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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동분 소피아 Oct 05. 2016

향으로 먹는 버섯의  귀족 송이

귀농 아낙의  송이 요리 한 상!!

자연은 늘 안식일을 보내는 듯 평온하다.

그런 자연에 아이들을 방목하면서 죽은 듯이 엎드려 살 작정으로 오지 산골로 귀농한 지 17년 차다.     

똥줄이 타들어가는 듯이 빡빡한 도시의 일상과는 달리 자연에서의 삶은 헐렁하기 짝이 없다.


숲 속의 나무와 나무 사이가 빡빡하지 않고 헐렁한 것처럼, 그리하여 늘 그들 사이는 곰팡이 피는 일이 없듯이 자연에서의 삶은 운신의 폭을 넓혀준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마음의 치수까지 넓혀주니 산골의 삶은 오동잎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처럼 맑은 소리가 난다.    

그렇기에 자연에 등 기대고 사는 삶은 애면글면 맘 졸이고, 영혼이 곤죽이 되도록 사는 도시의 삶과는 차원이 다르다.

    

도시에서야 남보다 더 광이 나야 하고, 더 많이 갖는 일이 지상과제였다면 귀농 후, 자연에서의 나의 삶은 자연에게 지혜를 배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기를 쓴다.

    


(이처럼 위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송이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해도 자연에게 늘 거수경례를 붙여야 하는데 철마다 거저 퍼주는 자연의 양식은 헤아릴 수가 없다.   

  

산골에서 추석 즈음에 자연에서 얻는 것 중 최고는 송이가 아닐 수 없다.

버섯의 귀족 송이는 인공적인 재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가격이 대단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내가 사는 울진송이는 세계적인 명품인 울진 금강소나무 군락에서 나기 때문에 그 명성이 자자하다.

송이 철에는 아무 산이나 들어갈 수 없다.

그것이 송이산일 경우는 송이 도둑으로 오해를 받기 십상이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

    

송이의 효능은 고단백 저칼로리로 성인병 예방에 좋으며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구아닐산 성분이 풍부하여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준다고 한다.     

더군다나 글루칸 성분이 들어 있어 항암효과가 좋은 버섯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곳 어르신들은 송이를 팔러 간다고 하지 않고, 송이를 바치러 간다고 할 정도로 귀히 대하신다.     

송이를 팔아서 자식들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보내는데 큰 도움이 될 정도였으니 왜 안 그러셨겠는지...

그래서 우스개 소리로 ‘송이가 나는 곳은 아들도 안 알려준다’는 말까지 있을까.

   

송이의 최상품은 버섯의 갓 아래의 피막이 터지지 않아야 하고, 버섯 대가 굵어야 한다.

버섯갓 아래의 피막이 터지지 않는 정도면 작고 살이 두껍기 마련이다.     

작아도 그것이 상품이기 때문에 비쌀 때는 1등급 1킬로에 몇 십만 원씩 한다.


송이 갓 아래의 피막이 터지고 갓과 버섯 대의 크기가 크며 생김새가 매초롬하지 않는 것들은 2등급, 3등급, 등외 등으로 구분되어 가격이 매겨진다.  

    

그럼 송이 따러 함께 가보자!!!

우리 집 송이산은 집에서 멀리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바구니 들고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오늘은 얼만큼의 송이가 나와 앉아 나를 맞이할까 궁금해진다.    

송이를 발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첫눈에 하얀 송이를 발견했다면 이미 어느 정도 커졌기 때문에 1등급을 받긴 어렵다.     

이처럼 솔잎을 뒤집어쓰고 봉곳이 올라오는 것을 발견하면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조심조심 뒤집어쓰고 있는 솔잎을 치우고 대강의 덤불을 털어내면 한인물이 난다.     

송이의 갓이 단팥빵 만하면 무게는 많이 나가지만 좋은 등급을 받지 못하고 등외품으로 선별될 우려가 많다.  

   

그렇다면 송이 요리를 어떻게 하면 최고의 맛과 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송이는 다른 버섯과는 달리 향이 독특하여 향으로 먹는 버섯이라고 할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손질을 조심하지 않으면 그 향을 잃을 수 있다.

