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가 나를 가르친다.

산골엔 스승이 넘쳐난다. 오늘은 능소화...

by 배동분 소피아

시골집 담장마다 능소화가 요란스럽게 피어 올라앉아 있다.

콘크리트 담장이 능소화의 화려함에 질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만 같다.


그런 요란한 삶도 하루아침에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숙연하다 못해 소름이 돋는다.

귀농하고서야 능소화가 이렇게 생생히 삶을 접는지도 알았다.


어제까지 멀쩡히 여러 생명이 죽이 맞듯이 담장 위에서 두런두런 거리다가 다음 날 보면 이내 좌판을 접고 땅바닥에 죽 내려와 있는 것을 보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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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감을 주는 꽃으로 능소화만 한 꽃은 없다.
방금 전에 너무도 생생한 삶을 살다 어느 한 순간 온몸을 내던지니 말이다.

그렇게 순식간에 땅으로 내동댕이쳐진 꽃은 금방이라도 다시 제자리로 올라가 붙을 듯 생생하다.
애초부터 땅 밑 밑에서 올라와 그렇게 땅에 핀 얼굴처럼 너무도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삶을 접는 능소화.

우리네 삶도 능소화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떵떵거리고, 화려하게, 남에게 상처가 되든 말든 극단적인 언행도 서슴지 않으면서, 평생 살 것처럼 거들먹거리지만 1초 후는 누구도 모르는 일임을 자각하며 순간을 사는 이는 드물다.


귀농하고 능소화를 볼 때마다 솜털이란 솜털이 일제히 풀처럼 곤두설 정도로 내 마음의 뜰을 들여다 보게 된다.


남의 집 담장 너머로 화려하게 치렁거리는 능소화를 보며 내 삶을 점검해본다.
우리가 정기적으로, 의무적으로 차량검사를 하듯이 우리네 영혼도 그렇게 최소한 정기적으로, 의무적으로라도 점검하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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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에 곰팡이가 피지 않는지, 상처 난 곳이 덧나지 않는지...
그렇지 않고 까딱 잘못하다가는 전의를 상실하고, 꼬락서니가 말이 아닌 최후를 맞지 않을까 싶다.

이건 내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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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방에서 배 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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