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32주, 나는 오늘도 새벽 3시에 잠든다

잠보다 소화가 먼저인 밤

by 베이지

태동은 더 강력해졌고,
저녁에 조금이라도 많이 먹었다 싶은 날이면
어김없이 밤새 꺽꺽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32주 무렵부터 몇 주째 이렇다 보니
이제는 점심과 저녁이 두려워졌다.


먹어야 사는데,
먹으면 괴롭다.


차선책으로 집에 없던 리클라이너 소파를 들였다.


침대에 똑바로 누우면
누가 목을 조르는 것처럼 숨이 막히고,
베개를 높이 쌓아 기대어 앉으면
목과 어깨가 금세 저려왔다.


그래서 들인 소파.


신의 한 수였다.


적어도 완전히 누워 숨 막히는 일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저녁 6시 전에 식사를 마쳐도
밤 10시가 되면 어김없이 시작되는 트림과 꺽꺽거림.


비슷하게 기댄 자세로 몇 시간을 버텨도
새벽 2시, 3시는 되어야
조금 숨이 편해지는 느낌이 든다.


3시가 넘어서야 침대로 가
옆으로 돌아누워 겨우 잠을 청한다.


사실 나는
커피를 달고 살던 사람이었다.


아침에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졸리면 또 한 잔.


커피 향으로 하루를 시작하던 사람이었다.


임신하고 나서는
당연하다는 듯 줄였다.


그러다 잠을 못 자기 시작하면서
카페인은 완전히 끊었다.


혹시 이게 커피 때문일까 봐.


디카페인을 마신 날에도
밤새 뒤척이면
괜히 그 한 잔이 원인인 것 같아
다음 날은 또 참았다.


이제는
잠을 못 잘까 봐
커피도 못 마신다.


졸린데도 못 자고,
마시고 싶은데도 못 마신다.


작은 것 하나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기분.


숨이 편하지 않으니
낮의 나도 온전하지 않다.


거기에 정확히 두 시간 간격으로 화장실을 간다.
이제는 새벽에 눈이 떠지는 시간이 거의 일정하다.


잠깐 잠이 들면
화장실 신호에 깨고,
다시 누우면 속이 올라오고,
또 버티다 잠든다.


이게 몇 주째 반복이다.


침대에 똑바로 누워 깊게 잠들던 날들이
이렇게 소중한 거였나 싶다.


당연했던 것들이
하나씩 귀해지는 순간이다.


임신 초기에 사두었던 바디필로우는
그땐 그저 다리에 끼는 쿠션 같은 존재였다.


지금은 다르다.
이 녀석 없이는 잠을 잘 수 없다.


옆으로 돌아눕고,

배를 받치고,
다리를 걸쳐야
그나마 숨이 이어진다.


밤이 길어지니
하루 리듬도 무너졌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남편을 뒤로한 채

나는 해가 중천에 떠서야 겨우 잠에서 깬다.


밤새 트림으로 지친 몸은
아침이면 또 허기가 진다.


무언가를 먹으면서도
‘이따 또 꺽꺽대겠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먹는 게 두려운 순간이 올 줄은 몰랐다.

막달이 가까워지며
스스로 일찍, 적게 먹다 보니
오히려 늘어야 할 체중이 줄어 있었다.


커뮤니티 글을 찾아보면
막달이 되면 배가 아래로 내려와
숨 쉬기가 좀 편해진다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이면 좋겠다.
정말, 사실이면 좋겠다.


오늘도
내 옆에서 드르렁 코를 골며 잠든 남편을 바라본다.


괜히 부럽기도 하고,
괜히 얄밉기도 하다.


하지만 이 밤도
언젠가는 지나가겠지.


이 꺽꺽거림도,
이 긴 새벽도,
이 불안한 숨도.


언젠가는
“그때 참 힘들었지.”
하고 웃으며 말할 날이 오겠지.


지금은 다만,
이 밤을 버티고 있을 뿐이다.


이 순간도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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