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기 전, 나는 아직 나이고 싶다
임신을 했다고 해서
갑자기 외모에 대한 마음까지 바뀌지는 않았다.
네일도 하고,
미용실에서 매직도 하고,
필라테스도 간다.
주변에서는 굳이 왜 그러냐는 말도 듣는다.
“회사도 안 다니는데 네일은 왜 해?”
“이제 애 낳을 사람인데 뭐 하러 그렇게 꾸며?”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끝이 반짝이면 하루 기분이 달라진다.
회사도 안 다니고,
사람도 거의 만나지 않지만
나는 내가 좋아서 네일을 다시 시작했다.
안정기에 들어서자마자였다.
반짝거리는 손톱과 발톱을 보고 있으면
‘아, 아직 나는 나구나’ 싶은 안도감이 든다.
남편도 네일 할 시기가 되면
“샵 다녀와.”
하고 먼저 말해줄 정도니,
이 정도면 나만의 사치는 아닌 것 같다.
나는 악성 곱슬이다.
2~3개월마다 매직을 하지 않으면
머리를 감고 말리는 것 자체가 노동이다.
임신 후에는 자라난 곱슬을
매직기로 피는 것조차 버거웠다.
참고 또 참다가
30주가 넘어서야 시술을 받았다.
7개월 만의 매직.
거울 속 차분해진 머리를 보는데
괜히 설레기까지 했다.
임신 초기에 포기했던 것들.
그중 몇 가지를 다시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임신 중기부터는
집 앞 한 시간 산책,
헬스장에서 20분 천천히 걷기,
그리고 필라테스를 꾸준히 해왔다.
지금은 주 1회 필라테스를 직접 운전해서 간다.
그걸 이해 못 하는 사람도 있다.
“임산부가 운전을 하면 어떡해.”
“이제 운전 그만해.”
남편의 잔소리를 뒤로하고
나는 오늘도 운전대를 잡는다.
몸이 움직여야
마음도 같이 움직이는 것 같아서.
주 1회 이상 사우나도 간다.
이 말을 하면
또 한 번 놀라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권장 사항은 아니다.
의사 선생님도 임신 초기는 만류했다.
지금은 “넘어지지만 않으면 괜찮다”라고 했지만
그래도 양심상
무릎까지만 물에 담그고
마사지만 하고 나온다.
탕에 몸을 푹 담그고 싶은 날도 많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생각하면
결국 참게 된다.
그래도 사우나를 다녀온 날이면
몸도, 기분도 가벼워진다.
이런 생활 덕분인지
체중은 평균 범위 안에서 늘고 있다.
집에서도 가만히 누워만 있지 않는 성격 탓인지
몸이 유난히 붓거나 힘들진 않다.
사실,
먹고 싶은 것도 많이 참는다.
정말 내가 먹고 싶은 건지
뱃속 아기가 먹고 싶은 건지 모르겠지만
고칼로리 음식이 당기면
몇 번이고 고민한다.
야식은 단 한 번도 먹지 않았다.
그런데도
거울 앞에 서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점점 불어나는 배,
어느새 맞지 않는 옷들.
어제까지만 해도 편하게 입던 옷이
이제는 잠기지 않고,
억지로 입으면 불편하다.
결국 임부복을 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물론 예쁜 임부복도 많다.
정말 잘 나온 옷들도 많다.
하지만
‘아주 잠깐 입을 옷’이라는 생각이 들면
괜히 돈이 아깝게 느껴졌다.
아기 용품에는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열면서
내 옷 앞에서는
자꾸만 계산부터 하게 되는 마음.
맞는 옷이 없어서 불편한데,
변해가는 내 몸이 아직은 낯설어서
그 불편함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이상한 걸까?
임산부여도
여전히 예쁘고 싶고,
날씬하고 싶고,
망가지고 싶지 않은 이 마음이.
“임신했으니까 괜찮아.”
“지금은 어쩔 수 없지.”
이 말들이
위로가 되면서도
어쩐지 나를 포기하라는 말처럼 들릴 때가 있다.
나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 사라지고 싶지는 않다.
내 몸이 변하는 걸 받아들이면서도
내가 나를 놓아버리지는 않고 싶다.
어쩌면
살이 찌는 게 불편한 게 아니라,
‘이제는 나보다 아이가 먼저여야 한다’는
당연한 문장 속에서
내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
조금 불편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네일을 하고,
머리를 펴고,
운전해서 필라테스를 간다.
엄마가 되기 전까지,
아니 엄마가 된 이후에도
나는 여전히 나이고 싶으니까.
임신해서 살찌는 거,
나만 불편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