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이야기
<팬텀싱어2>를 우연히 본 것이 이번이 두 번째인가 싶다.
기대를 하고 본 것도 아닌데 그 감동이 초가을밤을 적셔 무거운 안개를 이끌고 가슴에 들어왔다.
개복숭아효소와 쇠비름효소 등의 주문에 대한 발송을 위해 늘 하던대로 손편지를 이쁜 편지지에 쓰던 터였다.
일일이 고객에게 손편지를 쓰는 일은 내가 귀농하면서 고객에 대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나와의 약속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귀농한지 18년이 되었어도 계속하는 의식이다.
그러니 이 프로도 편지를 쓰면서 잠깐씩 보는 정도였기 때문에 내가 <팬텀싱어2>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는 처지는 못되었다.
다만 이번은 뚜엣 대결인데 누구와 파트너를 하느냐가 관건인 그런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테너 조민규는 고우림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설명으로는 고우림이 본선과 1:1 대결에서 탈락과 추가합류를 반복한 사람이었다는 것도 이번 프로에서 알았다.
그런 그를 조민규는 거리낌 없이 선택했다.
그리고 테너 조민규는 고우림이 왜 실패를 거듭하는지를 분석해주고 그의 단점과 발성교정부터 연습시키는 등 그의 모습에서 음악가의 따뜻한 가슴을 느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잘 나가는 사람을 뚜엣으로 선택하면 막말로 뱃속 편할 것을 테너 조민규는 고우림을 선택하여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하고 있는 그에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노력하면 훌륭히 해낼 수 있다는 표정이 더 믿음직스러웠다.
내가 보기에 조민규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 점에서 나는 그가 대단한 실력가라는 사실을 뚜엣곡을 듣기도 전에 감잡았다.
사람이 무언가에 확신을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자신이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어야 함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어떤 참가자는(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유학파인듯한데 그 자신감이 교만으로 보일 때가 있었다. 그 점이 아쉬웠었는데 테너 조민규에게서는 그런 모습이 없었다.
노래가 시작되었다.
테너 조민규의 감정이입에서 오는 저 편안한 음색과 음을 자유자재로 타는 모습에 완전 넋을 잃었다.
사람이 노래에 빠진다는 것은 단순히 음색과 그의 음량 등만을 갖고 평가해서는 안된다.
얼마나 노래하는 이가 그 노래와 하나되어 감정이입이 되어 듣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하고 있는지가 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테너 조민규는 완벽했다.
차고 넘치는 실력이 있으나 그 감정을 조절하고, 음을 당기고 밀며 그 노래에 빠져들어 부르고 있음이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멋진 감동에 젖은 밤이었다.
더군다나 뚜엣이다 보니 서로 호흡을 맞추어야 하므로 조민규는 고우림과 눈을 맞추며 그의 호흡까지 감지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앉았다.
거기에 내가 좋아자빠지는 <L'immensita(눈물속에 피는꽃)> 이 아닌가.
아.... 어쩌면 좋은지...
노래 가사를 보라.
세상에 내가 어떤 존재이고 싶은지...
내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노래하는 곡 중 이 노래를 빼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잊고 있었다.
L'immensita(눈물속에 피는꽃) - Johnny Dorelli가 부른 이 노래를...
그런데 어제 밤에 난 그만 잃어버린 보석을 찾은 듯 새벽 6시까지 이 노래를 들으며 지금 내 존재를 찾아 마주 앉았다.
<<L'immensita(눈물속에 피는꽃)>>- Johnny Dorelli
Io son sicuro che, per ogni goccia
per ogni goccia che cadra
un nuovo fiore nascera
e su quel fiore una farfalla volera
Io son sicuro che
in questa grande immensita
qualcuno pensa un poco a me
e non mi scordera Si, io lo so,
tutta la vita sempre solo non saro
e un giorno io sapro
d"essere un piccolo pensiero
nella piu grande immensita.....
di quel cielo. Si, io lo so,
tutta la vita sempre solo non saro
un giorno trovero
un po" d"amore anche per me
per me che sono nullita nell"immensita...
나는 믿어요
지금 흘러내리는 눈물 눈물마다
새로운 꽃이 피어날 것을
그리고 그 꽃잎 위에
나비가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나는 믿어요
영원속에서 나를 생각해주고
나를 잊지 않을 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그래요
언젠가 나는 찾을거예요
내 일생동안 혼자는 아닐거예요
나는 잘 알고 있어요.
보잘 것 없는 나를 위해
영원속에 한 사랑이 있다는 것을
그래요.
내 일생동안 혼자는 아닐거예요
나는 알아요
이 하늘보다 더 높고 넓은 영원속에
작은 마음이 살아 있다는 것을
노래 한 곡이 이 초가을밤에 뜬 눈으로 새게 하는구나 싶다.
시 하나가 삶의 잣대가 되어주듯이 노래는 인생의 파도를 넘는데 마음이 동상걸리지 않도록 녹여주기에 충분하다고 믿는다.
누구나 취향은 있지만 나는 이랬음을, 가을노을을 보며 삶의 그림자까지 들여다 볼 수 있음을, 내가 지금 어떤 존재로 이 공간에 서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으니 충분히 고마운 곡이었다.
이제 글을 써야 하는 시간이다.
부지런을 떨어야 세번째 책 원고를 모을 수 있는데 요즘 감성이 건조하여 진척이 없었는데 테너 조민규가 날 도와준다.
<L'immensita>를 한 번 더 듣고 원고 앞에 앉으면 마음의 잔상들이 잉크색으로 원고지에 술술 풀릴 것만 같다.
바람이 분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바람이다.
바람은 ‘이게 가을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나도 믿는다.
노래가사처럼
영원 속에 한 사랑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