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노래 best 3 = 싸이월드 감성
한 달 글쓰기 멤버 중 한 분이 Pop을 좋아하시는데 그분의 음악이야기는 늘 흥미롭다.
우연히 그분의 블로그에서 내가 좋아했던 곡을 발견하고 한참 빠 져지 내던 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곡의 가사나 가수는 잘 모르고 처음 들었을 때 느껴지는 분위기에 빠지는 편이다.
그래서 가사도 모르고 흥얼거리는 곡들이 대부분이다.
<Lenny Kravitz - It Ain't Over Til It's Over>
이 노래는 전주의 드럼 소리부터 나를 심쿵하게 만들었다. 나의 대학시절은 이 곡으로 대표된다. 싸이월드 BGM과 벨소리도 이 곡이었다. 처음에는 노래가 주는 분위기에 빠져 듣다가 문득 가사가 궁금해졌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제목에서 풍겨지는 느낌답게 아주... 질척거리는 사랑노래이다. 연애를 드라마로 배웠던 나는 대학생이 되면 누구나 풋풋하고 심쿵한 연애를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썸이나 밀당 같은 것도 모르고 엉겁결에 시작한 연애는 너무 외로웠다.
생일이었다.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봄날 나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 잠시 쉬기 위해 도서관 정원 벤치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그는 하루 종일 연락이 없었다. 나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전화를 할 수 없었다. 핸드폰에 저장해 둔 이 노래를 들으며 속상한 마음을 달랠 뿐이었다. 친구들은 남자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고 하는데 이 남자는 잠수를 탔다. 그때 알았다. 내가 하는 것이 연애가 아닌 짝사랑이었음을...
그래서 가사도 모르고 듣던 이 노래가 끌렸던 걸까? 그 연애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공백 기간을 가지면서 다시는 그런 연애는 하지 말자고 다짐했었다.
<Toploader - Dancing in the Moonlight>
이 글을 적으며 이 곡을 누가 불렀는지 처음 알았다. 방송에서 BGM으로 나온 것에 꽂혔었는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는데 너무 좋아서 음악 검색 기능을 통해 저장했는지, 그저 경쾌한 음악과 달빛에서 춤을 추자는 반복되는 가사에 꽂혔던 것 같다. 네이버 앱에서 나오는 노래 듣고 찾아주는 검색 기능이 나왔을 때 정말 신세계였다. 제목을 알고 싶으면 하루 정도 기다렸다가 방송국에서 올려주는 선곡표를 보고 노래를 찾아야 했다. 라디오는 선곡표라도 있지, TV에 잠깐 나오는 노래는 검색을 해도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맞춰주는 앱이라니 너무 신기했다. 그 뒤로는 라디오를 듣다 조금이라도 좋으면 바로바로 검색해서 저장해뒀다가 들었다.
첫 번째 곡이 20대 초반의 곡이라면 두 번째 곡은 20대 중반 이후를 상징한다.
낮에는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다 밤이 되면 자동차 동호회 회원들과 만나서 신나게 놀러 다니던 때다.
아빠에게 첫차를 선물 받고 차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나는 정보를 얻기 위해 규모가 가장 큰 자동차 동호회에 가입을 했다. 남성 회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동호회에 여자 회원이 가입했으니 마른하늘에 단비가 내리듯 여자회원을 특별 관리하며 최대한 오프라인 모임에 나오도록 유도했다. 계속 모임 참석을 거부하다 연말에 심심해서 한번 나갔는데 새로운 사람들과 재미있게 웃고 떠드는 시간이 좋았다. 주말이면 함께 드라이브를 하며 맛집을 찾아다니고 자동차 동호회라 음주운전이 안되니 술 먹는 분위기가 아니라 레저를 즐기는 모임이 좋았다. 어느 모임이나 규모가 너무 커지면 내부 분열이 생기 듯, 전국적으로 커져버린 동호회는 운영진들의 마찰로 분열이 되었고, 나는 자연스레 모임에서 빠져나오게 됐다.
<요조 - 좋아해 (feat. 김진표)>
이 곡은 가사가 마음에 들어왔다. 피처링을 김진표가 한 것도 좋았다. 처음 들었을 때는 밝고 상쾌한 곡인 줄 알고 기분전환 삼아 들었는데 가사 듣고 추억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옛날 생각나는 노래. 한참 달지 않은 라테를 즐겨마시며 그린티 아이스크림에 꽃혀 지내던 시절이다. 지금 생각하면 오글거리던 그때가 너무 풋풋해서 그립기도 하다. 20대의 나는 자유로운 대학시절이 좋았고, 남들 취업 걱정할 때 먼저 취직해서 돈 번다는 우월감에 취해있었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주말마다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니던 시절이다. 그 자유로움이 좋았다. 40대에 들어선 지금 그때를 돌아보면 아쉬움도 많지만 그래도 나에겐 즐거운 추억이다.
좋아하는 노래, 어쩌면 좋아했던 노래를 떠올리며 오랜만에 싸이 감성에 젖어 추억여행을 하고 왔다.
내 싸이월드 BGM 플레이리스트를 소환하고 싶은데 다 기억도 안 나고, 이미 문 닫혀 버린 그곳이 아쉽다. 다시 돌아온다는 소리도 있던데... 백업하지 못한 나의 20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대로 수장시켜도 된다고 생각하고 백업을 게을리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아까운 사진들이 떠올라 더욱 그리운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