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라는 말의 깊이

동행에 대하여

by Serenitas

살아가다 보면 어떤 단어들은 이유 없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나에게는 ‘동행’이 그런 단어다.

특별한 표현도 아닌데, 들을 때마다 온도가 일정하고,

오래된 나뭇결처럼 편안하다.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걷는 사람.

그 단순한 의미가 오히려 깊다.


인생에서 그런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절반은 이미 성공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누구나 바쁜 하루를 살아가지만,

옆에서 묵묵히 걸음을 맞춰주는 사람은 흔치 않다.

말이 많지 않아도 좋다. 가끔은 아무 말도 없어도 좋다.

중요한 건 끝까지 함께 걸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다행히 내게는 그런 가족이 있다.

늘 앞에서 끌어주지는 않아도, 뒤에서 천천히 밀어주는 사람들.

기쁜 순간에는 그저 웃어주고, 힘든 순간에는 이유를 묻지 않는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곁에 서 있기만 해도 괜찮을 때가 있다.

그게 가족이 가진 힘인지, 아니면 오랜 시간이라는 축적의 결과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 존재는 큰 위안이 된다.


그들을 보며 문득 생각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동행이 되고 있을까.
말없이 옆을 지켜주는 사람, 필요할 때 잠시 멈춰 기다릴 수 있는 사람.

관계는 화려한 표현보다 이런 조용한 태도로 유지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금 느린 걸음에도 불만이 없고, 때때로 길이 어긋나도 다시 옆에 설 수 있는 관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인생의 길은 생각보다 길고, 예상보다 단순하다.

특별한 사건이 매일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드라마 같은 반전이 자주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날은 그저 오늘을 넘어가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래서일까. 결국 중요한 건 거창한 순간이 아니라,

옆에 누가 서 있는지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동행은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큰 약속도, 극적인 충성도 필요 없다.
그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천천히 걸어가는 것.

멀리 가지 못하는 날에는 멈춰 서는 것을 허락해 주는 것.

때때로 침묵을 나누는 것. 그러면 된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삶을 걷고 있고, 또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아주 조용하지만 단단한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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