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와 친구가 되기로 했다
더 나은 관계 맺기를 위하여
초등학생 시절에는 무조건 친구가 많은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6학년 때는 13명의 친구들이 몰려다녔다.
인원만 많았지 그중에서 진짜 친했던 친구는 손에 꼽힌다. 그렇다 보니 지금까지 연락이 닿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
아이러브스쿨이 인기 있던 시절 나도 대세에 휩쓸려 초등 동창모임을 나갔으나 무슨 이유였는지는 몰라도 나는 계속 만남을 이어가질 못했다.
중학생 때도 5명이 함께 다녔는데. 그때는 HOT에 빠져 연예인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 같다. 사춘기 소녀들은 HOT오빠들에게 빠져 방황의 시기를 무사히 잘 헤쳐나갔다. 그 친구들은 연락처는 있으나 연락을 하고 얼굴을 본 지는 10년도 더 된듯하다. 다들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와 살림에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점점 만남이 뜸해졌다. 보고 싶은데 왜 이리 보기가 힘든 걸까?
고등학교 때는 4명이 함께 다녔다. 나를 제외한 세명의 친구들이 공부를 잘해서 그 친구들 덕분에 나도 공부를 하게 되고 겨우 대학 문턱을 밟았다. 그 친구들도 결혼하고 육아와 자기 일에 바빠서 일 년에 한두 번 통화를 하고는 있지만 늘 만나는 것이 어렵다.
이유가 뭘까?
그저 먹고살기 바빠서였을까? 아니면 이렇게 나이 먹고 초라해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어쩌면 내가 필요할 때만 그 친구들을 찾았던 건 아니었을까?
문득 보고 싶어서 만나자고 연락하려다가도
서로 시간 조율하다 보면 한 달 뒤쯤으로 잡히는데 그마저도 애가 아파서, 시댁에 일이 생겨서 취소하는 경우가 많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더 약속잡기가 어려워졌다.
학창 시절 친구들은 좋은 점이 언제 만나도 늘 그랬듯.
처음 우리가 만났던 그 나이로 돌아가게 된다.
순수하고 꾸밈없이 지냈던 그때.
어른들이 사회에 나와서 만나는 친구는 학창 시절에 만난 친구와 다르다고 하셨는데 그때는 몰랐던 그 말을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내가 어딘가에 소속되어있지 않으면 관계 맺기가 어려웠다. 직장 생활 동안 친하게 지냈어도 퇴사하는 순간 관계도 정리됐다. 그러다 보니 더 외로움을 느껴 모임이나 동호회처럼 새로운 소속을 만들고 거기에서 관계를 만들어가거나 더 친밀한 감정을 느끼고 싶을 때면 연애를 했다.
사람들과 단절되서는 못 살 것 같았는데 결혼해서 애 키우고 살다 보니 외부와의 단절도 힘들었지만 가족과의 관계도 힘들었다. 나만의 시간.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한데 그걸 못하게 된 나와의 단절이 힘들었다. 정말 달팽이가 집을 짊어지고 느릿느릿 기어가듯. 나는 가족이라는 집을 벗어나지 못하고 힘겹게 버텨내고 있었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기 전에 나부터 챙기는 것이 시급했다. 나의 마음을 챙기고 나를 사랑하기 위해 나와 친구가 되어야 했다. 나와 친구가 되고 나서는 내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부터 생각했다. 이것저것 시도해보다 그래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은 필사와 글쓰기였다.
새해를 맞아 논어를 필사하기 시작했는데 읽을수록 인간관계와 효. 세상살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나도 모르게 찾아서 공부하게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글쓰기는 블로그나 브런치를 통해 나를 위한 글을 쓰고 있다.
남들이 보기엔 시시콜콜한 옛날이야기. 지극히 개인적인 글을 쓰더라도 내 마음속 숨어있는 보물을 찾아 횃불을 켜고 가는 중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외부 사람들과 단절된 것 같아도 나는 SNS나 맘 카페를 통해서라도 끊임없이 소통을 하고 있었다. 쌍방향 소통은 아니더라도 세상에 내가 살아있음을 알리기 위해 연결고리를 이어왔던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랜선이 아닌 세상 속 진짜 인간관계를 찾고 싶어 졌다.
그러기 위해 나부터 친구랑 잘 놀고 당당하고 멋진 내가 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