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니
어제는 늘 산책하던 길을 차를 타고 멀리서 보게 되었다.
평소 같았으면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지나쳤을 그 길이,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전혀 다른 장소처럼 보였다.
물빛은 더 깊어 보였고, 나무들의 윤곽은 선명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잠깐이었지만 마치 유럽의 어느 강가를 스쳐 지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익숙함 속에 숨어 있던 풍경이 낯설 만큼 아름다웠다.
그곳은 늘 내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출근길의 시작이기도 했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천천히 걷곤 하던 그 길이었다.
그런데 정작 그 안에서 바라볼 때는 그렇게까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늘 보던 나무였고, 늘 보던 강물이며, 늘 지나치던 길이었다.
너무 가까이 있다 보니, 그 가치를 잊고 살았던 걸지도 모른다.
멀리서 보니 오히려 더 잘 보였다.
그동안 무심히 스쳐가던 디테일들이 한꺼번에 선명해졌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속도, 강물의 흐름,
햇빛이 표면에 반사되며 만들어내는 작은 흔들림까지.
가까이 있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거리감 속에서 형태를 갖기 시작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은
대개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매일 마주한 풍경도, 사람도, 마음도 그렇다.
익숙함은 때때로 감사를 흐리고, 소중함을 무디게 만든다.
‘당연함’이라는 얇은 막이 모든 아름다움을 가려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멀리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떨어져서 보아야 더 정확해지는 것들이 있다.
관계도 그럴 때가 있고, 마음의 문제도 그렇다.
한 발짝 물러서야 흐름이 보이고,
간격을 두어야 전체가 보인다.
너무 가까이 들여다보면 오히려 중심을 잃을 때가 있다.
어제 본 그 풍경이 특별했던 이유는,
그곳이 아니라 내가 위치를 바꾼 덕분이었다.
익숙한 것들이 새로운 얼굴을 드러낸 건
단지 내가 조금 멀리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거리만큼 시야는 넓어지고, 마음은 조용해졌다.
아마도 삶도 비슷할 것이다.
가끔은 걸음을 멈추고, 때로는 한 발 물러서 바라보는 것.
그러면 내가 이미 가지고 있던 것들의 아름다움이 천천히 떠오른다.
어제의 그 강가처럼,
사실은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을 이제야 비로소 알아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