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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동분 소피아 Mar 04. 2018

솔잎으로  갈치를 찌다.

금강소나무 군락지에 사는 행운

내가 귀농하여 살고 있는 곳은 금강송군락지로 500년된 소나무가 있는 유명한 곳이다.

솔잎이야 예로부터 워낙 효험이 알려졌으니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우리집 주위도 사방이 금강소나무지만, 2만평에 달하는 소나무 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튼실한

솔잎을 채취할 수 있다.

이번에는 갈치를 솔잎에 찌기로 했다.

송편에 솔잎이 빠지면 송편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옛분들은 솔잎을 애용했다.

송편을 할 때 솔잎에 찌면 솦잎에 들어 있는 탁월한 피톤치드가 각종 세균 등을 막아주기 때문에 송편이 쉽게 상는다.

솔잎을 따기 위해 소쿠리를 들고 우리 산으로 올라갔다.

동백이파리처럼 솔잎이 반질반질하다.

소나무군락지이기 때문에 물론 가을이면 그 귀한 송이도 난다.

햇살이 많이 들고 공기가 청정한 곳에서 자라 솔잎이 진한 녹색을 띤다.

솔잎은 아무 곳에서 채취하면 안된다.

솔잎혹파리 약을 방제한 곳에서는 금물이다.

그래서 솔잎을 채취할 때는 아름드리 굵은 소나무보다 적당한 굵기의 소나무를 선택하여 솔잎을 딴다.

딴 솔잎은 흐르는 물에 한동안 담가두면 남아 있을지도 모를 송진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갈치를 씻어 통풍이 잘 드는 반그늘에 몸을 살짝 말린다.

그런 다음 삼발이 위에 솔잎을 깔고, 그 위에 갈치를 놓고, 다시 솔잎을 깔고 갈치를 놓은 다음 찐다.

생선을 솔잎에 찌면 솔향이 비린내를 잡아주기 때문에 더없이 좋을 뿐더러 쉽게 상하지도 않는다.

이때 팁은 생선을 앉히고 물을 끓이기보다 끓는 물에 삼발이를 앉히고 생선을 찌면 생선의 진액이 덜 빠진다.

환한 초록색이던 솔잎이 우중충해지면 다 익었다고 보면 된다.

솔잎에 생선을 찌면 생선살이 흩어지지 않고 탱글탱글 탄력이 있다.

생선을 찍어 먹을 간장은 20년이 되어 가는 집간장으로 내놓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집간장이 오래 되면 엄청 짤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짜지도 않고 맛이 깊기 때문에 우리집 귀농 주동자인 초보농사꾼은 국수 양념장이나 미역국이나 모든 나물류를 무칠 때 이 간장을 넣어주면 아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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