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귀농자의 시행착오

남들이 쉽게 말하는 동물 시리즈

by 배동분 소피아

귀농한다거나 귀촌한다고 하면 흔히들 하는 말이 있다.

"염소 몇 마리 키워보지 그래. 새끼 낳으면 벌이도 솔잖다는데..."

"닭 좀 키워서 유정란도 먹고 닭사먹을 필요 없으니 좋지 않아?"

종목을 보면 거의가 염소, 닭, 토끼, 개 등이다.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귀가 솔깃했다.


넓은 자연에서 염소 등을 키우며 아이들과 그 놈들 먹이 주면서 , 농사짓고 사는 것이 얼마나 그림 같은 일인가.

그래서 시작한 것이 염소였다.


초보 농사꾼이 현대자동차 다닐 때, 아는 분이 충북 광천에서 염소농장을 크게 하시는데 초보 농사꾼의 귀농의 이유가 맘에 든다며 개를 주신다고 했다.

우리는 한 번에 두 가지를 해결할 수 있다며 광천으로 떠났다.


그때는 귀농하고 바로였기 때문에 사기가 하늘을 찔렀던 관계로 울진에서 광천쯤은 거리도 아니었다.

광천에서도 거의 산 머리에 위치한 염소농장에 도착해 보니 그곳은 염소 천국.

산 몇 개를 망을 치고 염소를 놓아 먹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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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를 파는 곳이 아니고 자세히는 모르지만 음식이나 중탕으로 만들어 도시에 내는 것 같았다.

염소를 키우는 상주 직원도 있었다.


그곳에서 얻어온 개가 멜라뮤트 두 마리.

암수라며 이거 비싼 개라고 몇 번이나 말해주었다.

보아하니 개에 대해 뭣도 모르는 것으로 우리를 제대로 판단했던 모양이다.

특별히 박 소장에게 주는 것이니 잘 키워보란다.


사실 개 하면 진돗개나 풍산개가 개지식의 전부인 우리로서는 비싼 개든, 발음도 잘 안 되는 멜라뮤트든 그저 키워보자는 생각뿐이었다.

귀농하면서 아이들과 개를 키우게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리고 광천에서 멜라뮤트를 데리고 돌아오는 길에 염소 다섯 마리를 사 왔다.

비는 쏟아지는데 트럭 적재함 염소 망 속의 염소들이 비를 맞기 시작했다.


염소 하면 떠오르는 노래.

"푸른 하늘 푸른 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에 아기 염소 여럿이 풀을 뜯고 놀아요. 해처럼 밝은 얼굴로. 빗방울이 뚝뚝뚝 떨어지는 날에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그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는 날, 악을 악을 쓰며 우는 염소들은 어쩌란 말인가.

결국 도중에 아무 시장이나 찾아내려 천막을 사서 덮어주었더니 갑갑한지 더 악을, 악을 쓴다.


차 안에는 어미 떨어져 서러운 멜라뮤트 새끼들이 구슬피 울고 차 뒤에서는 염소들이 답답하다고 악악 쓰고 울고 정신이 어디로 나갔는지 행방을 알 수 있을 지경이었다.


한밤중에 산골에 도착하여 아쉬운 대로 끈을 하나씩 목에 걸어 염소를 언덕 위 나무에 묶어 주었다.

집도 없이 갑자기 데려오게 된 관계로 일단 날이 밝기를 기다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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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집도 없이 사과 박스 밖으로 튀어나온 강아지들은 어두운 산골에서 에미 가슴 찾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먼 길 다녀와 간신히 자리 펴고 누웠다.


근데 이게 왠 일.

어찌나 매에~~~, 매에~~~~~~~하며 애처롭게 울어대는지 혹여 목이 묶였나 싶어 초보 농사꾼 저 윗 밭 언덕을 밤새 뛰어다녀야 했다.


그때의 첫 기억 때문인지 초보 농사꾼 염소가 즐거워 매애거려도 정신없이 염소 막으로 달려가곤 했다.

꼭 줄이 목에 묶여 발버둥 치는 것 같아 신경 쓰이더란다.


결국 하우스를 지어 겨울날 준비를 해 주었는데 염소가 죽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수놈도 한 마리 사다 넣어주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그 수놈도 죽었다.


엎친데 덮친다더니 겨우내 내린 눈으로 염소 막이 푹석 주저앉으니 더 이상 미련이 없었다.

결국 이웃에 나머지 염소들을 팔았다.

