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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동분 소피아 Feb 01. 2018

이태리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느꼈는지.  

이태리협동조합과 와인, 치즈, 발사믹 식초, 햄을 벤치마킹하며...  

                                         

인천공항에서 출발하여 오랜 시간 하늘에 떠있는 관계로 존재감을 잊은듯이 시간을 축내다가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니 한밤중이었다.

더듬더듬 나갔던 정신을 다시 불러들여 안도하기도 전에 또 한번의 비행기를 갈아타고 다시 한번 하늘에 떠있어야 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이 이탈리아의 볼로냐 공항.
공항에서 다시 차를 타고 모데나로 갔다.
이탈리아에서는 안개가 먼저 말을 건냈고 그 안개 속에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가야 하는 부담감도 함께 숨어 있었다.


 왠지 맨정신으로는 못할 말을 하기 위해 술 한 잔의 힘을 빌어 말을 끄집어내는 사람처럼 이탈리아는 그렇게 수줍은 소녀처럼 안개의 힘을 빌어 손을 내밀었다.

이병률 시인은 ‘여행은 시간을 빌어오는 일이고, 낯선 곳으로의 도착은 우리를 100년 전으로, 100년 후로 안내한다’고 했다.
그렇다.
여행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리의 미래에 불을 밝혀준다.

하물며 연수는...
연수는 여행보다 더 정확하게, 더 선명하게 당달봉사인 우리를 미래로 잡아끈다.
그대신 연수는 미리 예정된 내 길이 바다가 갈라져 길을 보여주듯 그렇게 ‘짜잔’하고 길을 보여주리라 잔뜩 기대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그 댓가로 엄청난 부담감과 열정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연수 시작도 전에 내 정수리를 짓눌렀다.

그렇기에 연수는 상황이 어떻든 ‘못먹어도 고’를 가슴팍이 쩌렁쩌렁울리도록 외치는 ‘자기 부추김’ 없이는 어렵다. 
이번 연수의 키워드는 “지속가능한 농촌을 만들다”라는 것이었다.
그 안의 세부 키워드로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급물살을 타고 있는 협동조합과 농민의 숙제인 농산물의 고부가가치 창출, 그리고 대안에너지 등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협동조합기본법의 시행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불같이 일어나고 있으며 지역마다 협동조합의 설립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니 이번 연수는 금상첨화였다.


 (▲ Gianluca Verasani 레가코프 모데나 사무총장님)

첫 번째 방문지는 레가코프 모데나(Lagacoop Modena)로 Gianluca Verasani 레가코프 모데나 사무총장으로부터 이탈리아 협동조합연맹의 역사와 개황, 모데나 지역의 협동조합과 협동조합의 형태 등을 고3 수험생 공부하듯 앉아 들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질의응답과 협동조합의 직접 방문 등으로 진을 다 빼야 했다.

1854년에 최초의 협동조합이 설립된 이후 현재 300개의 글로벌 협동조합 중 28개가 이탈리아 협동조합이라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그 중 우리가 더듬이를 잔뜩 세우고 있는 이곳 모데나 지역의 협동조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데 부러움마저 들었다.
농업협동조합의 생산액이 전체 농산물 생산액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이탈리아.

모데나라는 곳은 인구 18만 6천 명(광역권 포함하면 68만 명)의 소도시지만 협동조합이 발달한 주로 유명한 곳이다.
농업, 식품 뿐만 아니라 패션, 자동차, 바이오메디칼 등 다양한 산업기반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며 세계인의 눈을 뒤집어지게 하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고급 자동차 공장들이 협동조합과 협력하고 있는 도시로도 유명하다.

모데나 지역은 2013년 현재 974개 협동조합이 등록되어 있다.

이탈리아 내 협동조합의 형태는 
1) 소비자 협동조합 
2) 노동(일자리) 협동조합 즉, 조합원이 직원이 되어 일하는 협동조합 
3) 서포트 협동조합으로 조합원이 포도 등 원료를 가져오면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협동조합으로 되어 있다.

그 중 서포트 협동조합의 경우 농민이 거대 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어쩌면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부분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에는 더 많은 이익금의 배당을 위해 협동조합을 먼저 떠올리지만 진정한 협동조합은 어려울 때 함께 나누고 함께 감당하는 정신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2012년에 모데나를 강타한 강도 높은 지진이 있었는데 그 위기를 극복하는데 협동조합원들의 기금마련과 노동력 제공으로 잘 극복할 수 있었다는 설명과 함께 정부의 도움보다 협동조합원들의 손이 더 가까이 있다는 설명을 들으며 내가 꿈꾸는 진정한 협동조합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며 그런 이유에서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배우기도 했다.

이렇게 배웠으니 이제는 직접 협동조합을 방문할 차례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CSC 청소용구 협동조합과 그 안에 함께 하고 있는 알리안떼 사회적 협동조합, 빌란차이 저울 협동조합 등이었다.

특히나 첫번째로 방문한 사회적 기업 알리안떼 협동조합은 사회적 약자가 자립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수감자들에게도 2개월간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자립을 돕는 모습은 오래도록 내 동공에 드리워졌다.


 (▲ 사회적 기업인 알리안떼 협동조합의 작업 모습... 장애우들이 포장업무 중이다.)

여기까지도 부러움이 넘쳐나는데 모데나 대표 지역특산물 연합회(Palatipico Modena)를 이어 방문하고 보니 더 입이 벌어졌다.
울진지역이 특산물하면 단연 돋보이는 곳인데 그 장점을 어디에 접목해야 하나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 특산물 즉, 와인, 발사믹 식초, 치즈 등을 생산하는 모데나는 어떤 조직으로 연합회가 활동하고 있는지에 도끼눈을 뜰 수 밖에 없었다.

이곳은 지역별 연대 컨소시엄이 발달함으로써 와인, 치즈, 발사믹 식초, 햄 등 세계적인 명품과 결합하여 관광, 다양한 먹거리(식당), 문화까지를 어우르는 컨소시엄이 있으니 톱니바퀴처럼 효과적으로 맞물러 돌아가고 있음에 놀라웠다.


 (▲ 모데나 지역특산물 연합회 건물 앞에서)

이 연합회는 앞에서 설명한 모데나 지역 특산물의 홍보와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파마지아노레지아노 치즈, 람브로스코 와인, 발사믹 식초, 전통 햄 프로슈또 데 모데나 등의 유명 브랜드가 속해 있다.
중요한 것은 농업인들이 중심이 되어 국내외 프로모션을 조직적, 효율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 모데나 지역특산물 연합회 대표들과 함께)

나 역시 울진으로 귀농하여 늘상 하는 고민은 울진 역시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는 울진만의 지역 특산물이 많은데 거기에다 수려한 관광자원, 문화 등과 한 데 묶어 이탈리아처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귀농 15년차인 나는 울진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중에 이번 팔라티피코 모데나의 방문은 단비와도 같았다.

그렇기에 여기에 소개하지 않은 소비자 생협 매장 등의 방문 등 살인적인 연수 일정 속에서도 이탈리아에서 배운 것을 울진에 어떻게 접목하는가 하는 숙제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고민과 숙제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왜냐 하면 그 어느 지역도 흉내낼 수 없는 울진만의 아우라가 있으니 말이다.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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