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는 건 쉬웠고, 결정은 어려웠다
산후조리원 연계로 만삭사진을 찍으러 갔다.
가기 전까지, 아마 백 번은 넘게 고민했을 것이다.
만삭사진은 보통 28~30주 사이에 많이 찍는다고 한다.
여름쯤 조리원에서 먼저 연락이 왔고, 날짜를 잡았다.
그 이후로는 병원 연계 스튜디오에서도 연락이 이어졌다.
“무조건 무료예요.”
이 말이 이상하게도 계속 마음에 걸렸다.
무료인데 이렇게 열성적이고, 이렇게 친절하다니.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무료의 조건은 이랬다.
만삭사진 2페이지, 뉴본사진 2페이지, 50일 사진 3페이지.
미니앨범으로 제공되지만, 원본은 받을 수 없고 사진 선택도 불가했다.
백일, 돌 사진까지 함께 진행하면
그때부터 원본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데
금액은 솔직히 ‘어마어마’했다.
결혼사진은 무료도 아니었는데
액자, 앨범, 원본까지 꽤 큰돈을 들여했었다.
그런데 만삭사진은 무료라니.
아무래도 찝찝했다.
촬영일이 다가올수록
맘카페와 커뮤니티를 뒤지기 시작했다.
“절대 찍지 마세요.”
“100% 영업당합니다.”
“무료는 무료가 아니에요.”
결국 나는 마음을 굳혔다.
안 찍자.
동네 셀프 사진관에서 간단히 찍자.
…라고 생각했지만
옷도 준비해야 하고, 화장도 해야 하고
무거운 몸으로 이것저것 신경 쓰는 게 더 싫어졌다.
‘그냥 포기할까?’
그러다 다시 생각했다.
그래, 가서 찍기만 하고 결제 안 하면 되지.
기분 전환 삼아 사진만 찍고
무료 앨범만 받으면 되는 거잖아.
촬영 당일,
헤어와 메이크업은 셀프로 하고 오라고 들었는데
촬영 며칠 전 스튜디오에서 전화가 왔다.
“당일에 헤메 실장님 계셔서 무료로 해드릴게요.”
갑자기 마음이 조금 풀어졌다.
남편도 연차를 내고,
결혼사진 찍으러 가던 날처럼 스튜디오로 향했다.
생각보다 분위기는 편안했고
헤메 선생님은 정성스럽게 준비해 주셨다.
내가 고른 두 벌의 의상,
남편의 간단한 헤매와 구두까지.
촬영은 정말 빠르게 끝났다.
20분 남짓,
정해진 포즈를 따라 속사포처럼 찍고
두 번 갈아입고 나니 끝.
오랜만에 화장도 예쁘게 하고
사진을 찍으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기분 전환으로는 잘 왔다.’
촬영이 끝난 뒤
한 시간 후 다시 오라는 말을 들었다.
이 추운 날씨에 어디 가라는 건가 싶었지만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왔다.
작은 방에서
우리가 찍은 사진 일부와
남편의 서프라이즈 영상이 흘러나왔다.
문구도, 사진도,
너무 절묘하게 보정된 나의 모습도,
그리고 남편의 영상까지.
솔직히 말하면
꽤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갈등이 시작됐다.
“돌 사진은 꼭 남겨야 하지 않을까요?”
“가족사진은 평생 가는 거예요.”
절대 계약 안 하겠다고 하던 남편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렇게 예쁜 사진이 있는데
볼 수 있는 건 단 두 장, 그것도 랜덤이라니.
이 자리에서 계약하면 30만 원 할인.
나가면 그 할인은 사라진다.
실장님이 잠시 자리를 비워주고
우리는 조용히 앉아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내가 결정을 내렸다.
결혼식 원본 사진을
20만 원 넘게 주고 샀지만
아직 한 번도 열어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스쳤다.
후회하면
그때 가서 후회하자.
결국 우리는
무료 앨범만 받기로 했다.
나중에 뉴본이나 50일 사진을 찍고
그때 계약 못 한 걸 후회하는 사람도 많다지만
그건 그때의 나에게 맡기기로 했다.
다신 오지 않을 만삭사진 촬영.
그날의 설렘과 갈등까지 포함해서
하나의 추억으로 남기기로 했다.
대신,
랜덤으로 주시는 두 장은
제일 예쁜 걸로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