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이 실감날 때-군불 때는 일

산골 귀농 이야기

by 배동분 소피아

햇살이 일찍 마루에 엎어진다.
아이들 보내고 돌아서려는다 그리 내 발목을 잡으니 잠시 그대로 서서 그 햇살을 받는다.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온 초보농사꾼이 내게 왜 그러고 있느냐고 한다.

햇살이 따사로우니 아깝네 라고 하니 무엇에 굶주린 사람 같단다.

햇살에 굶주림이 틀림 없다.
자신도 그런 생각에서 그리 말했으리.

이제는 자리잡고 앉아 무릎을 세운고 머리를 묻는다.
이 자세가 참으로 편하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심장 가까이에 귀를 대고 눈을 감고 그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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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하고 이 오두막은 우리 부부에게 귀한 보물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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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전, 아파트에 살다 오두막을 처음 보았을 때 얼마나 마음이 들뜨던지.

오두막에는 방이 셋있다.
하나는 말이 방이지 한쪽에 주방과 식탁이 있다보니 조금 불편하다.

예전에는 재래식 부엌이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리 주방을 방에 들이셨다고 했다.

나머지 방 둘 중에 하나는 구들방이다. 전형적인
벽도 흙이 툴툴 떨어지는 흙방이고...
처음에는 도배되어 있던 것을 뜯어내니 흙이 떨어지고 묻어난다.

구들은 작년에 새로 놓았다.
이곳에서 한구들하시는 어른을 모셔다가 꼬박 하루 걸려 구들을 튼튼히 놓았다.
문제는 벽이었다.
벽에 도배하려니 풀이 붙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러다 집을 고치자, 짓자 정신없이 계획이 바뀌면서 그 구들방은 그대로, 흙이 떨어지고, 묻어나는 그대로 돗자리 깔고 오늘까지 사용하고 있으니 우리도 참 대단하다.
이제 변명은 내년에 방 지을 때 나무 켜서 벽을 두를 계획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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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은 선우가 사용한다.

구들방에 불을 지필 때
그 때처럼 마음이 평안할 때가 있을까.

불이 잘 안타면 눈이 맵고 하지만 얼마나 자유로운 시간인가.
부짓갱이로 나무를 뒤적이며 후후 불기도 하고...
가마솥의 물이 끓으면 나무를 더 깊숙이 집어넣는다.
그래야 방이 따뜻하기 때문이다.

불이 잘 타기 시작하면 나무에서 불이 튀기도 한다.
어떤 때는 아궁이 밖으로 튀어나올 때도 있다.
그 튀는 소리가 나무마다 다르다.

우락 부락한 사람처럼 요란하게 타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자작나무처럼 잘잘하게 토도독하고 튀는 나무도 있다.
소리가 아주 경쾌한 것이 있는가하면 목관악기와 같은 소리를 내는 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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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바램이 있다면 그 튀는 소리로 나무를 알아맞추는 것이다.

너무 야무진 바램인가?


소리 뿐인가.

향기도 다르다.


어떤 것은 묵은 나물과 같은 냄새가 나고, 어떤 것은 바짝 마른 잎새와 같은 바삭한 냄새가 난다.

귀농 3년차가 되니 겨우 소나무는 파악할 수 있다.

솔향을 피우며 산에서의 솔방울 이야기며, 다람쥐 이야기며, 꿩가족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세속의 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러니 이 때가 참으로 평안한가보다.

군불땔 때 귀농이실감난다.

여기가 아파트가 아니구나 하고 말이다.

그 기분을 말로 표현하려 했던 자신이 어리석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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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달이 차고 있다.

그래서인지 별은 기가 죽어 한쪽에 물러나 앉아있다.

요즘은 저녁만 되면 마당에 선다.

아무리 바쁘고 아이들 챙겨줄 일이 많아도 잠시 놓고 마당에 선다.

날이 점점 차니 스웨트 하나 걸치고 감색 양말도 하나 신고 나선다.


그럴 땐 팔짱을 끼고 싶어진다.

달 한 번 보고, 발 아래 쳐다보고....

그리 반복하다보면 모든 상념은 스러진다.

별을 보고, 달을 보고...내일도 점치고...

(이 글은 2002년도 글이다.)


산골 오두막에서 귀농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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