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엄마가 되기 전에, 나를 먼저 되찾기로 했다

불안 속에서도, 나는 다시 나를 붙잡아 본다

by 베이지

이제 22주를 넘기며
사람들이 말하는 ‘안정기’라는 구간에 들어섰다.
병원 진료에서도 아이는 잘 크고 있고,
특별한 문제는 없다는 말에 몇 번이나 안심을 받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보다, 몸보다
내 마음이 문제였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는데
마음 한편의 불안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매일을 불안한 마음으로 버티다 보니
이 감정이 혹시 태중의 아이에게 전해지지는 않을지
마냥 우울해하고, 불안해할 수도 없었다.


결국 이 모든 건

내 마음의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늘어가는 몸무게와
조금씩 힘에 부치는 몸 상태,
그리고 당분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현실이
숨이 막히듯 나를 조여왔다.


설상가상으로
오랫동안 몸담아 왔던 모임과도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하나둘 끊어졌다.
우연인지, 운명 같은 장난인지
그 시기에 회사에서는 권고사직 통보까지 받았다.


세상에 나 혼자
뚝 떨어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 시간도, 이 감정도
내가 마주하고 넘어서야 할 몫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아주 천천히
다시 나를 붙잡아 보기로 했다.


강의를 듣고, 책을 읽으며
예전의 나를 조금씩 떠올려 보았다.
임산부 필라테스를 시작했고
집 근처 문화센터에서 자격증 공부도 시작했다.
괜히 집에만 있지 않으려고
집 앞 도서관에 가서 사람들 속에 섞여
가만히 책을 읽는 시간도 늘려갔다.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분명한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에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나’로
조금은 돌아오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임신 기간을 즐기라”는 지인의 말이
이제야 조금 이해가 간다.
다시는 오지 않을 이 시간을
그저 버텨내는 시간이 아니라
지혜롭게 지나가고 싶어졌다.


엄마가 되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회복하고 싶다.
엄마는 강해야 하니까.


그리고 그 강함은
다시 나를 찾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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