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야, 까마귀야!

하나 둘 도반이 되어 가는 중이다.

by 배동분 소피아

우리가 사는 오두막에는 군불 때는 방이 하나 있다.

네 식구 오밀조밀 누우면 다른 것은 끼어들 공간이 없는 작은 흙방..

서울촌놈들이 군불을 때는 방 좋은 줄은 알아서, 귀농하고 군불 때는 방이 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히도록 고마웠다.

그러다 보니 이사 와서 어찌나 불을 때 재꼈는지 그만 탈이 나고 말았다.

구들이 다 내려앉은 것.

아직껏 수리를 못하니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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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못 본 것 같은데 올해는 까마귀가 무척 많아졌다.

성대로 존재를 알리려 하더니 이제는 시선까지 끌려고 온몸으로 기를 쓴다.

관심 끌고 싶어 하는 마음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똑같은 모양이다.


예부터 까마귀는 기분 좋은 새가 아니었다기에 나의 고정관념도 같은 맥락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텃밭에 있는 새로 산 파쇄기(퇴비용 나무 파쇄하는 기계) 위에 앉아 고함을 지르고 파쇄기를 그 무서운 발톱으로 어찌나 긁어재끼는지 무서운 마음에 오늘은 까마귀 쪽을 향해 공깃돌만 한 작은 돌을 던졌다.


놀라 날아가는 까마귀 입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가까이 가보았더니 퇴비장의 음식물쓰레기를 입에 물고 가다 떨어뜨린 거였다.

이내 돌 휘두른 걸 후회했다.


'지도 먹고살려고 물고 가는 것을 쓸데없는 선입견이 생명의 먹이를 빼앗았구나' 생각하니 온몸의 뼈마디에서 신음소리가 나오는듯했다.


집에 있는 어린 자식에게 줄 것은 아니었는지, 늙은 어머니께 드리려고 했는데 부랴 부랴 먹이 던지고 빈 손으로 간 것은 아닌지......


다음에 까마귀를 만났을 때 큰 소리로 말했다.

"까마귀야, 어서 와 먹이 가져 가. 오늘은 물고 가기 쉽게 잘 펴두었어"

"오늘은 왜 그리 슬피 우니? 아기가 아프기라도 하니? 부모님이 돌아가신 건 아니고?"


그런 후로는 까마귀가 싫지 않다.

마음 하나 돌려먹기는 어려운 게 아닌 듯하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마음을 다시 돌려 먹을 일이 생겼다.

닭 사료와 개사료 올려놓는 곳에 자꾸 사료가 쏟아져 있기에 주어 담기를 며칠 했다. 그러더니 강도가 심해져 아예 새 사료 봉투 3개를 다 갈기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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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도 주범이 '까씨'라는 것은 상상도 못하고 '서씨'만 의심했다.

급기야 오늘 현장을 목격했다. 사료통, 봉투가 땅에 엎드려 있고 까씨는 갈길로 가고.....


종자 봉투도 다 뜯어 모래알만 한 각종 종자 등이 땅에 드러누워 서로 섞여 놀고 있었다.

사료 담고, 흙 고물 묻은 종자 주워 담는데 반나절을 반납해야 했다.


화를 삭이려 장독대에 가려니 작물에 병나면 뿌려줄 천연 약재 만들 때 쓰려고 계란 껍데기를 겨우내 모았는데 온통 땅에 조각을 내 못쓰게 만들었다.


일이 이쯤 되고 보면 자연사랑이고 생명사랑이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동네 어르신께 사정 얘기를 했더니 덫을 놓으란다.


덫?!

그래도 생명이 있는 것을 어찌!


아무리 그래도 저도 먹고살아야 해서인지도 모르는데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다 포기하고 '기습품(?)'을 단속하자는 쪽으로 초보 농사꾼과 의견을 모았다.

퇴비장도 흙으로 대충 덮었다.

그래도 몇 날을 와서 울고 일을 저 지렀다.


저지르면 수습하고, 저지르면 수습하고 이제는 이골이 났다.

그런데 요 며칠 통 보이질 않는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어디서 비를 피하는지 마음이 쓰인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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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나비, 매미, 새 등 제 자리에서 산골을 지키는 것들이 비가 쏟아지면 어디로 가는지 나보다 먼저 비를 피해 산골은 쥐 죽은 듯 고요하다.

비 오는 소리만이 땅 위에 엎어질 뿐...

그러다 반짝 비가 개이고 해님이 대지를 덮으면 그것들이 나보다 먼저 나타나 비설거지를 한다.

산골에서는 내가 제일 게으름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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