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어디에 두고 사는가?

귀농해서 자주 옹알이하는 말이다.

by 배동분 소피아

오늘은 울진 장날이다.
성당에서 아들 선우의 교육이 있기 때문에 6월까지는 매주 토요일에 아이를 데리고 다녀야 한다.


그러니까 성당에서 하는 첫 영성체 교육이다.
차로 편도 50분 되는 거리를 꼬불 꼬불 불영계곡을 따라 몸도 같이 휘두르고 간다.
성당에 도착하면 어찌나 어지러운지 딸 주현이는 그만 토할 때가 종종 있다.


아이를 성당 교리실에 보내고 나머지 식구들은 장 보러 나섰다.
토마토, 방울토마토, 가지, 오이, 수박, 참외, 고구마 모종을 샀다.

시중에서 파는 과일에는 워낙 농약, 제초제를 많이 치는 터라 아이들 간식거리를 넉넉히 준비할 요량으로 장을 본 셈이다.

몇 낱 열릴지 몰라도....
아이들을 위해 이것저것 고르는 아직은 무늬만 농부인 남편의 모습이 제법 진지하다.
내일은 아이들과 먹을거리 심는다고 부산을 떨 박씨 일가를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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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을 허락하자 그이는 사표 수리도 되지 않은 채 차 먼저 처분했다.
지금 차는 농촌에서 너무 사치스럽다고.

그리고 구입한 것이 포터 더블캡이다.
앞에 여섯 명이 탈 수 있는 트럭이다.


그 트럭을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것을 보고 그만 혼자 울었다.
처음 그 트럭을 타고 나가는데 얼굴이 화끈거리고 몸 둘 바를 몰라하는데 아이들은 좋단다.
뒤에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다나.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트럭이 뭐가 어때서...


그러나 귀농하기 위해 , 사표도 수리되지도 않았는데 트럭으로 바꾸니 마음이 적응이 안된 게 사실이었다.


처음 그 트럭을 타고 광화문에 있는 한국생산성본부에 원고 갖다 주러 가는데 내내 우울했었다.

옆에 탄 남편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창 밖을 보니 다 나만 쳐다보는 것 같고 괜히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이 표정은 나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듯했다.

그리고 귀농!!!
귀농 후에는 처음보다 조금 덤덤해지긴 했지만 솔직히 아무렇지 않은듯하지는 않았다.

손도 그을릴 대로 그을리고 나물 캐고 고추 심느라 갈라지고 터져 시장이나 성당에서 무엇을 집으려다가 내 손에 내가 놀라 움츠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내 산골로 돌아가고 싶어 진다.
산골 차림에는 그 터진 손이 너무 자연스러우니까.

우리는 흔히 나 위해서 산다고 한다.
그리 강조하는 걸 보면 남위 해 사는 부분 또한 크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 어떨까'하는 마음에 집착하다 보면 우선 주체성을 잃게 되고 겉치레에 치중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내 안에 내가 얼마만큼 주인으로서 자리 잡고 있는 하는 것이다.

내가 중고 트럭을 타고도 행복하면 그만이고 다 갈라진 손으로 다녀도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으면 그만이다.

처음에는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았는데 귀농하고는 조금씩 일치되어가고 있다.


도시에서 좋은 차 타고 좋은 옷 입고 다니면서 제일 행복해했는가.
불평도 없고 자식, 남편에게 만족하며 살았는가 반문해 보고 싶다.
몸뚱이의 주인인 마음이 평화로운가 가 문제라고 본다.

우리 산골에 심심찮게 손님이 찾아온다.
가족이나 부부가 올 때가 많은데 대부분 남자는 이 생활을 동경하는 눈치인데 부인은 거침없이 "이런데서 살라면 난 못 살아요"한다.

이곳이 사람 살 데가 아닌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우리가 TV 등에 나온 것을 보고 무턱 대고 찾아온 사람들이지만 듣고 나면 이내 마음이 언짢다.


그럴 때 묻고 싶다.
"그대는 도시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인가?"
난 말이다.
우리 하늘마음 농장에 오는 다른 이들이 평화롭기를 바란다.


난 귀농한 것이 돈을 벌기 위해 오지 않았다.
돈은 도시에서 버는 편이 훨씬 고상하고 빠르다.

그러나 나만이 평화롭기 보다는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평화를 맛보기를 바란다.
도시에서 찌든 때를 벗어버리고 싶을 때 조용히 마음을 감싸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그저 바람처럼 왔다가 세속의 모든 가슴앓이를 내려놓고 갈 수 있도록 빈자리를 마련해 놓고 싶다.

지금 이 순간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달라이 라마는 말했다.

"진정한 자비심은 물질을 나눠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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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안 온다고들 야단이다.
아닌 게 아니라 마늘들도 삐죽삐죽 고슴도치 가시처럼 쑥쑥 돋아나더니 얼굴이 노래 가지고 땅만 쳐다보고 있다.

길가에 뿌려둔 조그만 꽃씨들도 꼭꼭 숨어 어디에 있는지 찾지도 못하고 있다.
하늘을 본다.

별들이 소풍 나온 듯 여기저기서 보물 찾기를 하고 있다. 내일도 나의 이웃에게 물 주기는 틀린듯하다.

내일은 하다못해 물을 길어다가라도 먹여야겠다. 마늘, 채송화, 목화, 홍화, 매실나무에게....................

(2001)

개구리 소리 요란한 산골에서 배 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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