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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동분 소피아 Feb 13. 2017

'야콘 굴밥'해 먹는 날

귀농 아낙의 시골밥상 이야기

산골의 겨울 문이 덜컹덜컹 박자를 맞추고 있다.

밖이 추운 모양이다.

그러나 귀농하고 겨울은 어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무장까지 해야 하는지를 체득했기 때문에 제아무리 바람이 겁을 주어도 끄떡도 안 한다.    

이런 겨울철에 잊지 않고 먹는 것 중 하나가 굴이다.

왜 잊을 수 없냐는 표현을 들먹였냐면, 김장이랑 굴은 떼려야 뗄 수 없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겨울의 터널을 빠져나오기까지 훌륭한 양식이 되어 주는 김장을하는 날에 굴은 단짝이다.

(야콘을 막 캔 모습)

김장을 담그고 배추를 두어 포기 쭉쭉 찢어서 겉절이 양념으로 버무리고 마지막에 싱싱한 굴을 넣어 한번 양념을 버무려 먹는 의식을 치러야 김장이 끝나기 때문이다.     

굴은 김장할 때 겉절이용 말고도 다양하게 요리를 해 먹는다.


‘바다의 우유’라는 별명이 붙은 귤의 효능 또한 어마어마하다.     

철분이 풍부하여 빈혈 예방, 면역력 증진, 피부미용, 아이들의 성장촉진과 동맥경화, 간 기능 향상, 고혈압에 좋다고 알려졌다.

또한 굴의 칼로리는 100g당 약 96Kcal정 도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숙성이 된 야콘)

산골에서도 겨울철에는 굴을 자주 사다 먹는다.

이번에는 ‘야콘 굴밥’을 하기로 했다.     

생으로 혹은 겉절이에 곁들여 먹는 것도 싱싱한 맛을 경험할 수 있어 좋지만 굴밥 역시 양념장의 매력을 떨칠 수 없기 때문에 겨울철에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요리다.    

 

오늘은 야콘의 특색을 살리기로 했다.

야콘 역시 ‘땅 속의 배’라는 별명을 가슴팍에 붙이고 있는 먹거리라서 과일보다 담백하면서 달고 맛있다.     

(야콘을 깎아놓은 모습, 노랗게 숙성이 잘 되었다.)


더군다나 야콘의 효능이 당뇨, 변비, 다이어트, 동맥경화, 고혈압 등에 좋다고 널리 알려져 인기의 상한가를 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뇨로 널리 알려졌고, 일본에서는 다이어트로 많이 알려졌다.     

우선 야콘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하고자 한다.


야콘은 뿌리식물로 가을에 채취한다.     

고구마처럼 생겼지만 섬유질이 많아 삶아도 삶아지지 않고 사각사각하다.

야콘은 캐자마자 먹는 것이 아니고 약 보름 정도 숙성해야 달고 맛있다. 

야콘은 숙성을 해서 먹는 것이라 너무 큰 것은 속 끝까지 잘 숙성이 안되어 가운데 부분은 지리한 맛이 난다.     

다른 과일은 크기가 커야 장땡이지만 야콘은 그렇지 않다.

또 야콘을고를 때의 팁은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거친 것보다 매끄럽고 작은 것이 맛있다.  

  

그럼 ‘야콘 굴밥’을 해보기로 하자.

1. 야콘을 깎아 채로 썬다.

이때 채는 가늘지 않아야 한다. 

너무 가늘면 푹 익어버려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 없고 심하면 곤죽이 된다.

    

2. 당근과 무 또한 같은 방법으로 채를 썬다.

무와 당근도 너무 가늘지 않게 채를 썬다.    

3. 굴은 한 두 번 흐르는 물에 씻어 채에 넣고 물기를 뺀다.     

4. 쌀을 씻은 다음 휘슬러 압력밥솥에 앉힌다.

그 위에 앞서 썰어 놓은 야콘, 무, 당근을 올리고 맨 마지막에 굴을 얹는다.   

5. 이때 팁은 밥물을 평소보다 적게 넣는다.

야콘, 무, 굴 등에서 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6. 압력밥솥이 최선을 다해 밥을 하고 있을 때, 간장 양념장을 만든다.

제일 중요한 베이스인 간장은 18년이 되어 가는 집간장으로 한다.

간장에 파를 썰어 넣고, 가을에 수확하여 냉동해 둔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넣는다.

고춧가루 조금 넣고, 참기름, 통깨를 넣으면 끝!!     

밥솥 뚜껑을 열자 굴의 향긋한 냄새가 먼저 자극한다.

밥을 그릇에 담고 아까 만들어둔 양념장에 밥을 비벼 먹으면 된다.     

양념장만 먹어도 맛있을 판에 야콘, 굴, 당근, 무까지 함께 어우러지기 때문에 겨울철 별미란 말이 절로절로 나온다.     

산골에서 바다도 먹고 땅에서 나는 야콘 등도 먹으니 입안이 호강이 아닐 수 없다.

밥에도 굴 물이 들어 씹을 때마다의 향이 입안에 퍼진다.    

이제 바다와 들에서 얻은 야콘 굴밥을 놓고 온 가족이 두런두런 하루의 터널을 빠져나온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이보다 좋은 풍경이 있을까...     

‘이 겨울 저녁, 난 모든 것을 가졌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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