묘사되고 있지만 이 책에서처럼 그 기대감에 대한 결과는 각각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가 가장 많이 갖게 되는 이국적인 정서에 대한 기대감에 대해서도 작가는 아주 소상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특히 이 부분이 나의 흥미를 많이 돋우고 있고, 또 좀 더 넓은 의미의 세계관으로 우리들을 인도하고 있다 여겨진다.
그리고 진정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랄까, 목적에 대해서 작가는 여행을 하는 장소를 통해 결국 사색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나 역시 이런 의견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여행의 과정에서 우리는 결국 우리 자신을 새삼 발견할 수도 있고, 좀 더 나은 내가 되어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 밖에도 우리는 우리의 못 말리는 호기심으로, 또 내 안의 신성함을 유지하거나 더욱 고양하기 위해서,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기 위해서, 자연의 위대한 힘과 숭고함을 인식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아니 처음에는 그러한 목적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떠났을 수도 있겠지만 결론적으로는 이러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깨달음은 여행을 했다고 누구나 다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많은 걸 보고, 여러 곳을 떠돌다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도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하는 게 맞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는 바로 수용성의 결여 때문인데, 이것을 더 잘 이해시키기 위해 작가는 또 사비에르 드 메스트르라는 프랑스의 소설가의 “나의 침실 여행”이라는 책을 인용하여 우리들에게 친절한 설명을 덧붙인다.
그리고 작가 자신 또한 새로운 눈으로 사물을 보기를 노력하고 습관화된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을 통해 자기 주변의 일상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경험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이건 바로 굳이 우리가 먼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여행의 목적을 발견할 수 있다는 드 메스트르의 이론이 맞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기도 하다. 그밖에도 니체가 드 메스트르의 글을 읽고 감탄하며 했던 찬사까지 덧붙여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과 이유에 대해 우리들이 사색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면서 책을 마친다.
"즉, 먼 땅으로 떠나기 전 우리가 이미 본 것에 다시 주목해보라고 하면서 결국 우리의 인식이 어떤 여행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마음을 열고 보려고 한다면 우리 주변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우리 안의 신성함이나 자연의 숭고함,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것 말이지요. 다시 말해, 여행은 장소가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마음가짐이 관건이라는 것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