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의 기억

마법은 어른에게 더 깊게 스며든다.

by Serenitas

겨울이 되면 이상하게도 손이 먼저 책장 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자연스레 꺼내드는 책은 늘 똑같다.

해리포터. 마치 계절이 나에게 작은 주문을 거는 것처럼,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나는 다시 그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처음 1권을 읽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의 나는 책 속에서 날아다니는 마법보다도,

그 모든 세계를 만들어낸 작가의 상상력에서 더 큰 마법을 보았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었을까.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이들을 같은 꿈 속으로 데려갈 수 있었을까.

읽으면 읽을수록 감탄과 질투가 뒤섞여 묘한 감정이 되곤 했다.


나이가 들면 이런 판타지의 설렘이 조금은 옅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오히려 나는 더 깊이 빠져들었다.

현실의 복잡함 사이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다는 사실이 예전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마법사들의 기숙사 생활, 어둠 속에서 빛나는 마법 주문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호그와트,

이 모든 것이 겨울의 찬 공기 위에 허옇게 숨결처럼 떠오른다.


누군가 나이 들어서도 해리포터를 그렇게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살짝 웃음이 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해리포터는 단순한 동화나 판타지가 아니다.

한때 나를 열광하게 만들었던 그 첫 마음을,

세월이 흐른 뒤에도 변함없이 불러내는 특별한 기억이다.

그래서 겨울이면 나는 다시 책장을 넘긴다.

해리가 겪는 시련과 모험을 다시 따라가며,

몇 번을 읽어도 지루하지 않은 장면들을 골라 읽으며 마음의 온도를 살짝 높인다.


그리고 문득 생각한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기억을 남기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나와 같은 누군가가 내 글을 읽으며 잠시 현실을 잊고 따뜻한 세계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

그 생각만으로도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자라난다.

해리포터가 내게 일러준 건 마법의 존재가 아니라,

상상력이라는 것 자체가 누군가의 삶을 흔들어놓을 만큼 강렬한 힘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겨울을 좋아하게 된다.
이 계절에만 열리는 나만의 문이 있기 때문이다.
그 문 너머에서 나는 언제나 다시, 해리포터의 세계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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