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준비를 하며 처음 알게 된 현실적인 육아 세계
나는 당근거래를 해본 적이 없다.
중고거래 사이트가 하나둘 생겨날 때도,
당근이라는 앱이 유행처럼 번질 때도 애써 외면했다.
모르는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고, 약속을 잡고, 물건을 건네는
그 모든 과정이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찝찝했다.
멀쩡하지만 안 쓰는 물건은 그냥 버렸고,
필요한 물건은 늘 새 상품으로 사는 게 당연했다.
그게 편했고, 그게 익숙했다.
하지만 임신, 출산, 육아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동안 내가 갖고 있던 생각들은 아주 쉽게 깨져버렸다.
임신 준비물부터 출산용품까지,
가격표를 보는 순간마다 헉 소리가 났다.
막상 사려고 하면 임신 기간은 고작 열 달 남짓,
출산과 육아 용품은 아기가 크는 속도만큼 빠르게 바뀌었다.
잠깐 쓰고 마는 물건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임신 초기, 반신반의하며 당근 앱을 켜보긴 했지만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고
괜히 더 복잡해지는 기분에 금세 닫아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다 맘카페와 커뮤니티를 기웃거리며
“이건 꼭 필요하다”, “이건 굳이 안 사도 된다”는 글들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당근 이야기가 자주 등장했다.
‘당근으로 충분해요.’
‘당근에서 먼저 찾아보세요.’
그 말들이 조금씩 설득력을 갖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하루에 한 번쯤 당근 앱을 켜고
나눔이나 저렴하게 올라온 육아용품을 구경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언제부턴가는 그게 하루의 루틴처럼 굳어버렸다.
임신 말기가 되어갈 즈음,
이제는 당근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오히려 집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둘 정리해
조심스럽게 판매도 해봤다.
신기하게도,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물건이 금방 팔렸다.
그때마다 괜히 뿌듯했고
‘진작 해볼 걸, 왜 이제야 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 = 당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라는 걸,
임신 기간을 지나며 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오늘도 나는
하루의 끝을 당근 앱을 천천히 넘기며 마무리한다.
이제는 그 안에서
조금 덜 불안하고,
조금 더 현실적인 엄마가 되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