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아낙의 소꿉놀이
귀농하여 산골살이를 시작한 지가 올해로 17년 차다.
이곳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은 연도를 초월하여 글을 올리지만 이 글은 가장 최근의 산골 풍경을 쓰고 있는 중이다.
귀농하여 자연에 얹혀살기 시작하면서 달라진 나의 모습 중 하나는 '어떤 일이든 서둘지 않는다'는 거다.
물론 모든 면에서 그렇다고 한다면 거의 성인품에 오를 기세이겠지만 되도록이면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 노력이 모여 하나의 실천이 되고, 그 실천이 모여 철학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 철학의 기다란 오솔길을 난 한 걸음씩 걷고 있는 중이다.
지금 쓰려는 '산골 미니 화단 만들기'는 봄에 생각한 것이다.
봄에 생각한 것을 7월 끝자락에서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늦어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화단보다 주위의 인테리어 소품을 마음으로 여러 번 그렸었다.
그러다 생각해낸 것이 '집에 있는 것을 리폼해보자'였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이 작은 선반...
칙칙한 색깔에 오래된 티가 팍팍 풍기는 전형적인 디자인이라서 어디에 걸자니 후지고 버리자니 아깝고 그런 거였다.
리폼을 시작했다.
우선 선반 앞에 나름 멋을 낸답시고 있는 모양 없는 모양을 내어 가로 막았던 것을 과감히히 톱으로 잘라냈다.
떼내고 보니 옆구리에 못이 튀어나와 무슨 짓을 해도 빠지지 않았다.
귀농 주동자인 초보 농사꾼의 도구를 다 갖다 써도 안된다.
언젠가 초보 농사꾼이 이런 것을 빼낼 때 쓰던 게 있었는데...
찾아서 해보니 바로 되었다.
'이래서 연장이 중요하구나'를 촛자 리폼자가 깨닫는 중이다.
톱질해댄 자리를 매끄럽게 처리하기 위해 폭풍 사포질을 해대야 하는데 사실 사포질이 보기보다 힘들다.
리폼 몇 번 하면 이 놈의 사포질때문에 팔뚝 굵어지는 것은 순식간이겠다 싶을 정도로...
본판도 사포질을 해주어야 페인트칠이 잘 먹는다.
이렇게 사전 작업을 끝내고 나니 이 모습이다.
그래도 본판이 어두운 색상이라 하도 색으로 젯소칠을 두세 번 해주어야 칠하고자 하는 페인트 색이
깔끔하게 떨어진다.
젯소칠을 세 번 한 다음, 페인트 색을 조색했다.
페인트칠은 두 번했다.
그런데 날이 얼마나 습기가 많은지 마르지를 않는다.
빨리 말라줘야 다음 단계의 칠을 계속해서 몇 시간만에 완성할 수 있는데...
그래서 결국 또 드라이기를 가져다 사용 중...
두 번의 페인트칠이 끝난 후, 마지막으로 바니쉬를 두 번 칠해 주었다.
완성!!!!
몇 년 전에 열쇠걸이로 사용하던 것을 창고에서 찾아와 가장자리만 하얀색으로 페인트칠을 해주고 나머지는 빈티지 효과 그대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미니 화단 위에 선반을 걸고 주먹 반만 한 다육이 화분과 함석 소품들을 올렸다.
작년에 유럽 배낭여행 중에 오스트리아에서 산 빨강, 밤색 등잔도 올려놓았다.
열쇠걸이로 쓰던 것에 정원 소품인 미니 삽, 삼지창, 갈고리 등을 걸어주었더니 화단의 이쁜 병풍이 되어 주었다.
난 율마를 좋아한다.
율마를 보면 한 그루의 풍성한 나무 같아서 그냥 좋다.
그 앞에만 쭈그리고 앉아도 율마에서 숲의 바람소리가 나는듯하다.
그게 내가 율마를 환장하는 이유의 전부다.
그러나 일전에 한 번 실패한 일이 있어서 냉큼 또 사 오질 못했다.
생명 붙은 것을 또 죽일까 봐 두려워서....
그러나 일을 저지르기 전에 율마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했고 율마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어느 정도 파악을 했기 때문에 또 두 그루 사 왔다.
현관을 들락거릴 때마다 미니 정원을 들여다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그럼 귀에서 숲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숲이 부르는 소리를 듣는지....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