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동분 소피아 Oct 16. 2016

송이요리의 최고봉, 송이 백숙

귀농 아낙의 요리 에세이

산골로 귀농하면서 어린아이들에게 약속한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개를 키우게 해주게 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최소한 일 년에 한 번씩 다른 나라를 경험해보자는 거였다.


물론 귀농한 해에 바로 첫 번째 약속은 이행이 되었고, 두 번째 약속 역시 귀농 첫 해부터 지켰다.

농사를 말아먹은 어느 한 해를 빼고...

(이처럼 갓 아래의 피막이 터지지 않아야 1등급이다.)

꿈에서조차도 농사를 안 해본 우리 부부가 사표를 내던지고 산골로 귀농하여 농사로 얻은 수입으로 생활을 하면서 그것도 해외여행까지 다닌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 어려운 일에 도움을 준 것 중 하나가 송이였다.

집 바로 옆에 송이산을 샀기 때문에 해마다 가을이면 송이를 채취하여 그것을 판 돈으로 여행경비 중 일부를 충당했다.

(장갑 챙겨 들고 송이 따러 나선 아이들. 초등3년, 5년 때)

송이를 따러 갈 때는 되도록이면 아이들과 함께 갔다.

스스로 송이를 수확하고 그것을 귀하게 여겨 송이를 판 돈으로 여행을 가면 자신들도 일부 역할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하고 싶어서의 이유도 있었다.

"우리 귀농해서 출세했네. 송이도 따러 다니고..."라고 하면 아이들은 "맞아, 맞아."라며 추임새를 넣는다.

온 가족이 나선 송이채취는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송이 보따리 옆에 놓고 휴식중인 산골 박씨들.. 아이들 중고등학생 때)

그만큼 송이는 값나가는 물건이다.

송이가 흉년이면 송이값이 비싸다.

지난해보다 올해는 송이가 송이가 풍년이다.

송이가 풍년이면 송이값이 좀 덜 나간다.

그래도 워낙 송이값은 비싸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송이값이 널뛰듯 하는 것을 보면 우리네 삶과 같다.

하나가 짧으면 하나가 긴 법이니 괘념치 않다.


자연에서 방목한 아이들이 청춘이 되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관계로 올해의 송이는 우리 부부가 채취했다.

옆구리가 허전하다.

마침 이번에는 EBS의 <한국기행> 촬영이 있어서 촬영팀과 송이산도 함께 갔다.

앞의 글에서도 썼듯이 송이는 고단백 저칼로리로 성인병 예방에도 좋고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구아닐산 성분이 풍부하여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준다고 한다.     

최근에는 글루칸 성분이 들어 있어 항암효과가 있어 더욱 관심을 받는 버섯이다.

우선 송이를 어린 아기 세수시키듯 손에 물을 묻혀 닦아 내는 방법으로 손질을 한다.

물에 담가 씻으면 향도 잃고, 물이 먼저 송이에 스며들기 때문에 맛의 질도 떨어진다.

손질을 했으면 잘게 손으로 찢는다.

송이뿐만 아니라 오갈피, 엄나무, 황기, 대추 등을 넣고 송이도 이때 함께 넣는다.

그래야 닭에 송이 맛과 향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우리 집 초보 농사꾼은 닭고기보다는 백숙 국물을 좋아한다.

시원하고, 송이향이 그대로 코와 입에 전해지기 때문이다.

간을 전혀 안 했으니 닭은 소금을 찍어 먹으면 담백하다.

닭고기도 그렇지만 찢어 넣은 송이에서도 기름기가 좌르르 흐른다.

여름내 찜통더위 속에서 농사짓느라 고생한 초보 농사꾼에게 해마다 이맘 때면 송이 백숙을 해준다.

그래야 가을걷이 때뿐만 혹독한 산골의 겨울의 터널을 잘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송이 백숙을 압력밥솥에 주로 했었는데 오늘은 들통에 끓였다.

중간중간 뚜껑이 열어 무름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어서 편하다.

송이백숙은 닭고기에서도 송이향이 진동을 한다.

송이를 넣은 모든 요리는 다 송이향이 진동을 하지만 송이 백숙만큼 깊은 송이 맛을 전하는 것은 드물다.

우리 집 주위는 모두 금강소나무로 병풍이 둘러쳐져 있다.

그래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없이 늘 푸르다.

소나무 덕분에 가을에 송이 백숙으로 귀농 주동자인 초보농사꾼의 몸보신을 시킬 수 있으니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이제 곧 숲도 몸을 가볍게 하겠지.

나도 한 해를 갈무리하면서 마음을 가볍게 정리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건 자연에게서 배운 지혜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매거진의 이전글 향으로 먹는 버섯의  귀족 송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