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보는 사람,
글로 느끼는 마음

단어 하나에도 사람이 보인다.

by Serenitas

-끝없이 쌓이는 메시지 속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이메일과 메시지가 끝없이 쌓인다.

하루에도 수십 통, 많으면 수백 통.
읽고, 답하고, 또 읽고, 또 답하는 반복 속에서

나는 종종 글로 사람을 판단하게 된다.

사람을 직접 만나면 말투, 표정, 눈빛까지 한꺼번에 들어오지만,

글은 그 모든 걸 생략하고 오직 단어와 문장, 그리고 행간만 남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단순한 글 속에도 사람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어떤 사람은 존댓말을 쓰는데, 마음이 조금 딱딱하다.

겉으로는 공손하지만,

읽는 순간 ‘왜 이렇게 딱딱하지?’ 싶은 압박감이 느껴진다.

반대로 간단명료하게 쓰는 사람도 있다.

단순하지만 왠지 배려가 느껴진다.
문장 끝의 쉼표 하나, 한 줄 띄기, 마침표 하나에도 마음이 담길 수 있다는 걸,

나는 매일 느낀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쓸 때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려고 한다.
불필요한 강조, 꾸밈, 상대를 시험하는 듯한 말투는 모두 지우고,

단순하고 명료하게, 그러나 최소한의 예의를 담아 쓰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보기 싫고 무례한 글을 받으면

나도 모르게 ‘조금 안 예쁘게’ 답장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얼굴을 보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글로만 주고받으니까 더 쉽게 감정이 묻어난다.
그럴 때 나는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아, 역시 글도 무기일 수 있구나.”


그런 경험이 반복될수록 깨닫게 된다.
글로 소통할 때는 얼굴을 맞대는 것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표정이나 톤을 바로 확인할 수 없기에, 오해가 생기기 쉽다.
한 문장의 강조가 공격으로 보일 수 있고, 단순한 부탁이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요즘 나는 글을 쓰기 전 항상 세 가지를 점검한다.

‘이 말이 내 의도대로 전달될까?’

‘읽는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을까?’

‘혹시 내 글에도 불필요한 감정이 묻어나진 않았나?’

결국 글은 사람이 비치는 거울 같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글을 통해 서로가 조금씩 드러난다.
그래서 글을 쓰는 순간마다 나는 일종의 무대에 선 배우 같다.
감정을 배제하고, 최대한 객관적이고 깔끔하게,

그러나 따뜻함과 배려를 조금 섞어 연기해야 한다.


일과 글 속에서 나는 매일 연습한다.
무례한 사람에게는 감정을 굳이 섞지 않고,

간단명료하게 답장하는 법을.

배려 깊은 사람에게는 나도 마음을 담아 조금 더 정성스럽게 쓰는 법을.
그리고 가끔은 나 자신에게도 묻는다.

“오늘 내 글은 과연 내 마음을 잘 담았나,

아니면 감정이 너무 많이 튀어나왔나?”

글로 소통하는 시대, 우리는 모두 매일 배우는 중이다.

이메일과 메시지 속에 담긴 사람의 마음을 읽고, 나의 마음을 담아 보내면서,
조금 더 현명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글에도 유머와 여유를 조금 남기는 것이
삶을 조금 덜 피곤하게 만든다는 걸,

나는 글쓰기를 통해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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