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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동분 소피아 Oct 01. 2017

팬텀싱어2와 <사라방드>
그리고 내청춘

팬텀싱어2, 헨델 의 <사라방드>가 내 청춘의 아픔을 치유하다

팬텀싱어2에 내가 열광하는 이유는 단 하나, 나를 아픈 청춘으로 데려다준다는 거다.

그리고 팬펌싱어를 통해 그때 아팠던 상처들에 '아까징끼'를 발라주기때문이다.


지금의 청춘들도 현실이 암담해서 많이 아프지만 우리 시절의 청춘 또한 나름 암담하고 고독하고 아팠다.  대학원 도서실에서 선풍기 몇 대에 의지해 그 많은 원생들이 죽기 살기로 공부를 했다.

어느 책 제목처럼 '공부하다 죽을 것'만 같았다.

대학원만 나오면 기똥찬 뭔가가 나를 기다릴 것 같았지만 학기가 더해질수록 부담감만 꾸역꾸역 내 안으로 우겨넣어야 했다.

어둔 밤 도서실에서 나와 캠퍼스를 가로질러 전철을 타러 갈 때의 기분은 머리 위를 짓누르는 어둠만큼이나 내 앞날에 안개만 자욱할뿐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난 제대로 내 길을 가는걸까?’

아니 ‘난 제대로 갈 수 있을까?’

남들은 다 제대로 잘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유독 나만 국물도 없을 것 같았다.

사루비아 선홍색과 같은 열정과 자신감으로 현실과 맞서도 될까말까한 판국에 나의 자신감은 바닥을 기고, 어떤 진로를 택해야 하나??

취직과 일본 유학에 대한 고민의 늪이 깊어만 갔던 시절....

청춘의 마음은 성할 날이 없었다.  

   

외대에서 전철을 타고 종로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멀고 먼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집까지 가는 길은 어둡고 멀고 무거웠다.

청춘이 청춘이 아니었다.     

그럴 때, 음악을 들으면 숨통이 좀 트였다.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건 아니었다.


대학전공은 무역학이고 대학원에서는  국제경영을 전공했기에  건조하지만 마음은 책으로, 음악으로 내 나름대로 해석해가며 내 영혼의 뜰을 위로하는 정도는 되었다.

어떤 노래는 날 용기 있는 전사로 만들어 주었고, 어떤 노래는 건포도처럼 말라쪼그라진 나의 마음에 물을 주었고, 어떤 노래는 두개골이 열리는듯한 짜릿함을 주었고, 어떤 노래는 절망의 굴레에 널브러진 나를 일으켜 세워 주었다.      

그 중 한 노래가 헨델의 <사라방드>였다.


헨델의 <사라방드>는 사랑하는 여인이 어둠 속에서 다른 남자의 이름을 부른다는 노래 가사 한 줄만으로도 얼마나 사랑이 '처참하고' 아프고' 절망적이고' 답이 없는 일'인지를 감잡을 수 있는 노래다.

모든 사랑이 그렇지는 않다.

우리가 말하는 사랑은 달콤해야 하고, 보고싶어 환장을 해야 하고, 그리움과 보고픔에 떨어야 하는 거지만 인생이란 반대급부가 반드시 있는 법.

그래서 사랑은 한편으로 아프고, 화가 나기도 하고,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지도 모른다.


그 마당에 사랑하는 연인이 다른 남자의 이름을 애닳게 부르다니...

그 심정은 얼마나 시렸을까.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부정하다가 결국은 현실을 수용하고 신에게 수도 없이 사정도 하고, 애원도 하고, 화도 냈을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이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것 같아 이별할 것만 같은 불안감에 하는 간절한 기도였으니 그 기도는 얼마가 절절했을까.     

원곡 헨델의 <사라방드>를 팝스타일로 재요리한 세계 최초의 오페라 밴드의 ‘아미시 포에버’의 <Prayer In The Night> 가사는 이렇다.     

 

<Prayer In The Night>

 

깊은 밤 달은 빛나고

그녀는 어둠 속에서 속삭이네요.

다른 남자의 이름은

간절한 바람은 이 영혼을 깨우네.


마음속 의심이 들지만

그날 밤 난 다른 기도를 했어요.     

하늘로 날아오르자 침묵이 깨졌어요.

마음 속 바라던 천사가 나타났어요.

사랑은 강해보이지만 고통에는 견딜 수 없어요.

마음 속에 힘이 들지만

그날 밤 난 다른 기도를 했어요.

내 사랑이여 일어나요. 나를 잘 봐요.

당신 꿈속의 그 사람에 대해 말해줘요.

당신은 어디에 있죠?

무엇이 보이나요?

눈 코 입이 없는 얼굴 그저 내 그람자인가요?     


깊은 밤 달은 빛나고

그녀는 어둠 속에서 속삭이네

다른 남자의 이름을      

우리는 마음을 나눴어요.

새로운 지평38을 열었지만

의심이 나를 덮쳐와요.

그날 밤 난 다른 기도를 했어요.      

    

그리고 이 곡은 나를 청춘의 암담했던 시간으로 데려다 주었다.

그때의 나를 안아주고 싶었다.

고민많고, 암담했던 내 청춘의 등을 토닥여주고 싶다.

음악은 충분히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지금 나의 청춘을 바라보는 이 아리함은 당장이라도 작사가가 될 것만 같다.

가을이라 그런지 내 능력의 도를 넘는 상상도 하게 된다.

  

대학원을 졸업하기 바로 전 학기에 난 한국생산성본부 연구원으로 입사를 했고, 의미있는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공부에 대한 미련이 떨쳐지지 않았다.

전공이 국제경영이었고, 국제마케팅에 대한 갈증이 깊어만 갔다.

결국 머리에서 일본에서의 박사과정에 대한 생각이 뱀대가리처럼 쳐들기 시작했다.


이처럼 삶이 팍팍할 때마다  난 이 노래를 자주 꺼내 마음에 새겼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시도 없이 난 청춘의 암울했던 시절로 빨려들어가 나를 아프게 했는데 이번 팬텀싱어2에서 이 곡을 다시 들으며 그 옛날 청춘 때 묵은 아픔이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매년 반복적으로 찾아오지만 늘 두려운 이 가을에 모두들 평안하시길....

  

그대는 마음이 고단할 때, 어떤 노래로 마음의 뜰을 서성이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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