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회사 생활에 염증을 느낄 때 방송통신대학교에 편입했었다.
독학으로 공부한 일본어에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고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시작했다.
그때 좀 더 신중했었어야 했는데...
회사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건 상상보다 더 힘들었다.
겨우 한 학기를 마치고 휴학하기로 했다. 이렇게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프리랜서로 전향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다시 학업을 이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의 투병 생활이 시작되면서 복학은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이른 무더위에 지쳐가던 중 방통대에 편입한 친구와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어, 나도 방통대 학생인데... 한번 확인해 볼까?'
그날은 재입학 신청 마감 전날이었고 어떠한 계획도 없이 재입학 신청 버튼을 클릭했다.
철저한 계획형 인간인 내가 이렇게 충동적일 줄은 몰랐다.
결국 2학기 수강신청을 하고 등록금까지 내고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사실 학위에 미련은 없다. 대학원 입학 당시에도 석박 통합 과정으로 들어갔지만 석사를 마치고 운 좋게 취업이 되었기에 박사 학위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졸업 논문과 해외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 있었으니 충분했다. 졸업할 땐 우수상과 상금도 받았었다. 이만큼 했으면 이번 생의 공부는 충분하다 여겼는데 10여 년 전 나는 무슨 생각으로 일을 벌인 걸까. 순수한 학문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과시욕이었을까.
이제는 마무리를 지어야 할 때다. 엄마의 투병 생활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새로운 번역 시스템에 적응 중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무언가 끊임없이 하지 않으면 불안함을 성격 상 어쩌면 잘 한 일일지도 모른다. 계획에 없는 일도 일어나야 삶이 즐겁지 않을까. 지치지 말고 열심히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