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임당 검사에서 떨어졌다

재검 네 시간, 그리고 ‘정상’이라는 말

by 베이지

26~27주 차에는
임당 검사, 정확히는 임신성 당뇨 검사가 있다.


임산부들 사이에서는
‘임신 수능’이라고도 불리는
가장 막강한 관문 같은 검사다.


외가 쪽 가족 대부분이 당뇨를 앓고 있어
나는 임신 초기부터 아스피린을 처방받아먹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임당 검사는
괜히 더 마음에 걸렸다.


지난 진료 때,
선생님은 작은 주스병 하나를 건네며
검사 방법을 설명해 주셨다.


포도당 글루오렌지 100.


나는 한 번에 이해가 되지 않아
두 번, 세 번 다시 물었다.


“한 시간 전에 이걸 한 번에 마시고,
금식 상태로 오시면 돼요.”


이해하고 나니 단순한 이야기였는데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복잡하게 느껴졌다.


정말 맛없게 생긴 플라스틱 병이었다.
검색을 해보니
“정말 맛없다”는 후기들이 줄줄이 나왔다.


한 달 넘게
그 포도당 병을 집에 고이 모셔두다가
드디어 검사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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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도 할 겸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임당 검사를 앞두고 나니
괜히 당이 높은 음식은 먹으면 안 될 것 같아
(사실 아무 상관도 없는데)
식단을 조절했다가
당 없는 음식만 골라 먹기도 했다.


검사 두 시간 전에 병원 근처에 도착해
석촌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포도당 주스를 단번에 마셨다.


그 순간부터 금식.
사실 나는 그 전날 밤부터 거의 공복 상태였다.


예약 시간이 되어 남편을 만나
병원으로 들어갔다.


접수를 하고 잠시 앉아 있는데
갑자기 식은땀이 나고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았다.


다행히 잠시 후 괜찮아졌고
진료실에서 여쭤보니
공복 상태에서 단 음료를 한 번에 마셔
일시적으로 당이 급격히 올라가
몸이 놀란 거라고 했다.


채혈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하루 종일 쉬었다.


괜히 큰 검사를 끝냈다는 안도감에
저녁에는 피자를 시켜 먹었다.


그런데 다음 날,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임당 재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설마… 내가 임당이라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날부터 다시
임당 재검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한 번에 통과하는 경우가
오히려 많지 않다는 이야기,
재검을 통해 정상으로 나오는 산모들도 많다는 이야기,
그리고
만약 확정되면 식단 조절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이왕이면 아무 이슈 없이
지나가고 싶었는데
재검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검 날 아침,
병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그리고 시작부터

가장 큰 고역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 채혈을 하기 전,
그 맛없는 포도당 약을
무려 두 통이나
그 자리에서 연달아 마셔야 했다.


단맛이라기보다는
속이 울렁거리는 인공적인 단맛.
목으로 넘길 때마다
‘이걸 왜 한 번에 다 마셔야 하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시간에 시작되는 채혈.
한 시간에 한 번씩,
총 네 번.


결국 나는
임당 재검으로만 여섯 번의 피를 뽑았다.(혈관을 찾지 못해서 두 번 더 팔을 찔렀다)


여기에 더해
빈혈기가 있어
철분 수액 주사도 맞아야 했다.


그 주사는 생각보다 많이 아팠고,
맞는 동안 내내 이를 악물었다.
주사를 맞고 난 자리에는
피멍이 남았고,
그 자국은 거의 2주가 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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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에 병원에 도착해
거의 1시가 다 되어서야
병원을 나설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결과뿐.

병원마다 다르지만
보통 하루 이틀에서
길게는 일주일까지 걸린다고 했다.
하필 검사 날이 금요일이라
다음 주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괜히 더 긴장됐다.


‘제발 임당만 아니게 해 주세요.’


두 손을 모아 기도하며
병원을 나섰다.


다행히
다음 날 바로 연락이 왔다.


“정상입니다.”


이 두 글자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물론 임당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음식 조절은 계속해야겠지만,
또 한 번
큰 이슈 없이 지나갈 수 있음에
그저 감사했다.


이제는
오복이만 잘 크면 되고,
나는 나대로 잘 버티면 된다.


임신 막달로 향해 가는
모든 산모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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