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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동분 소피아 May 02. 2017

봄을 먹는다, 묵은지 두릅 부침  

귀농아낙의 시골밥상이야기

봄이 황급히 왔다가 황급히 가려 하고 있다.

산골의 봄은 늦게 오다보니 짧은 시간동안 봄 구실을 하려고 분주하다.     

‘잔디꽃이 피려고 하네‘ 하다 보면 어느 새 땅바닥에 펑퍼짐하게 꽃을 피웠다.

‘두릅이 봉곳하게 나오려고 하네‘ 하다 보면 어느 새 믿기지 않을만큼 쭉쭉 올라와 가시를 곧추세우고 나를 내려다 본다.   

  

두릅은 달래, 냉이, 쑥 등과 함께 봄의 인기있는 나물 중 하나이다.

봄두릅을 제일로 쳐주며 두릅의 효능은 단백질, 칼슘, 비타민C가 많으며 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어 혈당을 내려주고, 혈액순환과 피로회복 등에 좋다고 알려졌다.

이런 두릅의 효능으로 봄나물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는지도 모르겠다.     

산골에 두릅이 나는 시기는 농사꾼의 일손이 제일 바쁜 시기다.

그러니 까딱 잘못했다가는 맛도 못보게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귀농하여 자연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두릅으로 봄을 맞이해야 하는 건 아닌지.

바쁜 와중에 초보농사꾼이 두릅을 따왔다.

(곁껍질과  가시를 손질한다.)

나무두릅에는 가시가 워낙 드세게 나와 있어 조심조심 해야 한다.     

오늘은 두릅요리 중 두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두릅요리 중 가장 손쉬운 방법이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이다.

이 방법은 온전히 두릅의 쌉싸름한 맛을 느끼고 향긋한 향도 느낄 수 있어 기본이 되는 요리다.     

우선 두릅을 손질한다.

두릅의 밑동에 붙어 있는 겉껍질을 제거한다.

두릅에는 가시가 붙어 있는 것이 많은데 찔리면 깜짝 놀랄 정도로 거센 가시가 붙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 가시를 제거해야 먹을 때 부드럽게 맛과 향을 느낄 수가 있다.

손질이 끝나면 한번 물로 씻는다.

이제 데쳐야 하는데 소금을 넣고 삶는데 두릅의 밑동부터 끓는 물에 넣는다.

밑동이 두껍기 때문인데 그래야 이파리 부분과 균등하게 데쳐진다.     

두릅을 살짝 데쳤으면 바로 찬물에 한 번 헹군다.

그래야 탱탱한 나물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물기를 뺀 다음 초고추장과 함께 내놓으면 산골의 봄날 이보다 더 좋은 안주는 없다.  

   

두 번째 방법은 ‘묵은지 두릅부침’이다.

산골에는 묵은지가 떨어지지 않는다.

초보농사꾼이 묵은지를 이렇게 좋아하는줄은 귀농하고 알았다.

묵은지 중에서도 엄청나게 신 것을 좋아한다.

남은 너무 시다며 못먹을 정도가 되어야 묵은지로 친다.     

동네 할머님들이 ‘박반장이 묵은지 좋아한다’며 늘 가져다 주신다.

오늘의 묵은지는 마을 입구에 사시는 할머님이 주신 것으로 했다.     

묵은지와 두릅이 얼마나 입안에서 오묘한 맛을 내는지 궁금할 것이다.

묵은지가 두릅의 간이 되어 따로 간장을 찍어먹지 않아도 충분하다.     

묵은지를 송송 썰고 부침가루를 넣은 다음 다싯물로 반죽을 한다.

반죽할 때 너무 치대면 부침이의 바삭한 맛이 없으니 조심조심 반죽한다.     

기름을 두르고 묵은지 반죽을 올린 다음 손질한 두릅을 올린다.

두릅을 반으로 자르거나 밑동에 칼집을 내면 좋다.

    

묵은지 때문에 빨간 반죽에 초록의 두릅을 올리니 색의 조화가 상큼하다.

금방이라도 두릅이 튀어나와 두릅나무에 붙을 것 같다.

묵은지의 묵직한 맛과 두릅의 상큼한 맛이 어우러져 겨울과 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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