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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동분 소피아 May 25. 2016

내가 할 수 있을까?

리폼은 내게 뭐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을까’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자신에게 물었던 질문이다.  

  

귀농해서 산골에 살다 보니 당장 필요하기 때문에 손봐야 하고, 어설프더라도 만들어야 써야 하는 일들이 널브러져 있다.

그런데 산골살이의 제1원칙은 ‘자가 해결’이다.     

귀농 전 같았으면 이런저런 불편사항 등등을 아파트 관리실에 대고 외치던 것을 나 자신에게 외친 다음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즉 다른 말로 표현하면 ‘혼자서  다 잘 해야 한다.’     

산골 별채의 현관이 집 위치로 보아 뒤편에 있다 보니 데크가 있는 거실 큰 문이 그만 현관이 되고 말았다.    


거실 문이 현관이 되다 보니 들락날락하는데 문턱이 높아 불편했다.

임시방편으로 옛날 어머님들이 쓰시던 다듬이 돌을 가져다 놓고 발판으로 삼았다.  

   

꼴에 멋은 알아서 내가 끙끙거리며 다듬이 돌을 올려다 활용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폭이 좁고 길이도 아쉬웠다.     


귀농 주동자인 초보 농사꾼에게 여기에 적당한 높이의 네모난 발판을 하나 나무로 만들어 달라고 했지만 그 말을 해놓고도 나 자신이 놀랐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소리를 하다니..  

 우리 부부 모두 ‘손’으로 뭐 만지작거리는 것에는 잼뱅이라 이 앓는 소리만 하고 살 뿐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시작해보자’  

   

귀농 살이 중에 널려있는 불편함과 보완해야 할 일들, 그리고 이쁘게 뭔가를 만들고 싶은 그런 희망사항들을 위해서라면 지금 시작해봐도 늦지 않으리.

    

이때 떠올린 것이 있었다.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란 시다.     

“청춘이란 인생의 한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라고 시작되고

“나이 먹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꿈과 희망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늘려가지만 열정을 잃으면 영혼에 주름이 진다“고 이어지는 이 시...  

   

‘지금 뭘 시작한다는 것이 좀 거시기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사무엘 울만 아저씨는 내게 ‘당치 않은 소리’라며 위의 명대사를 내 귓구멍에 대고 읊어주곤 했다.    

 

이 일을 하면서 나의 일상에도 잔잔한 무늬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될 거란 기대를 하면서 톱과 망치를 들었다.

이것이  내가 리폼을 하게 된 계기다.   

       

제일 단순한 발판을 만들기로 하고 집에 뒹굴러 다니는 나무를 재단하고 이제 톱질을 하면 된다.    

그 톱질이라는 게 손에 힘을 ‘빡’ 주고 그은 연필선을 따라 스르륵스르륵 밀고 당겨야 하는데 눈금대로 잘라지지도 않았고 온 에너지를 송판 떼기 두어 개 자르는 것으로 다 소모하는 지경이었다.   

  

‘못 먹어도 고!’를 외치며 초장에 조금씩 풀이 죽어가는 나를 추켜 세워야 했다.     

재단이 끝나고 못질만 하는 초간단 작업이다.

그런데 드릴이 안 먹힌다. 가지가지한다.


다시 빼려고 해도 안되고, 뺀지로 잡아당겨도 안되고, 말 그대로 ‘빼도 박도 못하고’

있었다.     

어떤 것은 용을 쓰는 과정에서 못이 부러졌다.

(우리 딸이 준 걱정인형 생각이났다.)

좌절했다.     

누가 봐도 쉬운 작업인데 그게 안된다는 건 여간 실망이 아니었다.     

‘못도 못 박는 사람이 뭘 한다고...


이 말이 자꾸만 말풍선처럼 머리 위를 떠돌아 나를 어지럽혔다.       

못이 빠지지도, 박히지도 않고 이제는 드릴에서 탄내까지 났다. 젠장...     

‘일단 후퇴!’

처참했다.  


고등학생 때 딸이 내게 준 걱정인형을 들여다보았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딸 생각에 여기서 포기하면 뭣도 못할 것 같아 힘이 생겼다.

  

다음날, 다시 해보니 이제야 모습을 갖추었다.

자신감이 담배 씨만큼 생겼다.

씨앗 중에 작기로 소문난 것이 담배 씨다.  

   

이제 칠을 시작하면 된다.

내가 좋아하는 파스텔톤으로 칠하고  바니쉬칠로 완성!!

제자리에 놓으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작은 물건 하나가 이곳을 넘나드는 사람에게 이렇듯 편안함을 줄 거라는 생각과 그것을 내가 만들었다는 사실이 뭉크의 <절규>와 같았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 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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