그럼 손질하는 법을 들여다보자.     


송이 손질법!     

1. 송이는 물에 담그거나 물을 틀어놓고 훌훌 씻으면 버섯에 물이 배여 향을 읽을 뿐만 아니라 식감이 뚝 떨어진다.

신생아 얼굴 닦아 주듯이 손에 물을 묻힌 다음 송이의 갓부터 닦는다.

주로 솔잎과 흙이기 때문에 빡빡 닦을 필요는 없다.

손에 물을 묻힌 다음 닦기를 반복하다 보면 이내 깨끗해진다.

2. 갓 아래는 송이를 따서 담아오는 과정에서 흙이 들어갈 수 있다.

송이 갓 안쪽의 흙을 털기 위해서는 똑바로 송이대를 잡고 숟가락 등으로 송이대를 톡톡 쳐주면 주름이 자글자글한 갓 속에 끼인 흙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3. 송이 맨 밑뿌리 부분에는 회색의 흙 등이 붙어 있는데 그것은 칼로 조금만 떼어내면서 제거하면 된다.     

송이 요리법!     

1. 기름장에 찍어 먹기

참기름이나 들기름에 소금을 넣는다.

송이는 되도록 칼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찢는다.

이때 잘게 찢을수록 송이향은 더욱더 진동을 한다.

입안의 향을 먼저 먹고, 송이를 먹는다고 할 정도로 향이 그윽하다.

다른 송이 요리법에 비해 향과 식감면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는 방법이다.     

2. 송이 호박국 

처음에 귀농해서 이곳 분들이 송이 호박국을 끓여 드시는 것을 보고 무슨 맛으로 드실까 싶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이 담백한 맛에 중독되어 가는 우리 부부...

송이에 호박을 넣고 끓이는 송이 호박국은 복잡한 요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송이는 다른 식재료와 섞이면 그 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재료를 넣지 않는다.

애호박은 채를 썰고 송이는 손으로 찢어 준비한다.

송이 국을 끓일 때는 그냥 맹물에 끓인다.

다싯물로 끓이면 송이향이 희석되거나 다싯물의 맛 때문에 온전히 송이향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송이 호박국만큼은 맹물을 넣고 끓인다.

소금으로만 간을 하고 다른 것은 넣지 않는다.

속이 시원하고 송이의 향이 그대로 살아 있어 국이 목구멍에 넘어갈 때까지 향이 따라다닌다.

귀농해서 생전 안 해본 농사를 성실히 지어온 초보 농사꾼이 좋아하는 송이 호박국...

작은 상에 막걸리 한 잔을 함께 올려주니 더없이 좋아한다.  

시원한 국물 맛 때문에 송이호박국을 몇 번씩 끓여준다.

소고기를 넣기도 하지만 이럴 때는 고기를 자제해보자는 생각에 두 가지만 넣고 단순하게 끓여준다.

3. 송이라면

"송이값이 얼만데 라면에 송이를 넣다니"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재료가 라면과 어우러졌을 때 최고면 그 이상 없다는 판단을 종종 내리기 때문에 라면에 송이를 넣고 먹어보면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이곳 울진은 거의 3년 동안 풍족한 송이를 구경하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송이가 풍년이 되니 송이값은 싸졌지만 풍족하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라면을 끓였다.

라면에 넣는 송이는 등외품으로도 충분하다.

등외품 송이는 하나만 찢어도 한 접시 풍족히 나오기 때문에 라면에 넣고도 남는다.

라면을 먼저 끓인 다음 맨 마지막 불을 끄기 바로 직전에 찢은 송이를 넣는다.

국물이 송이에 잠길 정도로 라면을 눌러준 다음 바로 불을 끈다.

송이는 생으로도 먹기 때문에 푹 익힐 필요가 없다.

이때는 청양초나 계란 등은 안 넣는 게 좋다.

송이의 맛과 향을 온전히 느끼기 위함이다.

색깔을 내기 위해 맵지 않은 일반 고추 두 조각을 넣었다.

입안에서 송이가 씹히는 소리가 뽀드득뽀드득 눈을 밟는 것 같다.    

  

* 다음 글은 송이 백숙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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