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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Apr 16. 2021

39살의 가을. 안녕하셨나요?

82년생 김지영들 잘 살고 있습니까?

9,19,29,39

각 나이마다 숫자 9가 들어가면 아홉수라고 한다.

옛 어르신들은 아홉수가 되면 유독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다 하셨고 남자는 아홉수에 결혼도 피했다고 한다.


왜 유독 아홉수가 힘들다고 느끼는 걸까?

내가 느낀 아홉수는 지나고 보니 한 계단 오르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9살에서 10살은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19살에서 20살은 청소년에서 성인이 되는 단계이다. 그때는 마냥 어른이 되고 싶을 때여서 사실 나이에 대해 민감하지 않았던 것 같다.

미성년자 출입금지 구역에 당당하게 들어갈 수 있고

19금 영화를 자유로이 볼 수 있다는 것만 생각했다.


29살에는 30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20대는 나이는 성인이지만 진짜 어른이 아니라 사회에 적응하기 바쁜 나이였다. 그래서 30대가 되며 이젠 나도 결혼도 하고 아이도 키우며 진짜 어른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30대를 보내고 39세가 되어 40대를 앞두고 나니 문득 내가 진짜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그 시기에 정신없이 사느라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었다.

40대는 사회적 물질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돼서 여유로운 중년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이유 없는 허탈감에 우울감이 몰려왔다.


39살의 가을이 힘들었다고, 아프다고 선배들이 말했다.

사실 노화가 진행이 되니 예전에는 감기도 하루 이틀 약 먹고 푹 쉬면 나았는데 이제는 한번 아프면 오한에 근육통으로 아무것도 못하고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했다. 그런데 몸만 약해진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너무 힘들었다.

나약해진 것이 아니라 정신없이 사느라. 남만 챙기며 사느라 나를 돌보지를 못해 지치고 속이 텅 비어있었다.


<82년생 김지영>이 책으로 나왔을 때  딱 그 세대를 겪고 있는 나는 격한 공감에 몰입해서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2021년 마흔 살이 된 82년생들은 어떤 마음으로 지난가을을 보냈을까?

나처럼 두 번째 사춘기를 맞아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냈을까?

빠르면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도 있을 텐데 자식 고민으로 불안해하고 있을까? 분명 잘 살고 있겠지만 고된 육아에서 벗어나 이젠 학부형이 되어있을 그녀들은 어떤지 문득 궁금해졌다.


유독 마흔 앓이에 대한 책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 그림책으로 위안받는 어른들이 늘어났는데 아마도 잊고 있던 삶의 결핍을 채우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마음을 치유하는 그림책 테라피가 인기인 것도 그래서 마흔의 그림책이 필요한 이유도 그 때문인 것 같다. 그래야 감정을 숨기고 살던 '82년생 김지영'들도 이제는 자신을 사랑하고 표현하며 살아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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