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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Jan 15. 2021

프레드릭, 나는 공감할 수 없습니다.

『프레드릭』레오 리오니 글, 그림


오래된 돌담길 옆, 작은 들쥐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겨울을 대비하여 들쥐들이 곡식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단 한 마리, 프레드릭만 빼고요. 친구들이 일할 때 프레드릭은 햇살을 모으고, 자연의 푸르른 색을 모으고,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긴긴 겨울 들쥐들은 열심히 모은 곡식을 아끼고 아껴 먹었지만 점점 먹을 것은 바닥이 나고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지도 안았습니다. 춥고 힘든 들쥐들에게 따뜻한 봄이 오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친구들은 프레드릭이 모은 양식은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어요, 그러자 프레드릭은 자기가 모아둔 햇살과 색깔과 이야기를 나누어주며 외롭고 힘든 들쥐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마음의 양식을 전했습니다.


반쯤 졸린 듯한 눈으로 귀엽게 웃고 있는 프레드릭, 모든 사람들이 프레드릭을 읽고 나서 감동을 했을 때 나는 공감할 수 없었다. 그림책을 그림책으로 보지 못하고 지나치게 나의 현실에 투영해서였을까? 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프레드릭을 나 혼자 이해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프레드릭이 남편이라면?


프레드릭이 남편이라고 생각했을 때 제일 화가 났다.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남편이 부양의 의무를 지지 않고 꿈만 쫓아다닌다고 생각하면 답답했다. 물론 남편의 꿈을 위해 내가 대신 집안의 경제를 책임져도 된다. 그렇다면 현재 경제는 남편, 가정은 나로 나뉜 우리 집 상황에서 나 대신 아이들을 케어하고 가사를 분담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는 상황에서는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만약, 프레드릭이 내 아이라면?


내 아이가 공부는 신경 쓰지 않고 꿈만 쫓아다닌다면 나는 받아 들일수 없다. 

프레드릭은 시인처럼 예술적 재능이 있어 다른 들쥐 친구들을 위로해 줬지만, 내 아이가 그런 재능이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너무 답답할 것 같다. 물론 너무 공부만 하느라 다른 것을 돌보지 못한다면  그것도 싫지만 학생이라는 신분에 맞는 기본적인 의무를 버리고 꿈만 좇는 건 아닌 거 같다. 나는 아이가 무한한 상상력을 갖고 창의력을 펼쳐나가며 성장하는 어른이 되길 바란다. 그럼 프레드릭을 이해해야 한다고? 나는 아직 그 정도 그릇이 되는 엄마는 아닌가 보다. 


만약, 내가 프레드릭이라면?


내가 프레드릭이라면... 이 부분에서 살짝 고민이 들었다. 

나라면 기본적으로 나의 할 일을 해놓고 꿈을 찾아간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내가 꿈을 찾아가는 작가의 길이 프레드릭처럼 햇살을 모으고, 자연의 색깔을 모으고, 다양한 이야기를 모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었다. 

프레드릭은 다른 들쥐들이 일할 때는 졸린듯한 눈을 하고 있지만 자기가 모아둔 양식을 이야기할 때는 가장 높은 곳에 서서 반짝거리는 눈으로 이야기한다. 누구든 자기가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할 때 제일 행복하지 않던가. 나도 요즘 행복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는데 내가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집안일과 아이돌 보는) 일은 잘하고 있는지 돌아봐야겠다. 


사람이 물질로만 살 수는 없다. 마음의 풍요로움이 함께 있어야 더 행복해질 수 있다. 프레드릭은 그걸 전하고 싶었던 걸까? 다른 사람들은 프레드릭의 어떤 모습에 열광하는 걸까? 프레드릭에 공감하지 못하는 나에게는 여전히 수수께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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