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어디쯤에서 서성이고 있을까.
서울에는 눈이 온다고 들었다.
산골은 아직 하늘이 멀쩡하다.
이렇게 눈이 오락가락 몇 번을 더 해야 산골에는 봄이 온다.
산골의 봄은 더디게 와서 잽싸게 사라는 손님이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모두 마트에서 구입해야 하는 도시생활과는 달리 산골에서는 지천이 먹거리로 뒤덮여 있다.
호미 하나만 들면 요술방망이처럼 뚝딱하고 저녁반찬거리가 생긴다.
특히나 겨울 끝에는 냉이, 쑥, 달래, 겹꽃삼잎국화, 돈나물 등이 나오느라 땅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아마도 그들은 언 땅 속에서 늘 준비운동을 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핸드폰 진동보다도 작고 부드러운 그 울림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더듬이에 먼지가 끼지 않도록 간수해야 한다.
겨우내 얼었던 땅을 뚫고 나오는 싹을 보면 어떻게 저 단단한 땅을 뚫고 연하디 연한 싹이 나오나 해마다 갸우뚱하게 된다.
긴 겨울을 지나는 동안 남루해질대로 남루해진 귀농 아낙의 마음에도 봄바람이 불고, 땅에 맞붙어 있는 키작은 생명의 부름에 눈이 뒤집어진다.
그들은 제멋대로 아무 때나 저 꼴리는대로 땅을 뚫고 나올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그들은 철철히 순서에 입각해서 나온다.
냉이보다 달래가 먼저 나오지 않는다.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가 사는 이 산골은 냉이 다음에 쑥 그리고 달래 순이다.
내가 귀농하지 않고 서울에 살았더라면 이런 자연의 순서를 알았을까.
언땅을 뚫고 나온 것들이 나보다 더 힘이 세다는 것을 알았을까.
귀농해서 한동안은 철마다 자연이 거저 주는 것을 처음에는 다 못받아 먹었었다.
냉이를 캐먹다 보면 어느새 쑥이 나와서 이만큼 자라 있고, 그러다 보면 이내 달래가 나오고, 오갈피순이 나오고... 정신없이 튀어나오기 때문에 내 손은 여간 분주한 것이 아니다.
지금은 얼추 그들의 속도에 부응하고 있다.
지금 산중은
땅 속에 그들도 봄을 기다리고,
나도 봄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인연은 그렇게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