산골에 와서 호강도 못하고 가는 것들을 보며 다시는 동물 선택 시 신중해야겠다며 마음을 다 잡아먹었다.

나쁜 머리라 그런지 그 다잡아먹은 마음을 잊고 닭을 구입했다. 그것도 주제에 품는 닭을.

오로지 유정란에 눈이 멀어서.

박씨 일가 하면 계란이니.....


닭 또한 죽는 일이 많았고 알도 제대로 구경하기 힘들었다.

어쩌다 낳으면 그 한 개를 품고 있으니...

결국 병아리 한 마리 구경 못하고 닭은 산골 식구들의 몸보신용으로 이 생을 마감해야 했다.

(초보 농사꾼 키우던 닭을 결국 못 잡겠다 하여 이웃 분을 초빙해서 잡아야 했음)


이제는 절대로 살아있는 것들에게 죄짓지 말아야지 다짐에 다짐!

머리 나쁘면 평생 고생이라더니.


이번에는 이웃집에서 귀농해서 자리 잡는 동안만 애견을 키워 해보란다.

종목도 다양하지...


어미개를 사서 새끼 받아 팔면 농사자금에 보탬이 되니 해보란다.

자기도 하고 있는데 괜찮다고...

그래서 어미 개 다섯 마리를 거금 백육십만 원 주고 샀다.


산골에 넓은 우리를 만들어 완전 자연 속에서 키웠다.

그런 환경을 더 좋아했다.

개들에게 자연만한 자연조건은 없으니까.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새끼 구경은 하늘의 별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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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새끼를 낳으면 산 개보다 땅에 묻힌 개가 더 많았다.

산골이라 겨울에 새끼 관리하기도 힘들었다.


애견센터에서 처음 살 때, 해보다 안되면 다 인수하기로 했지만 말이 그런 거였다.

말도 안 되는 헐값에 개를 인계받겠다고 했다.

사람의 약속이 이렇구나 라고 대뇌이며 개를 인계했다.

그동안 키운 정때문에 한동안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그러는 동안 거저 얻은 멜라뮤트는 새끼를 잘 낳아 생각지도 않게 분양을 해서 생각 외의 가계보탬을 주었다.

멜라뮤트를 아는 사람은 안다. 새끼가 얼마나 비싼지.


하지만 초보 농사꾼은 자신은 개장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멜 새끼를 파격적으로 싼 가격에 분양했다.

사가는 사람들도 자연이라는 좋은 환경에서 키운 것이라 다들 좋아했다.


그 대신 자신은 농사가 주업이니 산골까지 와서 데려가라고 했다.

서울에서, 이천에서 새벽 3시에도 달려와 깜짝 사이에 분양이 끝나버렸다. 쌀뿐더러 자연에서 키워 건강하다는 이유로....


이제 염소도 제 갈길로 가고, 닭도, 애견도 빈 집만 정표로 남겨둔 채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렸다. 이제 멜라뮤트만 남아 산골을 지키고 있다.


초보 농사꾼과 말했다.

"선우 아빠, 우린 돈 들여 돈 벌려 하면 잘 안되네. 욕심 없이 거저 준 멜라뮤트나 잘 키워보자고.... 당신 스타일에도 맞고 말이야."


이제 어떤 동물이든 섣불리 데려와 정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헤어질 때는 그것을 끊지 못해 저나 나나 마음을 삭혀야 하니까.



비 오는 날에도 산골은 분주하다.

귀농하고 물사정이 좋지 않아 지하수 개발회사를 불러 관정 박고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공사를 했다.


모터로 물을 끌어올리는 데 그것을 묻은 플라스틱 통에 비만 오면 물이 고여 모터가 타버린 일이 생겨 겨울에 큰 고생을 했었다. 그러니 비만 오면 엎드려 그 통에 코를 박고 고인 물을 퍼내는 것이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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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무 쌓아 둔 곳에 비가 들이치지는 않는지, 논으로 들어가는 개울물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멜라뮤트 새끼는 어미품에서 이 비를 잘 피하고 있는지 등을 다 챙겨야 한다.

한 바탕 그 일을 하고 나면 옷이 다 젖는다.

옷 갈아 입고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져본다.


도마뱀 새끼도 잘린 꼬리를 흔들며 오두막 앞을 지나다 향기에 취해 비틀거린다.

이 비를 피해 어디로 둥지를 옮기는지.......

(2002에 쓴 글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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